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파더스 사이트 무죄 이유는?

[나단경 변호사의 법률사용설명서]

나단경 변호사 2020.01.29 05:45


최근 ‘Bad fathers(배드파더스)’의 사이트 운영자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혐의로 재판을 받아 이슈가 되었습니다. 배드파더스 사이트는 양육비를 지급하라는 법원 판결을 받은 이후에도 이를 주지 않는 나쁜 아빠의 얼굴을 공개한다고 해 주목을 받은바 있습니다. 해당 사이트는 합법적으로 양육비를 받기 어려운 상황에서 ‘아빠의 초상권’보다 ‘아이의 생존권’이 더 우선되어야 할 가치라는 믿음을 밝히며, 리스트는 ‘법원의 판결문’, ‘합의서’를 근거로 사실 확인을 거쳐 작성된 것이고 양육비를 지급한 것이 확인되면 리스트에서 곧바로 삭제되는 방식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배드파더스로 인해 정보가 공개된 부모 5명은 배드파더스 사이트 운영자를 상대로 고소를 진행했고, 검찰은 운영자 구씨를 벌금 300만원으로 약식기소를 했습니다. 이후 정식 재판으로 회부되었고 국민참여재판이 열리게 되었는데 국민참여재판 결과 7명의 배심원은 모두 무죄 평결을 내렸으며, 법원으로부터 무죄를 선고받게 되었습니다(수원지방법원 2019고합425 판결 참조).

 

배드파더스 사건의 쟁점은 첫째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이라고 합니다) 상 명예훼손죄의 비방목적이 있는지와 둘째로 형법상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공익성이 있는지 여부가 될 것입니다.

 

1.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비방의 목적이 필요합니다.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는 형법상 일반 명예훼손죄보다 처벌이 무거워 가중하는 대신, △공연성 뿐만아니라 △비방 목적으로 명예를 훼손한 것이라는 목적이 있어야 합니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약칭: 정보통신망법, 망법)

제70조(벌칙) ①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항과 제2항의 죄는 피해자가 구체적으로 밝힌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우리 법원은 배드파더스 운영자가 “피고인은 양육비 미지급자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는 활동을 하면서 대가를 받는 등 이익을 취한 적이 없고, 대상자를 비하하거나 악의적으로 공격한 사정이 없다.”며 당사자들을 비하하거나 악의적으로 공격하는 등 모욕적 표현이 없다고 보아 비방할 목적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2. 형법상 명예훼손 중 사실적시 명예훼손은 공익성이 있다면 위법성이 없어 처벌되지 않습니다.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이 비방목적이 인정되지 않아 적용이 되지 않는 경우에도 형법상의 명예훼손죄에는 해당될 여지가 있습니다. 그러나 형법상 명예훼손죄는 형법 제310조에 의해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만약 거짓의 사실을 적시하여 명예를 훼손한 경우 공익적인 목적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형법 제310조의 위법성 조각사유의 적용을 받지 못하므로 주의해야합니다.

 

형법 제307조(명예훼손) ①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제310조 (위법성의 조각) 제307조제1항의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

 

우리 법원은 배드파더스 운영자가 “피고인이 사이트에 부모의 인적사항을 공개한 것은 양육비를 지급받지 못해 다수의 양육자가 고통 받는 상황에 대해 알리고, 지급을 촉구하기 위한 것이므로, 동기와 목적에 있어 공공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보았습니다. 즉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명예를 훼손하였지만 진실된 사실로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위법성이 없다고 보아 처벌하지 않은 것입니다.

 

3. 비방목적으로 명예를 훼손하거나 허위 사실로 명예를 훼손하는 등 공익성이 인정될 수 없는 경우 명예훼손죄에 해당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합니다.

 

한편 배드파더스에 양육비 미지급 사례 제보자 A씨는 배드파더스 활동 외에 양육비를 주지 않은 아내의 인적사항과 함께 욕설을 SNS에 게재한 혐의가 인정돼 벌금 50만원의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부모 사이의 문제 때문에 아이를 위한 양육비가 제대로 지급되지 않는다면 이는 아동의 생명권과 관련된 중요한 문제입니다. 다만 권리를 지키거나 억울함을 해소하기 위해서라고 하더라도 자력 구제와 사적 보복은 자칫 불이익이 따를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할 것입니다. 조금 번거롭고 비용이 들더라도 법에서 정한 적법한 절차를 이용해 현명하게 양육비를 확보하고 확실히 지급받는 것이 보다 안전한 방법입니다.

 

미국 유럽등에서는 양육비 미지급자에 대해 미국·유럽 등에서는 정부가 여권발급 제한, 운전면허 정지, 출국금지 등의 제재를 가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이러한 제재까지는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현행법상 가사소송법의 △양육비 직접지급명령(제63조의 2 1항) △담보제공명령(제63조의 3 1항, 2항) △이행명령(제64조) △과태료(제67조) △감치(제68조) 등의 규정으로 양육비를 지급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악의적으로 재산을 감추거나 근로소득자가 아니고 지급을 회피할 경우 양육자가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하더라도 양육비를 제대로 받을 수 없는 경우가 있어 한계가 존재합니다.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는 "양육비 미지급 행위는 아동 생존권을 위협하는 심각한 사회문제이고, 양육자들은 엄혹한 현실 속에서 최후 수단으로 배드파더스 사이트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고, “법원이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공익성 인정 범위를 넓혀 명예훼손죄 처벌 기준을 엄격히 하고 표현의 자유를 신장시켰다"고 평가하며 무죄 판결을 환영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습니다. 모쪼로 아동생존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양유비의 실질적 지급을 위한 입법이 이루어지길 기대합니다.


[나단경 변호사는 임대차, 이혼, 사기 등 누구나 겪게 되는 일상 속의 사건들을 주로 맡습니다. 억울함과 부당함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리는 것이 변호사의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나만큼 당신을 생각하는 '나단경 법률사무소'를 운영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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