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만에 열린 양승태 재판…김앤장 변호사 "대법원 뜻으로 봤다"

강제징용 판결 변경 논의 있었냐는 검찰 질문에 사실상 시인

이미호 기자 2020.02.22 06:00
(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그동안 재판은 양 전 대법원장 폐암 수술과 회복으로 인해 중단됐다. 양 전 대법원장은 지난달 14일 경기 성남 소재 분당서울대병원에서 폐 일부를 절제하는 암수술을 받았고 수술은 성공적인 것으로 전해졌다.지난해 2월 시작된 재판은 대체로 주 2회 진행돼왔고 지난해 12월 말까지 열리다가 양 전 대법원장 측의 요청에 따라 재판부가 연기를 결정했다.다음 재판은 다음달 4일 열릴 예정이며 기존처럼 주 2회씩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2020.2.21/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두 달여 만에 재개된 '사법농단'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판에서 강제징용 사건의 판결 변경을 위해 외교부를 끌어들이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판사 박남천)는 21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54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양 전 대법원장의 '재판 거래' 혐의와 관련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일본 기업측을 대리한 김앤장의 조귀장 변호사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뤄졌다.

조 변호사는 2012년 5월, 대법원이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전범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에서 1·2심 원고패소를 뒤집고 원고승소 취지로 파기환송을 한 이후에 최건호 변호사와 함께 강제징용 사건 소송팀으로 합류했다.

조 변호사는 지난 2014년 김앤장에서 판결 변경을 위해 외교부를 끌어들이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있었냐는 검찰의 질문에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한상호 변호사에게 연락해 의견서 제출제도에 따라 절차를 진행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했는지, 아무튼 그걸 내게 해달라는 건 기억이 난다"고 시인했다.

또 검찰은 의견서 제출과 관련해 "임 전 차장 혼자만의 의견이라고 생각했냐, 혹은 윗선 즉 행정처 처장이나 대법원장의 뜻을 한 변호사에게 전달한 것으로 이해했냐"고 물었다. 그러자 조 변호사는 "깊이 있게 생각해보진 않았는데 임 전 차장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거라 생각은 했다"면서 "그게 재판부 생각인지 뭔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검찰이 "대법원 의사가 반영됐다고 생각한 것은 아닌가"라고 묻자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앞서 대법원은 2012년 5월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미쓰비시중공업, 신일철주금(현 일본제철) 등 일본기업들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들의 배상청구권을 인정하는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이에 따라 2013년 서울고법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이 났고, 일본기업 측에서 재상고하자 양 전 대법원장이 김앤장과 협의를 주고받으며 상고심 결론을 뒤집기 위해 해당사건을 대법관 모두가 참여하는 전원합의체에 넘기려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한편 양 전 대법원장은 이날 정장 차림에 흰색 마스크를 쓰고 법정에 출석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지난달 14일 폐 일부를 절제하는 수술을 받으면서 그간 해당 재판이 미뤄져왔다.

이날 양 전 대법원장 측은 건강상태를 묻는 재판부 질문에 "출석은 가능하지만 아직 안정과 추적진료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향후 재판진행에 있어 아직 회복중에 있는 건강상태를 고려해 진행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요청했다.

이에 재판부는 "일단 고지한 대로 재판 일정을 진행하겠다"면서 "중간에 사정 변경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이미 지정한 기일인) 오는 4월 22일까지는 일단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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