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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블리]승진 거부하는 검사들…그들은 왜?

내년 초 인사 앞두고 검찰 안팎 흉흉…인사 검증 미동의 사례는

김태은 기자 2019.12.21 06:50
검블리 / 사진=이지혜기자

조직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자신의 존재 가치를 인정받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승진이다. 거악을 척결하고 사회정의를 위해 싸우는 검사들에게도 크게 다를 리 없다. 김명수 사법부가 고등법원 부장판사 제도를 없애 사실상 올라갈 수 있는 자리를 막자 검사들은 "판사들이 일하는 게 재미없다고 한다. 그래도 우리는 아직까지 승진 바라보고 아등바등 살지 않느냐"고 말한다.

고위 공무원에 해당하는 검사들이 승진하기 위해선 단순히 능력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일정 직급 대상자부터는 인사 검증이라는 까다로운 절차를 통과해야 하는데 지난해까지는 신규 검사장 보임 대상자만 청와대 인사·재산 검증을 받아왔고 올해 3월부터는 차장검사 보임 대상자까지 법무부의 검증을 받았다. 내년 1월 실시 예정인 간부 인사에서는 부장검사 보임 대상자에 대해서도 인사와 재산 검증이 실시된다. 대검찰청이 자체적으로 내놓은 개혁안이 처음 실시되는 까닭이다.

본인과 직계 존비속에 대한 부동산과 소득, 납세, 출입국 자료 등의 개인정보를 국가가 뒤져보는 걸 동의해야 승진 자격이 주어지는 셈인데 승진만 할 수 있다면 이것이 큰 문제일까.

예상과 달리 인사 검증에 동의하지 않고 차라리 승진을 하지 않겠다는 이른바 '승진을 거부하는 검사'들이 소수지만 존재한다고 한다. 그 이유는 제각각이다.

첫째, 어차피 승진은 글렀으니 인사 검증 절차 자체를 받고 싶지 않다는 부류다. 검찰 사정에 밝은 한 법조계 인사는 "괜히 다른 승진 인사의 들러리 서고 싶지 않다며 인사 검증에 동의하지 않는 사례가 있다"며 "곧 그만둘 것까지 고려한 행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둘째, 인사 검증이 검사장 대상자에게만 이뤄졌을 때엔 명예직인 검사장으로 승진하지 않고 실리를 택하겠다며 인사 검증 동의서를 제출하지 않는 경우도 왕왕있었다고 한다. 그동안 검사장은 다른 공무원들과 달리 퇴직해도 명예퇴직수당을 받지 못했다. '검찰의 꽃'이 검사장이라지만 불시에 검찰을 떠나게 될 지도 모르는데 일원 한푼 없이 맨손으로 나가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검사장도 명예퇴직수당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정이 바뀌었다. 명예퇴직수당 대신 지급받았던 전용차량이 특혜라는 지적을 받아 폐지하면서 명예퇴직수당이 신설됐기 때문이다.)

최근 내년 1월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간부 인사를 앞두고 법무부가 인사 대상자들에게 인사 검증 동의와 관련 자료를 요구한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인사 검증 동의서 제출 시한은 지난 20일이었다. 검사장 승진 대상자로는 사법연수원 28기 이하, 차장검사 승진 대상자는 28~30기, 부장검사 승진 대상자는 34기이다. 

일부 검사는 일찌감치 승진 대상에서 스스로를 제외하고 인사 검증 동의서 제출을 접어버렸는가 하면 제출 시한 마감일까지 망설이다가 결국 포기하는 검사들도 있었다는 후문이다. 이런 '승진포기'는 무엇보다 승진이 승진이 아닐 수 있다는 두려움, 또 인사가 가져올 혼란에 휘말리는 것을 걱정해서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윤석열 검찰'에 대한 청와대와 법무부의 힘빼기 차원에서 이번 인사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에서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참석해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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