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실패? NO…행복을 위한 선택"

웹툰 '메리지레드' 연재 최유나 변호사 "이혼 고통 공감하고 위로해주고 싶어요"

송민경 (변호사) 기자 2019.12.13 06:10
법무법인 태성의 최유나 변호사. / 사진=송민경 기자

“이혼은 실패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바뀌어야 합니다. 결혼 횟수와 상관없이 모두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 열심히 살고 있는 거죠. 이혼 변호사도 가정을 파탄 내는 사람이 아니라 이혼하는 분들께 꼭 있어야 하는 동반자입니다. ”

이혼 전문 변호사로 웹툰(인스타툰) ‘메리지레드’를 연재하며 이를 엮어 ‘우리 이만 헤어져요’라는 책을 발간한 최유나 변호사(34·법무법인 태성)를 지난달 6일 그의 사무실이 있는 서초동에서 만났다.

그는 변호사가 된 이후 ‘이혼’을 전문으로 삼아 꾸준히 여러 사건을 맡아왔다. 그러다 이혼을 소재로 한 웹툰 ‘메리지레드’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SNS)에 연재해 유명해졌다. 현재 그의 웹툰을 보는 사람들은 17만명에 달한다.

최 변호사는 송무를 시작하고 처음엔 모든 분야의 사건을 다뤘지만 곧 이혼 사건으로 정착하게 됐다. 이혼 소송은 보통 소송 기간이 다른 사건보다 긴 편이라 기피하는 변호사들도 많다. 하지만 최 변호사는 달랐다. 평소 친구들의 고민 상담도 잘 해주던 그의 성격이 빛을 발했다. 이혼 관련 사건은 의뢰인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이를 반영하는 것이 큰 부분을 차지하기에 적성에 딱 맞았던 것. 그렇게 이혼만 전문으로 하기 시작해 현재는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인정받아 전문 분야 등록도 마쳤다. 

“이혼 소송은 다툼이라기보다는 중재를 해야 하는 일입니다. 승패를 가리는 사건보다 변호사가 직접 개입할 여지가 크죠. 상담하고 공감하면서 사건을 진행하다 보면 결국 의뢰인과 친구 같은 사이가 됩니다.”

최 변호사는 긴 이혼 과정이 끝나고 덕분에 이 과정을 뚫고 나올 수 있었다, 미래를 볼 수 있었다는 등의 감사의 말을 들을 때가 가장 보람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소송의 승패에서 오는 재미라기 보단 의뢰인과의 관계에서 오는 즐거움이다.

이혼을 하다 보면 세세한 조건들을 서로 계속 맞춰가야 한다. 재산 분할은 어떤 비율로 할 건지, 아이 양육권은 누가 가질 건지 등은 당연하다. 아이의 밥을 누가 먹일 건지, 언제 아이를 만날 것인지 등을 미리 디테일하게 정해야 한다.

이혼 후 당사자들과 그 가족들이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지가 미리 정해지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세세한 부분을 조율하는 게 변호사들의 일이다.

“재산을 분할하다 보면 법원이 아직 손을 대지 못하는 부분들이 있어요. 예를 들어 명품백이나 시계를 누가 가져갈 거냐와 같은 부분은 법원에서 아직 특정해서 어떻게 하라고 하기가 어려운 부분이에요. 부동산과 달리 누가 가져가버리면 표면으로 드러나지 않잖아요.”

그는 애완동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요새는 아이를 낳지 않고 강아지나 고양이 같은 동물을 키우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이 이혼을 할 때 키우던 동물에 대해 어떻게 할 것인지 법원에서 특정해 주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했다.

이혼 사건만 수천여건을 다룬 최 변호사는 이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언론이나 대중매체에서 이혼을 희화화하는 것도 고쳐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자는 것은 이혼을 장려하자는 게 아니에요. 소중한 가정을 깨는 사람은 나쁜 사람이다, 이혼하는 사람들은 이기적이다. 이렇게 흑백논리로 볼 수는 없는 거죠.”

이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커질수록 결혼 자체가 두려워지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결국 결혼이나 출산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러한 고정관념 때문에 이혼을 하고 싶어도 쉽게 선택을 내리지 못하고 힘들어하는 의뢰인들이 많아 더 안타깝다고 했다.

그가 글을 쓰고 그림 작가가 그림을 그리는 웹툰 ‘메리지레드’도 같은 맥락이다. 이혼 가정이 많지만 그 결과에 대해서 알 뿐, 그 과정에 대해 사람들이 어떤 고통을 겪으면서 이혼을 하게 되는지에 대해 제3자가 알기는 어렵다. 이혼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 여러 문제 등을 표면으로 드러내면 이혼을 한 사람에 대해 보는 부정적인 시각이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것이 시작이었다.

“웹툰을 하면서 이혼을 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어요. 이게 당신만 겪는 일이 아니고 많은 사람에게 벌어지는 일이다. 드러내놓고 말하지 않을 뿐 고통을 이겨내면서 사는 분들이 많다. 공감하고 위로해주고 싶었던 거죠.”

그가 소통을 위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는 웹툰이라는 형식을 취한 것은 이러한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매체라고 생각해서였다. 다양한 사람들이 부담 없이 재미있게 읽었으면 하는 생각에 접근성이 좋은 만화로 시작하게 됐다. 그 결과 많은 사람들의 반응을 이끌어내고 주변에 추천하는 웹툰 중 하나가 됐다.

웹툰을 묶어 낸 책은 이미 공개된 내용에 본인이 직접 쓴 에세이를 추가해 엮었다. 반응은 꽤 좋은 편. 주 구매층은 20대로 책을 사서 부모님에게 선물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유명 서점에서는 이미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 있다. 

“웹툰의 소재를 찾는 건 어렵지 않아요. 세대별로 반복되는 사건들이 있지요. 그런 것 위주로 뽑아서 누구의 사건이라고 특정할 수 없도록 뒤섞어서 상황을 만들어요.”

처음에는 댓글도 다 읽었는데 이제는 몇천개가 달려서 불가능하다는 최 변호사는 악플에 대한 이야기도 꺼냈다. 댓글뿐 아니라 메시지로 욕을 보내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웹툰을 보고 오랫동안 미워했던 부모님에 대해서 이해하게 됐다, 위로받았다, 나만 이런 게 아니라고 해줘서 고맙다 이런 댓글을 읽으면서 감동을 받아요. 악플이 10개 중에 하나는 있지만 많은 분들이 좋은 말씀을 해주셔서 계속하는 것 같아요.”

최대한 영향을 받지 않으려고 하지만 최 변호사도 사람이기에 상처를 받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했다. 비판이 아닌 맥락 없는 비난을 하는 것은 자제해 달라는 게 그의 말이었다.

그는 이혼 사건을 다루면서 다른 사람의 인생을 가까이서 들여다보면서 느끼는 게 많다고 했다. 이혼을 겪으면서 고통을 이겨내는 방법도 제각각인데 그 과정에서 어떤 가족들은 더 탄탄해지기도 하고 그 반대가 되기도 한다고. 그런 경험을 언젠가는 웹툰이 아닌 글로 써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런 그가 예비 변호사들에게 해준 조언은 법 자체보다도 의뢰인을 이해하려는 마음가짐을 가지라는 것이었다.

“직접 사건을 해보기 전에는 변호사는 법만 잘 알면 된다고 생각하기 쉬워요. 하지만 막상 일을 해보면 사람을 알아야 하는 직업이 바로 변호사에요. 싸우는 직업이지만 따뜻한 마음을 가져야 하죠.”

공유하기

1 /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