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당혹케 한 '킹크랩 시연회'는 무엇?

킹크랩 시연회, 김경수 경남도지사 유무죄 가를 결정적 쟁점…2심 재판부 "김경수, 시연회 갔다" 잠정 결론

김종훈 기자 2020.01.21 15:50

김경수 경남도지사./ 사진=뉴스1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킹크랩' 시연회에 참석했다"는 재판부의 잠정적 판단에 변호인단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김 지사의 유·무죄를 가를 수도 있는 쟁점에서 허익범 특검팀의 손을 들어준 셈이기 때문이다.

킹크랩은 드루킹 김동원씨가 주도한 조직 '경제적공진화모임'에서 개발한 매크로프로그램이다. 포털사이트 네이버 뉴스 댓글창에서 특정 댓글에 '공감'을 누르도록 설계됐다. 네이버 댓글 창에서 공감을 많이 받은 댓글은 위쪽에 우선적으로 노출된다. 추천을 많이 받아 위쪽에 오른 댓글이 곧 여론이라고 여기는 경우가 많았다. 그 탓에 특정 댓글을 위로 올리고 싶은 누리꾼들이 서로 공감 클릭 경쟁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드루킹과 경공모는 경제민주화, 재벌개혁 등 주로 진보 성향 인사들이 이야기하는 가치관을 중요시했다. 이들은 다수 여론이 같은 가치관을 따르길 바랐고, 댓글 순위를 조작해 본인들에게 유리한 댓글을 위로 끌어올리면 여론은 자기들 편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처음 드루킹 일당은 손으로 직접 공감·비공감을 눌러 특정 댓글을 올리거나 끌어내렸다. 손으로 직접 수십, 수백번씩 클릭해야 하다 보니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드루킹 일당은 자기들 대신 반복적으로 클릭 업무를 수행해줄 매크로프로그램 개발에 착수했다. 이게 '킹크랩'이다.

김 지사와 킹크랩은 2016년 11월9일 '산채'에서 연결된다. 드루킹 일당은 파주에 차려놓은 '느릅나무 출판사' 사무실을 산채라 불렀다.1심 판결문이 인정한 사실관계와 드루킹 일당의 진술 등에 따르면 드루킹은 김 지사를 산채로 불러 온라인 여론전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킹크랩이 이 여론전을 성공적으로 해낼 수 있다고 말했다.

드루킹은 스마트폰에 설치된 초기 버전 킹크랩을 구동시켜 킹크랩이 댓글순위를 조작하는 모습을 김 지사에게 보였다. 그리고 "의원님 허락이나 적어도 동의가 없다면 저희도 이것을 할 수는 없다"며 김 지사의 의견을 물었다. 
드루킹이 이 사건으로 구속된 뒤 언론에 보낸 옥중서신에 따르면 당시 김 지사는 고개를 끄덕이고 "뭘 이런 걸 보여주고 그러느냐. 그냥 알아서 하지"라고 말하기도 했다. 드루킹은 이를 김 지사가 동의한 것으로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킹크랩에 대해 전혀 몰랐고 시연회도 참석하지 않았다고 줄곧 주장해왔다. 또 드루킹이 댓글 관련 온라인 활동을 자신에게 언급하긴 했지만 '선플활동'으로 알아들었지 범죄행위를 할 줄은 몰랐다고 주장했다. 2심 재판부가 이날 밝힌 심증을 그대로 굳힌다면 김 지사에게 불리한 상황이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재판부는 김 지사의 혐의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는 못했다고 설명했다. 김 지사가 드루킹과 공범 관계인지 확실하지 않기 때문이다. 김 지사가 킹크랩 시연을 보고 드루킹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는 주장을 사실로 인정한다고 해도 바로 공범 관계가 성립하지는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재판부의 고민 지점은 "가능한 한 현 상태에서 기록에 나타난 것과 피고인의 공동정범 여부 등을 결론짓고자 했는데 가능한 결론이 많아 최종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고 봤다"는 발언에서 드러난다. 김 지사가 고개를 끄덕인 것을 범행 지시로 볼 수 있는지, 킹크랩 개발·운용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음에도 단순히 고개를 끄덕였다는 이유만으로 공범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등을 고민하는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이날 허익범 특검팀과 변호인단 양측에 이 부분에 대한 증거들을 추가 제출해달라고 요구했다. 앞으로 이 부분을 놓고 법정공방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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