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 부정 의혹' 첫 재판…삼바 VS 증선위 '격돌'
안채원 기자
2020.01.15 15:33
삼성바이오로직스 본사./사진=뉴스1
회계기준을 따르지 않았다며 금융당국이 내린 제재 처분을 놓고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가 제기한 행정소송의 첫 재판이 15일 열렸다. 삼성바이오 측은 "자회사의 가치가 증가함에 따라 회계 기준에 부합하게 변경 처리했을 뿐"이라며 부정 회계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반면 금융당국 측은 "국제 회계 기준에 따르면 문제가 있는 회계처리"라고 맞섰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박성규)는 이날 삼성바이오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를 상대로 낸 시정요구 등 취소청구 소송의 첫 번째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증선위는 2018년 삼성바이오가 2015년 말 회계처리 기준을 바꿔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고의로 분식회계를 했다고 발표했다. 이를 근거로 2018년 7월 삼성바이오에 김태한 대표이사 등 담당 임원 해임을 권고하는 등 내용을 담은 1차 제재 처분을 내렸다.
이어 2018년 11월 삼성바이오에 과징금 80억원을 부과하는 2차 제재를 추가로 처분했다. 이에 대해 삼성바이오는 이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을 법원에 냈다.
소송 제기 약 14개월 만에 열린 첫 본안 재판에서 양측은 열띤 공방을 벌였다. 삼성바이오 측 대리인은 "이 사건은 일반적인 회계 부정사건이 아닌 자회사 가치가 증가하면서 회계기준에 부합하게 처리된 것"이라며 "관련 내용도 공시됐기 때문에 회계 부정사건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대리인은 또 "증선위 쪽에서는 다른 평가가 있을 수 있겠지만 이 부분이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의 해석과 적용에 대한 견해 차이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재판부가 생각해달라"고 변론했다.
그동안 삼성바이오 측은 2012년에서 2014년 사이 미국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거의 없어 회계처리에 반영하지 않았을 뿐이란 주장을 펼쳐왔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삼성바이오가 85% 이상 지분을 가진 자회사이고 2012년에서 2014년 사이엔 실적도 적었기 때문에 바이오젠 측은 별다른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는 취지다. 하지만 2015년 말에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실적이 올라 바이오젠의 콜업션 행사 가능성이 커졌고 이에 따라 회계 처리를 변경했단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반면 증선위 측은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바이오젠의 콜옵션을 삼성바이오가 회계에 반영하는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증선위 측 대리인은 "바이오젠이 지분이 작았어도 의결권을 가지고 있었고 콜옵션 행사 가능성도 있었던 만큼 삼성바이오의 단독 지배가 아닌 공동지배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양측 의견을 들은 재판부는 오는 3월18일 두 번째 기일을 열기로 했다.
한편 증선위의 제재가 집행되는 것을 정지해 달라는 취지의 집행정지 신청에 대해선 삼성바이오 측 주장이 모두 받아들여졌다. 1심과 2심은 "제재로 인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1·2차 제재에 대해 집행정지 결정을 내렸다.
증선위는 즉각 재항고했지만, 대법원은 지난해 9월6일 2차 제재에 대해 집행정지 결정을 확정한 데 이어 1차 제재에 대해서도 지난해 10월11일 집행정지 결정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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