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 사건 집중한다면서…" 檢 합수단 폐지에 쏟아지는 우려

이해진 기자 2020.01.14 16:19


서울남부지검에 설치된 증권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이 출범 5년반만에 사라진다.

주가조작 등 주요 증권범죄에 대한 신속한 대응을 위해 출범한 합수단은 검찰의 수사기능에 금융당국 조사기능을 더한 조직이다. 출범 이후 1000명가까운 자본시장법 사범을 재판에 넘기는 성과를 낸 합수단은 14일 법무부의 검찰 직제개편과 함께 공판부로 전환된다.

검찰의 직접 수사기능을 줄이고 민생사건 처리와 공판유지에 집중한다는 게 직제개편의 배경이다. 하지만 투자자 다수가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주자조작 등 증권범죄사건의 '민생성'을 외면한 개편이라는 우려도 검찰 안팎에서 나온다.

최근 특정 종목 수사에 현 정권 관련 인사들이 연루돼 있다는 소문까지 겹쳐져 청와대가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거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증권범죄는 민생범죄인데…미국도 직접수사가 대세"

합수단은 2013년 5월 출범 이후 지난 6년간 자본시장법위반 사범 965명을 기소하고 이 중 346명을 구속했다.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예보보험공사 직원이 상주해 자본시장 범죄에 즉각 대응한 덕분이다.

특히 금융위가 중대 증권범죄로 판단할 경우 금감원 조사 없이도 곧바로 수사에 착수하는 '패스트트랙' 제도를 운영, 짧은 시간 치고 빠지는 증권범죄에 특화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검찰 안팎에서는 정치사건이 아닌 경제범죄를 수사하는 합수단까지 직접수사 부서라는 이유로 폐지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금융조세 사건 등 수사경력이 많은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금융·증권범죄는 복잡하고 변화가 많아 수사지휘보다는 검찰이 금융유관기관과 공조하며 직접 수사할 수밖에 없는 특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 검찰도 유일하게 독직범죄와 금융범죄는 직접 수사한다"며 "선진국 사례에 비춰봐도 이번 (합수단 폐지)는 세계적인 추세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새 중앙지검장이 검찰권을 절제하고 민생 직결 사건에 집중하겠다고 언론에 발표했다"며 "합수단이 수사하는 증권범죄야말로 개미투자자를 보호하는 민생수사"라고 강조했다. 그는 "민생범죄를 챙긴다며 합수단을 폐지하는 건 앞뒤가 안 맞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 검찰 관계자도 "주가조작, 무자본 M&A, 내부정보이용거래 등이 합수단이 수사해온 사건들"이라며 "국내 주식시장이 커지면서 증권범죄도 진화하는데 합수단을 정식 직제화 하면 해야지 폐지는 말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각에서는 검찰의 합수단 폐지가 정치적 결정이라는 해석도 제기한다.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합수단이 청와대의 미움을 샀다는 이야기가 들린다"며 "조국펀드 수사에 합수단 검사가 파견되는 등 여권 인사에 대한 증권범죄 수사 때문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공판부 전환 이후 합수단에서 수사 중이던 사건은 같은 검찰청 금융조사1·2부가 넘겨받는다. 김영기 합수단장 등 수사 및 지휘 인력의 거취 등에 대해선 설 연휴 전 단행할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서 이동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합수단에 파견된 금융위, 한국거래소 등 파견인력 철수 등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법무부 관계자는 "합수단장은 공판2부장 정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합수단에 파견인력을 보낸 금융당국 관계자도 "합수단 폐지와 관련해 논의중인 것은 아직 없다"며 "금조1,2부 요청에 따라 공조를 이어갈 수 있지만 남부지검 전체로 보면 수사역량이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유하기

1 /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