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 태극기 훼손, 표현의 자유?

이지혜 디자인기자 2020.01.11 05:25

[카드뉴스] 태극기 훼손, 표현의 자유?

   

2015년 4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주기 집회에서 20대 남성 A씨는 종이로 만들어진 태극기를 불태웠습니다. 이 행위로 A씨는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적용된 혐의는 형법 105조 국기 모독죄였습니다. 


재판의 쟁점은 A씨에게 형법 105조를 적용할 수 있는가 였습니다.


<형법 105조(국기, 국장의 모독)>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으로 국기 또는 국장을 손상, 제거 또는 오욕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형법 105조에 따르면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으로 국기 또는 국장을 손상하거나 제거한 자를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모욕할 목적이 있어야 성립하는 목적범이므로 모욕의 목적이 없었을 경우에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1심 재판부는 심리 끝에 A씨가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국가모독죄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검찰은 1심 판결이 부당하다고 보고 항소했고 현재 2심이 진행 중입니다.

 

A씨는 1심 과정에서 형법 105조가 과잉금지원칙 등에 위배된다며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기각했습니다. 이에 A씨는 2016년 3월 헌법재판소에 다시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습니다.

 

A씨가 청구한 ‘형법 105조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 사건’에 대한 헌재의 결정이 지난 7일 내려졌습니다.

 

헌재재판관 4(합헌)대 2(일부위헌)대 3(위헌) 의견으로 4명이 합헌 의견을 냈고 5명은 위헌 의견을 냈으나 위헌 결정을 위한 정족수 6명에는 이르지 못해 아슬아슬하게 합헌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헌재는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으로 국기를 손상하거나 제거하는 행위를 처벌하도록 한 형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란 의견도 다수 나왔습니다. 

 

헌재 결정문

"해당 조항은 국기를 존중·보호함으로써 국가의 권위와 체면을 지키고, 국민들이 국기에 대해 갖는 존중의 감정을 보호하려는 목적에서 입법됐다"

"표현의 자유만을 강조해 국기 손상 등을 처벌하지 않는다면 국기가 상징하는 국가의 권위와 체면이 훼손되고, 국민이 국기에 대해 갖는 존중의 감정이 손상될 것"

"형벌로 이를 제재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위헌 의견

"국민의 국가에 대한 정치적 의사 표현은 국가의 의사 형성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에 대한 규제는 최소화될 필요가 있다"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

"표현의 자유가 갖는 중요성을 고려할 때 처벌 범위를 축소할 필요가 있다"

 

과거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국기를 훼손하는 자를 처벌했던 미국은 1989년 연방대법원의 판결로 뒤집혔는데요.

 

1984년 레이건 정부 정책에 항의하는 표시로 성조기를 불태운 혐의로 기소된 그레고리 존슨이 미국 텍사스 주의 최고법원으로부터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존중의 대상"을 훼손하면 처벌할 수 있도록 한 텍사스의 주법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 연방헌법 수정 제1조보다 우선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텍사스 주가 항소를 하며 이 사건은 결국 연방대법원으로 넘어갔습니다. 연방대법원 역시 5대 4로 텍사스 주 최고법원의 판결을 지지했습니다. 자기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이 미국 사회의 힘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국기에 대한 존중이 우선인지 아니면 표현의 자유가 우선이지 정답을 내릴 수는 없습니다. 다만 우리나라의 자주독립을 염원하며 손에 태극기를 들고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던 역사와 의미는 훼손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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