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법률구조공단, 단체교섭 회피 위해 '노조설립무효소송' 제기?

이정현 기자 2020.04.09 05:10
대한법률구조공단



대한법률구조공단과 소속 변호사 노조의 갈등이 결국 법원의 판단을 받게 됐다. 공단은 변호사 노조 구성원 자격을 문제삼아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으나 이미 노동청의 기각 결정이 난 사안이어서 단체교섭을 피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법조계에 따르면 공단은 지난달 11일 서울중앙지법에 노조설립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변호사 노조 구성원 중 가입자격이 없는 사람들이 포함돼 있어 노조 설립 자체가 무효라는 취지였다. 당시 공단 관계자는 노조 구성원 자격에 대해 노동청의 결정이 있었지만 정식으로 법원의 판단을 받아보기 위해 소송을 제기한 것이라고 밝혔다.

공단은 본부 아래 지부, 출장소, 지소로 이뤄져 있다. 현재 변호사 노조에는 출장소장과 지소장 보직을 맡은 변호사도 소속돼 있다. 공단측은 이들이 기관장으로서 직원들을 평가하는 관리자 위치에 있기 때문에 노조원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단은 이같은 주장을 담아 지난해 서울노동청에 진정을 냈으나 기각된 바 있다.

본지가 확보한 소장에 따르면 공단측은 소를 제기하면서 변호사 노조와 단체교섭을 피하게 위한 의도가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공단측은 소장에 '공단으로서는 현존하는 파업의 위험을 제거하고 피고 변호사 노조의 단체협약 체결요구에 응하여야 하는 법률상의 의무가 있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피고 노동조합이 적법하게 설립된 것인지에 대한 확인판결을 받는 것이 가장 유효적절한 수단이 될 것'이라고 적시했다.

실제로 공단과 변호사 노조는 지난 2월 단체교섭을 끝으로 더이상 교섭자리를 갖지 않고 있다. 당시 교섭은 50여분간 진행됐고 서로의 입장만 확인하는 수준에 그쳤다고 한다.

공단의 이같은 소 제기에 법조계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통상적으로 노조설립무효확인소송은 노조가 노조를 상대로 이뤄진다. 복수노조가 있는 경우 다수노조가 기득권 침해를 우려해 소수노조를 상대로 노조설립무효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기존 노조가 신규 노조를 상대로 제기하는 경우도 있다. 이번처럼 사측이 노조를 상대로 노조설립무효소송을 제기하는 경우는 이례적이라는 것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n번방 사건 피해자 지원이나 코로나19로 인한 법률문제 지원 등 공단의 사회적 책임이 무거워져 가고 있는 가운데 내부 문제를 해결할 생각없이 이처럼 대립을 이어가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면서 "내부적으로 해결이 어려우면 상급기관인 법무부라도 나서서 중재를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단 변호사 노조는 지난 2월3일 인력 충원 등을 요구하며 사상 첫 총파업에 들어갔다. 총파업은 47일간 진행됐고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지난달 19일 종료됐다.

공단측은 이같은 문제 제기에 "노동청에 판단이 한번 있었으나 공단은 변호사 노조 구성원에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이같은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면서 "법원에서 공단의 손을 들어주면 파업의 위험성이 사라지는 것은 물론 단체교섭 문제도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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