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록 유출 의혹' 현직 판사들 모두 무죄받은 이유는? (종합)

이미호 기자 2020.02.13 11:23
(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 양승태 사법부 시절 검찰 수사자료를 법원행정처에 누출한 혐의로 법정에 선 신광렬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가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1심 선고를 마치고 법정을 나서고 있다.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된 현직 판사에 대한 첫 법원 판단으로 관심을 모은 이날 재판에서 성창호·조의연·신광렬 부장판사가 모두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2020.2.13/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 2016년 '정운호 게이트' 사건과 관련해 수사기록을 유출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현직 부장판사 3명에 대해 1심 재판부가 전부 무죄를 선고했다. '사법농단'의 핵심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고영한 전 법원행정처 등의 공소사실에 공범으로 적시돼 있는 이들이 무죄 판단을 받았다는 점에서 향후 양 전 대법원장의 1심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유영근)는 13일 오전 10시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기소된 신광렬(55·사법연수원 19기), 조의연(54·24기), 성창호(48·25기) 부장판사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신 부장판사는 지난 2016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로 근무하면서 '정운호 게이트' 사건이 불거지자 영장전담판사들을 통해 영장청구서와 수사기록 등 9건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전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임 전 차장은 신 전 수석부장판사에게 '법원에 접수된 영장청구서와 수사기록을 통해 검찰 수사상황·방향을 확인해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신 부장판사는 이를 조 부장판사와 성 부장판사 등 같은 법원 영장전담판사들에게 전달했고, 이들은 10회에 걸쳐 수사기밀을 임 전 차장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재판부는 "해당 사건 수사정보가 실질적으로 보호할 정보인 공무상 비밀에 해당하지 않고 사법부 신뢰확보 마련을 위한 법원 내부 '보고용 범위' 안에 있다"면서 "피고인 신광렬의 행위로 국가의 범죄수사 기능과 영장재판 기능방해를 초래한 결과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조 부장판사와 성 부장판사에 대해서도 "영장전담 판사로서 통상적 예에 따라 형사수석부장판사에게 영장처리를 보고하고 신광렬이 법관비리 부정사항을 9개 문건으로 작성해 임 전 차장에게 보고한다는 사정도 인식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특히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해서도 전부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세 판사의 영장 유출 혐의 사건은 사법농단 의혹의 핵심과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그 결과가 주목된다.

재판부는 "검찰의 증거만으로는 법원행정처에서 법관의 수사확대를 저지하려는 목적으로 수사 및 재판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검찰 압박방안을 마련해 실행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신광렬 역시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으로서 사법행정차원에서 법관 비리 사항을 법원 행정처에 보고했을 뿐 공소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열린 결심 공판에서 "수사 기밀을 몰래 빼돌린 행위로 수사와 영장 재판에 있어 국민의 신뢰를 얻기 어려워진 점을 고려하면 피고인들의 범행이 매우 중대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신 부장판사에게는 징역 2년을, 나머지 부장판사들에게는 각각 징역 1년을 구형한 바 있다.

신 부장판사는 결심 당시 최후진술을 통해 "법관 비위 사항을 법원행정처에 보고한 것은 사법행정 담당자로서 해야 할 업무를 한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조 부장판사는 "과연 이것이 적정한 검찰권 행사인지 심각한 의문이 든다"고 말했고, 성 부장판사는 "법관과 재판을 이토록 왜곡해 공격할 수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사건 관련 연루 의혹을 받는 현직 판사들은 그동안 재판 업무에서 배제된 채 사법연구 업무를 맡으며 재판을 받아왔다.

특히 성 부장판사의 경우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1심 재판장을 맡았던 이력 때문에 더욱 주목을 받았다. 성 부장판사가 김 지사에게 유죄를 선고하고 법정 구속하자, 여권 등 정치권에서 양 전 대법원장과의 인연을 거론하며 공격한 바 있다. 이에 성 부장판사는 "김 지사 판결에 대한 일종의 보복"이라고 주장했다.

성 부장판사의 변호인은 재판이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사건 확정된 후에 저희들이 말씀드릴 기회 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많이 불편한 재판이었을 텐데 신중하고 현명한 판단 해준 재판부에 감사드린다. 사실관계로 보나 법리적으로 보나 (검찰의 기소에) 무리한 측면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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