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 전화 한 통이 불러온 비극

이지혜 디자인기자 2020.02.21 06:00
[카드뉴스] 전화 한 통이 불러온 비극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 김민수입니다" 이 한 통의 전화는 20대 젊은 청년을 죽음으로 내몰았습니다.

 

지난달 20일 자신을 김민수 검사라고 사칭한 이 남성은 전북 순창에서 취업을 준비하던 A씨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최근 금융사기단을 붙잡았는데 당신의 통장에서 돈을 인출한 사실을 발견했다"

"수사에 불응하거나 전화를 끊으면 공무집행방해죄로 2년 이하의 징역 및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되고 전국에 지명수배령도 내려진다"

 

계좌가 대규모 금융사기에 연루됐으니 일단 통장에 있는 돈을 인출하라는 이 남성의 지시에 A씨는 돈을 인출해 KTX를 타고 서울 마포구 한 주민센터에 돈을 가져다 놓았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씨는 실수로 전화를 끊었고 남성에게 여러 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자 자신이 공무집행방해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죄책감에 시달렸습니다.

 

두려움과 죄책감을 견디지 못한 A씨는 설 연휴를 하루 앞둔 지난달 22일 자신이 살고 있던 아파트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습니다.

 

뒤늦게 보이스피싱이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A씨의 아버지는 지난 1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에 대한 예방책과 가해자 처벌을 강화해달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습니다.

 

아버지가 게시판을 통해 공개한 유서에 따르면 A씨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순간까지 보이스피싱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고 합니다.

 

[유서내용]

"저는 서울지방검찰청 수사를 고의로 방해한 게 아니며 억울하고 선량한 피해자다"

"소극적이고 조심성 없는 성격이라 긴장하면 인지와 이해를 잘못해 협조조사 중 본의 아닌 실수를 했다"

"한 순간에 전 공무집행방해죄로 공개수배에 등록되게 됐다"

"제가 유서를 쓰는 목적은 공무집행방해죄를 얻게 된 이러한 상황이 있었고 고의가 아니다"

 

아버지는 "보통 이런 경우 피해자가 어리숙했다고 쉽게 판단하지만, 정부 통계에 따르면 한해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2만명에 달한다고 한다"며 "이들을 모두 운이 없었다거나 어리석었다고 말할 수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러면서 "아들의 뜻에 따라 선량한 피해자가 또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해달라"며 보이스피싱 피해 사례집 보급과 예방 교육, 관련자 처벌 강화 등을 요구했습니다.

 

전북지방경찰청은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순창경찰서에서 담당하던 사건을 지방청 지능범죄수사대로 이첩해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2년간 보이스피싱 피해액 1조원, 피해건수 7만1799건.

보이스피싱은 청년, 주부, 노인 등 불특정 다수의 서민들을 대상으로 하며 그 수법 또한 갈수록 지능화되고있어 서민 경제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한 사람의 인생 또는 가정을 파탄 내는 보이스피싱, 무거운 처벌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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