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 조정에 검찰술렁…"항의성 사의표명' 잇따라

김웅 검사 "결국 목적은 집권 연장" 작심 비판…내부 통신망 이프로스에 응원댓글 수백건 달려

이미호 기자 2020.01.14 20:29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검찰개혁에 대한 의지를 다시 한번 드러낸 가운데 검찰 내부에서는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국회를 통과한데 대한 '항의성 사의 표명'이 쏟아졌다. 여기에 추미애 법무장관 취임 직후 이뤄진 검찰 고위직 인사, 직접수사 축소 등과 맞물려 검찰 내부가 크게 술렁이고 있다.

'작심 비판'의 포문은 검사내전 저자로 유명한 김웅 검사(49·사법연수원 29기)가 열었다. 그는 대검찰청 미래기획·형사정책단장으로 근무하며 검경 수사권 조정 업무를 맡다가 지난해 7월 법무연수원 교수로 좌천됐다.

그는 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이 열리던 이날 오전 10시 30분쯤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사의를 표명하는 글을 올렸다. 수사권 조정안 통과 과정과 내용을 강하게 비판했다.

김 검사는 "이 거대한 사기극에 항의하기 위해 사직한다. 이 법안들은 개혁이 아니다. 민주화 이후 가장 혐오스러운 음모이자 퇴보"라며 "서민은 불리하고, 국민은 더 불편해지며, 수사기관의 권한은 무한정으로 확대돼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 및 여당을 겨냥해 "결국 목적은 권력 확대와 집권 연장 아닌가. 그래서 '검찰개혁'을 외치고 '총선 압승'으로 건배사를 할 것인가"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김 검사는 "같은 검사가, 같은 방식으로 수사하더라도 수사 대상자가 달라지면 그에 따라 검찰개혁 내용도 달라지는 것인가"라며 "수사 대상자에 따라 검찰개혁이 미치광이 쟁기질하듯 바뀌는 기적 같은 일을 어떻게 해야하나"라고 비판했다.

김 검사 글에는 이날 오후 6시 기준으로 380여개의 응원댓글이 달렸다.

김유철 대검 수사정보정책관(50·29기)은 "그 담담한 목소리에 울었고, 새벽 출근길에도 울었고, 지금도 울고 있다. 이제 후배들 믿고 맘 편히 가라"고 적었다. 정희도 대검 감찰2과장(53·31기)도 "언제 한 번 뵐 기회가 있길 기대했는데 이제 검찰 안에서 뵙는 건 불가능해졌다. 항상 건승하시길 기원한다"고 적었다.

김종오 서울중앙지검 조세범죄조사부 부장검사(51·30기)도 이날 사의를 표명했다. 조세범죄조사부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며 신설됐다가 최근 법무부가 발표한 직접수사 축소 방안에 따라 형사부로 전환됐다.

그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가 투자한 사모펀드 의혹에 연루된 상상인그룹 관련 수사를 이끌었다. 그가 사의를 표명한 이유는 알려지진 않았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설 연휴 이전에 이뤄질 검찰 중간간부 인사를 전후로 '줄사퇴'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지난 2일 추 장관이 임명된 이후 박균택 법무연수원장(54·21), 김우현 수원고검장(53·22기), 이영주 사법연수원 부원장(53·22기)이 사의를 표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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