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미리 고발했다 취소한 민주당…법조계 "이해 안돼"

이정현 기자 2020.02.14 14:16

(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손수건으로 땀을 닦고 있다. 2020.2.12/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임미리 고려대 교수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가 취소한 것을 두고 법조계에서는 웃지 못할 일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상식적으로 범죄 혐의점이 없음에도 여당이 반대 세력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고발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오랜 기간 선거 사건을 수사해 온 한 부장검사는 "민주당의 이번 고발 해프닝은 도대체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법률검토를 거쳤다고 하지만 정말 그랬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선거운동이라고 볼 수 없는 행위를 선거운동이라고 하면서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고 하는데 이는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라고 덧붙였다.

이 부장검사는 "임 교수의 칼럼이 선거운동으로 인정이 되려면 상식적으로 일반인의 기준에서 칼럼이 특정 후보자를 당선 또는 낙선시키려는 의도가 있다고 판단돼야 하는데 지금으로선 전혀 그렇지 않다"며 "아직 공식적으로 후보자가 정해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무조건 자기 당을 비판했다고 공직선거법 위반이라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또다른 검사는 "민주당의 임 교수 고발 사건이 정식으로 배당됐더라도 아마 각하 처분을 받았을 것"이라며 "애초에 형사처벌 사유가 되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이어 "상식적으로 교수가 신문에 칼럼을 쓰는 행위를 선거운동으로 본다는 것 자체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공안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민주당이 임 교수가 칼럼을 통해 자신들을 깎아내렸다고 해서 이를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했다면 만약 어떤 신문에 민주당을 칭찬하는 칼럼이 나와도 마찬가지로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해야 할 것"이라면서 "민주당의 말에 따르면 낙선 목적이든 당선 목적이든 똑같이 공직선거법 위반"이라고 했다.

이 변호사는 "현실적으로 선거운동의 개념이 모호한 경우가 많다"면서 "대다수의 후보들이 선거기간 전 지역구로 가 선거운동으로 보이는 행위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행위들을 검찰이 모두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수사해 기소하진 않는다"며 "현실적으로 용인되는 부분이 어느 정도 있다. 법은 최후의 보루로만 작동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거법 전문가로 통하는 황정근 법무법인 소백 변호사는 14일 본인의 페이스북에서 "최근 문제된 칼럼의 경우 공직선거법 제254조의 사전선거운동죄에 해당하는지가 논란이 있는데 선거운동 요건 중 '후보자의 특정' 요건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본죄가 성립할 여지가 없다"고 했다.

황 변호사는 "선거운동이라고 하려면 후보자의 특정을 필요로 한다"며 "행위가 특정 후보자, 예비후보자 또는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를 위한 행위여야 선거운동에 해당하는데 이번 칼럼은 특정 후보자를 지칭한 것이 아니므로 정치적 표현의 자유 범위 내에 속한다"고 말했다.

앞서 임 교수는 지난달 28일 한 언론사에 '민주당만 빼고'라는 제목의 칼럼을 썼다. 임 교수는 해당 칼럼에서 "더 이상 정당과 정치인이 국민을 농락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선거 과정의 달콤한 공약이 선거 뒤에 배신으로 돌아오는 일을 막아야 한다"며 "'민주당만 빼고' 투표하자"고 썼다.

이에 민주당은 임 교수를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서울남부지검에 고발했다. 민주당은 임 교수가 공식 선거기간 전 선거운동을 금지하고 있는 공직선거법상 사전선거운동금지 조항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의 이같은 고발 사실이 임 교수의 페이스북을 통해 드러나자 비난 여론이 들끓었고 결국 민주당은 14일 임 교수에 대한 고발을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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