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수사부서 축소·물갈이 인사…'위기의 윤석열'

현 정부 상대로 강도높은 수사권 행사하다 역공에 입지 좁아져

이정현 기자 2020.01.14 15:58
윤석열 검찰총장/사진=이기범 기자 leekb@


법무부가 검찰 직접수사부서를 대폭 줄이는 직제개편안을 발표한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신년사에서 "검찰은 여전히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며 검찰개혁을 주문하는 등 윤석열 검찰의 입지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법무부는 앞서 지난 13일 검찰 직접수사부서를 축소시키고 형사부와 공판부를 증설시키는 내용의 직제개편안을 발표했다. 법무부의 직제개편안에 따라 대표적인 검찰 직접수사부서인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 2개가 각각 형사부와 공판부로 전환된다. 이밖에도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 폐지되고 공판부로 전환되는가 하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부는 3개에서 2개로 축소된다.

법무부가 지난 8일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단행하면서 일명 '윤석열 사단'으로 불리던 대검 수사 지휘라인을 모조리 교체해버린 것과 아울러 이번 직제개편으로 검찰 직접수사부서 축소를 추진하게 되면서 법조계에서는 윤 총장의 운신폭이 확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법무부가 축소시키려는 직접수사부서는 말 그대로 검찰이 직접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부서를 말한다. 반부패수사부, 공공수사부, 강력부, 외사부, 과학기술범죄수사부, 공정거래조사부, 조세범죄조사부, 방위사업수사부 등이 직접수사부서에 해당한다. 이들 부서는 경찰 송치 사건이나 고소·고발 사건을 배당받아 수사하는 형사부와 달리 범죄첩보나 정보수집 등을 통해 직접 수사에 착수할 수 있다.

이같은 검찰 직접수사부서는 검찰 권력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혀왔다. 반부패수사부는 공직자나 정치인, 대기업 총수 등의 사회 고위층의 부패범죄를 수사하는 부서다. 과거 공안부였던 공공수사부는 대공, 테러, 선거, 노동 등의 분야를 수사한다. 강력부는 마약이나 조직범죄 등을 수사하는 부서다. 이들 직접수사부서는 별다른 고소·고발이나 신고 없이도 특정 범죄혐의에 대한 수사를 시작할 수 있다. 이같은 특성 때문에 검찰 직접수사부서들은 예로부터 정치적 중립성 논란에 휘말려 왔다. 권력을 잡은 통치자들이 정적 제거를 목적으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는 의혹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검찰의 발목을 잡았다.

검찰 직접수사부서는 검찰총장의 수사의지를 드러내주는 역할도 한다. 특별수사로 명성이 높았던 윤 총장은 취임 이후 사회적 이슈에 대해 강한 수사의지를 보였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가족 비리 의혹으로 사회가 양분됐을 때도 윤 총장은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를 지휘했다. 유재수 전 부산광역시 경제부시장 감찰무마 의혹에 대해선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를 지휘했고 세월호참사를 재수사하기 위해 특별수사단을 출범시키기도 했다. 이처럼 검찰 직접수사부서는 정치적 중립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많지만 검찰총장의 의지를 대변하는 역할을 도맡았다.

때문에 법무부가 추진하는대로 직제개편이 이뤄지면 윤 총장의 운신폭이 좁아지는 게 불가피하다. 검사 인생 내내 수사만 해왔던 윤 총장으로서는 가장 잘하는 것이 수사다. 그런 윤 총장 휘하의 직접수사부서를 축소시킨다면 검찰의 힘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법조계에서는 윤 총장이 외통수에 몰렸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현 정부 및 여당을 상대로 강도높은 수사를 벌이다가 역풍을 맞았다는 분석이다. 또 법무부가 직제개편과 더불어 "검찰개혁이 여전히 중요하다"는 문 대통령의 신년사에 따라 중간간부 인사에서도 친정부 성향의 검사들을 대거 요직에 임명할 경우 윤 총장이 할 수 있는 일의 범위가 굉장히 제한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윤 총장이 아무리 수사권을 강도높게 행사한다 하더라도 직접수사부서 자체가 줄어들면 그 힘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면서 "현 정부가 윤 총장의 손발을 묶으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다른 검찰 출신 변호사도 "윤 총장이 아무리 수사를 직접 지휘한다 하더라도 현 정부가 대검 지휘라인에 친정부 성향의 인사들을 포진시켜 의견을 나눌 주변 간부가 없을 것"이라면서 "앞으로 있을 중간간부 인사에서 일선 수사부서 부장검사들까지 친정부 성향의 검사들로 교체될 경우 아무리 윤석열이라도 별다른 수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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