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판례씨] 불법 도로점거 시위, 참가하면 교통방해죄?

"주최측과 관련성 입증되지 않은 단순 참가자는 일반교통방해죄로 처벌 못해"

최민경 기자 2020.01.10 13:33

삽화=이지혜 디자인기자


신고된 행진 경로에서 벗어나 불법 도로 점거 시위에 참가한 시위자에게 교통방해죄를 물을 수 있을까? 

대법원은 주최측과 관련성이 입증되지 않은 단순 시위자는 교통방해를 직접적으로 유발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2017도8847)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 대표 조모씨는 2015년 3월과 4월 '국민연금 강화 집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노동자대회'에 참가하면서 신고된 행진 경로에서 벗어나 도로를 점거한 혐의(일반교통방해)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씨는 재판 과정에서 차로를 점거했을 무렵엔 이미 집회 참가자들과 경찰 차벽으로 그 일대 통행이 불가능한 상황이어서 자신이 교통을 방해한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

1심은 "일부 행진에 참여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고의로 신고 범위를 일탈한 집회를 주최했다거나 교통방해를 유발하는 직접 행위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주최 측과 공모공동정범이 될 정도의 의사연락이 있었다는 점도 인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공모공동정범'은 2명 이상의 공모자 중 일부가 공모에 따라 범죄를 실행했을 때 실제 행동에 나서지 않은 사람도 범인으로 볼 수 있다는 논리다.

반면 2심은 "경찰이 차벽을 설치한 건 조씨 등이 신고범위를 현저히 벗어나 행진해 초래된 결과"라며 "이런 사정을 알면서도 조씨가 도로 점거에 가담해 교통방해를 유발하는 직접적인 행위를 했다"고 판단했다. 2심은 조씨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2심을 깨고 사건을 무죄 취지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통행을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집회에 참여했다고 해서 모두에게 일반교통방해죄를 물을 순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두 집회가 경찰과 물리적 충돌 없이 비교적 평화롭게 진행됐던 점에 비춰볼 때 조씨가 각 집회에 참가하며 신고범위의 현저한 이탈이나 중대한 위반에 가담한다는 인식을 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조씨는 각 집회에 단순 참가한 것으로 보일 뿐 교통방해를 유발하는 직접적 행위를 했다거나 일반교통방해죄의 공모공동정범으로 죄책을 물을 수 없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결정했다.


◇관련 법령

형법 제185조(일반교통방해) 

육로, 수로 또는 교량을 손괴 또는 불통하게 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교통을 방해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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