[검블리] '포기없는 집념' 수사, 지역조폭 실체를 밝혔다

구미 '효성이파' 검거…검사의 전문성 빛난 사건

이정현 기자 2019.12.07 06:07


검블리 / 사진=이지혜기자
대구지검 김천지청에 근무하던 양준열 검사는 올해 단순폭행 사건들을 맡게 됐다. 경찰에서 송치한 사건으로 지역 주민들끼리 다툼을 벌이다 적발됐다는 내용이었다. 

송치기록들을 검토하던 양 검사는 이 사건들이 단순 일반인들끼리의 폭행사건이 아니라는 판단이 들었다. 조직폭력배가 관련됐을 정황이 감지된 것이다. 강력사건에 관심이 많았고, 이전 근무지에서도 강력사건을 전담했던 양 검사는 이미 많은 강력 폭행 사건을 경험했었다. 그는 대검 강력검사 세미나 등에 참석할 정도로 강력사건에 관심이 깊었고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노력해오고 있었다.

사건이 단순폭행이 아닌 조직폭력단체의 강력 폭행 사건이라는 확신이 든 양 검사는 곧바로 범죄단체 구성 작업(범단)에 착수했다. 범단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범죄단체에 해당하기 위한 구성요건을 완성하는 것을 말한다. 이 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범죄단체의 구성요건으로는 수괴(首魁), 간부(행동대장급), 그 외 조직원이 있는데, 법원으로부터 범죄단체로 인정받으려면 검사가 수사를 통해 이 구성요건을 모두 밝혀내 공소장에 적시해야 한다.

범단은 오랜 시간과 많은 노력이 걸리는 작업으로 알려져 있다. 보통 일반인들은 조직폭력배의 폭력 위험에 노출되기를 극도로 꺼리기 마련이어서 구체적인 증거를 확보하는 작업도 매우 어렵다. 또, 조직원들의 진술이 없으면 조직의 실체를 밝혀내기는 더 난해해진다. 하지만 양 검사는 주저하지 않고 자료수집에 착수했다. 이번 사건과 연관된 여러 사건들의 기록을 넘겨받아 검토하고 대검과 협력해 피의자들이 속한 조직의 실체를 파고들었다. 그는 피의자들의 통화 내역과 통신사실확인을 통해 조직 내 명령체계와 조직원 계보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같은 노력의 성과로 '구미 효성이파'의 실체가 세상에 드러났다. 1990년대 중반에 결성된 효성이파는 주로 구미 출신 학교, 동네 선후배 관계에 있는 사람들로 구성된 지역토착 폭력범죄조직이다. 이들은 룸살롱 등 유흥주점, 보도방, 성인PC방, 오피스텔 성매매업소 등 유흥가를 장악하고 각종 이권에 개입해 왔다.

검찰 조사 결과 이들은 조직 내 기강 유지를 위해 '선배에게 무조건 복종', '90도 인사' 등의 행동강령을 만들어 지켰고 조직을 탈퇴하는 조직원에게 속칭 '줄빠따'를 가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합숙생활을 하며 외부조직과 '전쟁'을 준비하기도 했고 조직원이 감옥에 들어간 경우 각출해 영치금을 넣어주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 검사는 효성이파 범단을 구성한 뒤 피의자들을 단순 폭행 혐의가 아닌 폭력행위처벌법상 공동상해, 특수폭행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폭력행위처벌법을 적용하면 일반 형법을 적용하는 경우보다 형랑이 높다. 양 검사는 이들에게 유죄가 선고되도록 공판을 직관하는 등 끝까지 사건에서 관심을 떼지 않았고 결국 효성이파 조직원들에겐 무거운 형이 선고됐다. 또 효성이파가 법원으로부터 범죄단체로 인정됐기 때문에 앞으로 효성이파 조직원들은 폭력사건 등 범죄에 휘말릴 경우 폭력단체활동으로 처벌받을 수 있게 됐다. 가중 처벌될 수 있기 때문에 조직원들의 재결합이나 강력 범죄를 예방하는데 효과적일 수 있다.  
양 검사의 집념어린 수사가 지역 주민들을 괴롭히며 행패를 부리던 조직폭력단체의 실체를 밝혀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검찰 본연의 업무인 민생을 위한 검사의 전문성이 빛을 발한 셈이다. 
 
검찰 관계자는 "최근 검찰 내부에서도 검사들이 스스로 전문성을 쌓으려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전문성을 쌓은 검사들이 늘어나면 검찰 내 다양한 분야에서 더 수준높은 법률 서비스를 국민께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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