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청소년 일탈, 조기 준법교육에 답 있다

최영승 법무사협회장(법학박사) 2019.12.23 05:30
지난 9월 수원의 한 노래방에서 여중생들이 여자 초등학생을 집단폭행한 일이 발생했다. 코피가 심하게 흘러내리는 피해학생의 모습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타고 여과없이 전파되면서 누리꾼들을 경악케했다. 곧이어 이 사건은 ‘06년생 집단폭행 사건’이라는 제목으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려졌고 게시 하루만에 20만명의 동의를 돌파할 정도로 국민적 분노를 불러 일으켰다.

갈수록 청소년들의 일탈현상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2017년의 인천초등생 사건, 부산여중생 사건에 이어 지난 9월의 수원 06년생 집단폭행사건까지 잊을만 하면 사건이 불거지고 있다. 경찰청 범죄통계에 따르면 2018년 한 해 동안 18세 이하의 강력범죄가 2267건, 폭력범죄가 2만617건으로 나타나고 있다. 성인포함 전체 범죄에 비하면 10%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지만, 건수나 윤리도덕을 습득해 나가는 과정에 있는 예민한 연령대라는 점에서 보면 사뭇 심각한 수준이다.

청소년 범죄의 대책에 대해 우리 사회의 의견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법적 소년의 연령이나 형사미성년자의 연령을 하향조정하여 엄벌하자는 입장과 청소년은 육체만 성인일 뿐 정신적으로는 미성숙한 존재이므로 보호위주로 나가야 한다는 입장이 그것이다. 서로 상반된 해결책이지만 어느 하나도 완전히 포기할 수 없을 정도로 그 나름의 효용성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전자는 처벌에 의존하고 후자는 재발방지의 성격이 짙다는 점에서 이와 별개로 좀 더 근본적인 예방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그 궁극적인 답은 어릴 때부터의 준법교육에서 찾는 것이 옳다. 다만 지금까지 행해져 왔던 것처럼 법의 개념이나 내용을 나열하는 식의 교육이어서는 안 된다. 고교 교과의 ‘정치와 법’이 그렇고, 법무부 발행의 ‘청소년의 법과 생활’ 책자 또한 그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청소년기의 법 교육은 법 내용의 학습보다는 공동체 구성원으로서의 준법정신을 함양하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 방대하고 어려운 법 지식을 짧은 시간에 소화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그러한 교육은 법치주의와 준법정신의 습득에 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준법교육은 내가 왜 법을 지켜야 하는가라는 의문에서 출발하여 그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방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내가 법을 지키지 않으면 자신이나 다른 사람에게 어떤 피해를 주며 어떻게 공동체를 파괴해 나가는 지를, 반대로 내가 법을 지키면 어떤 이로움이 있는 지를 스스로 체험하고 깨닫게 하는 산교육이어야 한다. 이는 법 교육이 단순한 지식전달이 아닌 어릴 때부터 법의 필요성을 느끼고 준법정신이 몸에 배게 하는 체화교육 프로그램이어야 함을 말해준다.

수년 전 경찰공무원 채용 면접위원을 맡았을 때의 일이다. 당시 준법정신 및 도덕성 테스트 항목에서 “살아오면서 법을 위반한 일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안타깝게도 필자가 원하는 답을 얻을 수 없었다. 대부분의 수험생들이 법 위반사실이 없다고 하거나 혹은 가벼운 무단횡단 한 차례 정도가 전부라는 답을 한 게 고작이었다.

그 또래에 중소도시에서 학창시절을 보내면서 무단횡단을 큰 죄의식 없이 수차례 저질렀던 필자 주변의 모습과는 너무 차이가 있는 것 같아 오히려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있다. 필자의 도덕관이 그들에 미치지 못함을 스스로 돌아보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사설학원에서 학습된 획일적인 대답을 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에 이르러서는 지금도 씁쓸한 마음이 들 때가 있다.

법을 위반한 자에게는 형벌과 교정이라는 제도적 장치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사후장치에 불과할 따름이다. 좀 더 일찍부터 준법정신을 고취시켜 건강한 사회공동체를 유지케 하는 교육이야말로 청소년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본다. 입법도 중요하지만 이를 지키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래서 제안한다. 최소한 초등학교부터라도 준법교육을 독자적 교과로 편성하여 실시하자고 말이다.

최영승 법무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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