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현대차 사내하청까지 '불법 파견' 인정

이미호 기자 2020.03.26 17:49

현대자동차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들이 "정규직 지위를 인정해 달라"며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대법원에 계류된지 3년만이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박모씨 등 4명이 현대차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 등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26일 확정했다.

박씨 등은 현대차와 도급 계약을 맺은 협력업체 소속으로, 지난 2005~2006년부터 현대차 자동차 연구·개발을 담당하는 남양연구소에서 시험용 차량의 도장업무에 종사해왔다. 박씨 등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이 개발 중인 신차의 도장 업무를 수행하면 현대차 소속 정규직 연구원들이 그 결과를 분석해 문제점을 확인하고 점검하는 방식으로 업무가 이뤄져 왔다.

이에 박씨 등은 지난 2014년 10월, 회사 공장에서 업무 지시·감독을 받는 등 사실상 '파견 노동자'로 일해 왔다며 정규직을 인정해 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박씨 등은 사내협력업체에 고용된 후 현대차의 작업현장에 파견돼 현대차로부터 직접 지휘·명령을 받는 근로자 파견관계에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현대차는 고용의무 불이행으로 인해 박씨 등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2심도 이같은 1심 판결을 받아들였고, 대법원도 "원심은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법리 오해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며 원심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이와 비슷한 형태로 하청업체를 사용해 온 다른 기업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기아차 비정규직지회 공동투쟁위원회는 대법원 판결 후 성명을 내고 "대법원판결을 적극 환영한다"면서도 "현대차·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불법파견 집단소송에 대해서는 소송을 시작한지 10년이 흘렀지만 지금까지도 대법원 판결이 지연되고 있다. 남은 소송도 조속히 결심해달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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