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법 "김경수, '킹크랩' 시연 봤다 잠정 결론"

재판부 "선고 연기 죄송…선거문화에 미치는 영향 커 깊이 고민"

김종훈 기자 2020.01.21 12:17

김경수 경남도지사./ 사진=뉴스1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심리를 맡은 재판부가 김 지사는 드루킹 일당으로부터 댓글활동 보고를 받은 것이 맞다고 잠정적으로 결론을 내렸다. 이는 김 지사의 유·무죄를 가를 중요한 쟁점이었다. 하지만 재판부는 김 지사를 댓글조작 사건의 공범으로 볼 수 있는지는 아직 모르겠다며 선고를 연기했다.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차문호)는 21일 김 지사의 재판에서 선고 대신 이 같이 밝혔다. 재판부는 이날 선고를 내릴 예정이었으나, 바로 전날 일정을 바꿔 재판을 더 진행하기로 했다. 허익범 특검팀이나 변호인단 요청 없이 재판부 직권으로 결정된 사안이었다.

재판장인 차 부장판사는 김 지사가 드루킹 일당으로부터 댓글조작 프로그램인 '킹크랩' 개발과 댓글활동 내역에 대해 보고를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차 부장판사는 "각종 증거를 종합한 결과 비록 잠정적이지만 피고인(김 지사)의 주장과 달리 허익범 특검팀이 (이 부분을) 상당히 증명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김 지사는 킹크랩에 대해 몰랐고 드루킹 일당의 댓글활동도 '선플운동'인 줄 알았다며 혐의를 부인해왔다. 

차 부장판사의 판단대로라면 남은 쟁점은 김 지사와 드루킹 김씨가 공범 관계였는지 여부다. 김 지사는 드루킹 일당이 선플운동을 하겠다는 줄 알고 활동을 허락했을 뿐 범죄를 저지를 줄은 전혀 몰랐다는 입장이다. 반면 드루킹 일당은 김 지사가 아니었다면 댓글조작 범행은 시작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김 지사와 함께 벌인 일이라고 진술했다.

차 부장판사는 사안이 중대한 만큼 신중히 결정하고 싶다는 뜻과 함께 특검팀과 변호인에게 추가 증거를 제출해달라고 요구했다. 차 부장판사는 "이번 사건은 댓글순위 조작 사건에 당시 문재인 후보자를 돕던 피고인(김 지사)이 어느 정도 개입했는지 ,김동원(드루킹) 측에게 공작을 지시했는지를 봐야하는, 우리 사회 선거문화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큰 사건"이라고 했다. 

이어 "이런 중요성으로 다른 어떤 사건에 비해 어느 예단도 갖지 않은 상태에서 깊이 고민했고 실체적 진실을 밝히려고 노력했다"며 "결론적으로 우리 재판부는 현 상태에서 최종적인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고 했다.

끝으로 "1년 간 사건을 해온 재판부로서 선고기일에 선고하지 못 하고 변론을 재개함으로써 불필요한 추측과 우려를 드려 매우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의 뜻을 밝혔다.

한편 김 지사는 이날 입정 전 기자들과 만나 "사실관계를 밝히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며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끝까지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 지사는 1심 재판에서 드루킹 김동원씨와 짜고 네이버 댓글조작 사건을 벌인 혐의에 대해 징역 2년, 선거 관련 공직 거래 혐의에 대해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허익범 특검팀은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멤버들이 매크로프로그램인 '킹크랩'을 개발해 댓글조작 사건을 벌인 것은 김 지사가 시켰기 때문이라고 주장해 유죄 판결을 받아냈다. 

또 김 지사가 댓글조작 활동에 대한 대가로 경공모 회원인 '아보카' 도모 변호사를 공직에 앉혀주겠다고 제안했다는 혐의도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 김 지사 측은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해왔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을 확정받으면 피선거권이 5년 간 제한된다. 징역형이 선고되면 피선거권 제한은 10년이 된다. 아울러 김 지사처럼 현직에 있는 이는 당선 무효 처리된다. 

공직선거법 결과와 상관없이 댓글조작 사건에 대해 징역형을 확정받아도 공무원법에 따라 김 지사는 지사 직을 내려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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