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누구나 예외없이 조사"…'검언유착' 의혹 윤석열 겨냥?

김태은 기자이정현 기자 2020.04.03 17:16

(제주=뉴스1) 고동명 기자 = 3일 오후 제주지검 현관 앞에서 추미애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핵심 참모 중 한명이었다가 추 장관 취임 후 첫 인사에서 제주로 자리를 옮긴 박찬호 제주지검장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2020.4.3/뉴스1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약점을 취재하기 위해 윤석열 검찰총장 최측근인 검찰 고위 간부가 종합편성채널(종편) 소속 기자와 유착했다는 의혹에 대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사실상 윤 총장을 포함한 고강도 감찰 가능성을 시사했다. 법무부는 대검찰청에 관련 의혹에 대한 진상 조사를 지시한 바있다. 대검은 감찰부서를 통해 '감찰'에 준하는 진상 파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추 장관은 3일 오전 제주도 4·3추념식에 참석한 뒤 오후에 제주지검을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취재진을 만나 '검언유착 의혹 조사는 어떻게 진행되냐'는 질문에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고 법으로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면서 "여러가지 의문점에도 법과 원칙대로 이뤄질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누구나 예외없이"라며 조사 대상이 의혹 당사자인 이른바 'A검사장'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란 점도 시사했다.

앞서 MBC는 채널A 소속 이모 기자가 A검사장과의 유착관계를 바탕으로 구속 수감 중인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먼트코리아 대표로부터 유 이사장의 비위를 제보할 것을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이 전 대표는 신라젠의 대주주였으나 ‘신라젠 미공개정보 이용’ 등 혐의에 연루돼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지난해 9월 징역 12년형을 확정받아 수감 중인 상태다.

MBC에 따르면 이 기자는 이 전 대표 지인과 만나 '유 이사장 등의 비위를 제보하지 않으면 검찰로부터 더 강도 높은 수사를 받게 될 것'이란 취지로 압박했다. 특히 A검사장과 나눴다는 대화 녹취록을 등을 보여주며 제보를 할 경우 그의 선처를 최대한 돕겠다고 했다고 보도했다.

추 장관은 관련 보도 직후 "녹취가 있고 상당히 구체적"이라며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수 없는 단계라고 본다면 감찰이라든가 여러가지 방식으로 조사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검은 보도 내용과 채널A 측이 설명한 상황, A검사장의 입장 등을 정리해 법무부에 보고를 했으나 법무부는 보고 내용이 충분치 않다고 판단, 감찰관실을 통해 추가로 진상 파악을 하라는 공문을 내려보냈다. 1차 보고 당시 '대검은 보도에 등장하는 검사장이 자신이 아니'라는 A검사장의 입장과 채널A가 자체적으로 파악한 결과 녹취록과 녹음 속 인물이 A검사장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는 등의 내용을 보고했다.

그러나 여권 일각에서 A검사장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선 채널A의 이 기자와 A검사장의 통화 내역과 녹음 파일을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며 감찰을 압박해왔다. 특히 '검찰 쿠데타 세력 14인' 명단을 공개하는 등 윤 총장과 검찰에 대한 저격수를 자처하고 있는 황희석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는 A검사장이 맞다고 기정사실화하고 법무부가 이를 밝혀내야 한다고 압박하고 나섰다.

이와 함께 황 후보는 이 전 대표가 이 기자에게 보낸 편지를 공개하며 윤 총장이 이번 유착 의혹에 관여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채널A 기자들은 조국 전 장관 가족 수사가 한창일 때 대검과 직접 소통한 흔적이 아주 역력하게 증거로 남아있는 사람들"이라며 "이 편지는 그 뒤에도 서로 내통하고 있었다는 흔적"이라고 말했다. 검찰과 채널A의 유착 관계가 A검사장만의 문제가 아닌 윤 총장과 이른바 '윤석열 사단'의 조직적 관계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대검은 전날 MBC와 채널A 측에 녹음 파일, 촬영물 등 관련 자료를 제출해 달라는 협조 요청 공문을 보내 증거 확보에 나선 상태다. 이와 별도로 법무부의 진상 파악 지시를 받은 대검은 관련 의혹에 대해 신설된 감찰3과를 통해 감찰에 준하는 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감찰3과는 부장검사 이상 고위 검사들의 비위를 살피는 업무를 담당했던 대검 특별감찰단을 정식 직제화한 부서로 지난달 신설됐다.

조사 대상에는 A검사장 뿐 아니라 녹취록에서 A검사장이 언급한 대검 간부와 서울남부지검 수사팀 검사 등이 포함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이와 함께 윤 총장이 이들의 움직임에 대해 보고받거나 인지하고 있었는지 여부도 법무부가 조사 내용으로 요구했을 것이란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MBC에 관련 의혹을 제보한 인물이 그동안 '제보자X'라는 이름으로 검찰 관련 비리 의혹을 꾸준히 제보해왔으며 열린민주당의 지지자이면서 황 후보에게 개별적으로 제보를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역시 조사로 밝혀져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이비 증인을 내세우면 어용언론이 붙어 보도하고 어용시민단체들도 들고 일어난다. 그러면 기다렸다는 듯이 여당이 숟가락을 얻고 이를 받아서 법무부가 움직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 조직의 배후에는 최강욱과 황희석이 있다는 얘기"라며 "열린민주당의 해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소속의 권경애 변호사는 "제보자X는 MBC 전속 제보자인가?"라며 "MBC는 '범언유착(범인과 언론의 유착)'"이라며 또다른 의혹을 제기했다.

열린민주당 관계자는 "제보자가 황 후보에게 개별적으로 제보했다고 들었으나 당 차원은 아니다"라며 "채널A 기자가 이 전 대표에게 먼저 접근을 해서 시작된 문젠데 열린민주당 인사가 마치 배후에서 이를 짠 것처럼 주장하는 건 합리적인 주장이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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