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vs정경심, 동양대 표창장 '인주 공방'에 인턴확인서 조작 논란(종합)

이미호 기자 2020.04.08 19:14
정경심 교수의 재판에서 '표창장 발급시 총장 직인 이미지 파일은 사용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동양대 직원의 법정 증언이 나오면서 정 교수의 위조 혐의를 굳히려는 검찰과 진술의 신빙성을 탄핵하려는 정 교수측이 맞붙었다. 또 전직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연구소장이 '인턴 확인서가 조작됐다'는 취지의 증언을 하면서 이를 두고도 양측의 법정 공방이 이어졌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배우자 정경심 동양대 교수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검찰, 법정서 통화내용 직접 틀어 '공개'


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5-2부(재판장 임정엽) 심리로 열린 정 교수의 9차 공판기일에서는 동양대 직원 박모씨가 증인으로 나왔다. 이날 오전 공판에서는 동양대 교원 인사 업무를 담당하는 박씨와 정 교수와의 과거 통화 내용을 두고 양측이 공방을 벌였다.

두 사람은 지난해 8월 27일부터 9월 7일까지, 7차례 통화를 했는데 검찰은 "어감이 중요하다"며 일부 내용을 직접 재생했다.

통화에서 정 교수는 박씨에게 딸의 동양대 수료증에 관한 문의를 하면서 "(총장 직인) 이미지를 가져다가 위에 엎어서 찍을 가능성은 아예 없는 거죠?"라고 물었고, 이에 박씨는 "직인대장이나 도장을 스캔해서 얹으려고 하면 얹을 수는 있겠죠"라고 답했다.

이어 박씨는 "우리는 컬러 프린트로 나가는게 단 한번도 없다. 빨간색 인주로 항상 찍어 나간다. 인주 부분을 손으로 문지르면 지워진다"고 했고, 정 교수가 "그 도장이 우리가 아는 인주는 아니죠"라고 되묻자 박씨는 "그 인주 맞다. 빨간색 인주"라고 했다.

이 말을 들은 정 교수는 "이상하네"라며 "집에 수료증이 하나 있는데 딸 보고 찾아보라고 해 번지는지 좀 보라고 물어봤는데 안 번진다고 그래서요"라고 했다. 대화내용에는 수료증이라고 나오지만, 박씨는 검찰 조사에서 정 교수가 말한 수료증이 표창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진술했다.

반면 정 교수측은 총장 직인 이미지 파일이 사용된 영문 상장을 반박 증거로 제시하며 진술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정 교수측 변호인은 "동양대 직원 진술에 의하면 총장 직인 디지털 파일이 존재한다고 했다"고 묻자, 박씨는 "400~500장씩 인쇄소에 맡겨 상장을 출력할 때는 총장직인 이미지 파일을 사용한다고 한다"고 답했다. 또 실제 표창장을 위조했다면 인주가 번지는지 여부를 물어볼 이유가 없지 않느냐는 취지로 반박했다.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장에서 열린 (당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공개된 딸의 동양대학교 표창장.




정경심측 "인턴 확인서, 영어 원문상 '성실'로 해석가능"


이날 오후 재판에는 전직 KIST 연구소장 이모씨가 증인으로 나왔다. 그는 정 교수의 초등학교 동창으로 정 교수 부탁을 받아 딸 조씨를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해주고 담당 교수 대신 확인서를 허위 발급해 준 의혹을 받고 있다.

이씨는 법정에서 자신이 작성해 준 확인서가 공식 연수증명서가 아니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그는 "정 교수가 친구기도 하고 믿을만 하다고 생각해 써줬다"며 "제가 작성해준 서류는 공식 연수증명서가 아니라 이 학생이 이러한 일을 했다고 소개하는 추천서로 개인적 서한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특히 검찰은 이씨가 2013년 3월 27일자로 정 교수에게 작성해준 인턴 확인서와 딸 조씨가 서울대 의전원에 제출한 인턴 확인서를 법정에서 공개하며 비교했다.

검찰은 원본에는 '2011년 7월 11일부터 3주간 주 40시간씩'이라고 돼 있고, 서울대 의전원 제출 서류에는 '2011년 7월11일부터 29일까지 3주간 (주 5일, 일 8시간 근무, 총 120시간)'이라고 수정돼 있는 점을 문제삼았다.

이에 정 교수측은 과한 위조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정 교수측 변호인은 "7월 11일부터 3주간이면 29일까지 아니냐, 굉장한 위조가 아니다"라고 따졌다.

변호인은 또 원본과 달리 '성실하게'라는 표현이 들어갔다는 검찰측 지적에 대해 "영어 원문을 보면 성실하게 실험 업무에 참여했다고 번역하는게 문제가 되나"라고 이씨에게 반문하기도 했다. 그러자 이씨는 "성실하게라는 부분이 없지 않냐. 성실한거랑 해당 논문을 깊이있게 보는건 다르다"고 답했다.

이밖에도 정 교수측 변호인은 이씨에게 정 교수가 보낸 이메일을 제시하며 "3주라고 써달라고 부탁한 내용이 없다"고 반박했다.
정경심 교수 면회를 마치고 구치소를 나서고 있는 조국 전 장관의 모습




한 법정에 나란히 서게 된 조국과 정경심


이날 재판부는 정 교수 사건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지난해 12월 정 교수가 조 전 장관의 공범으로 추가 기소)을 병합하지 않고 각각 재판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활동 증명서를 허위로 작성, 아들의 한영외고와 대학원 입시에 활용한 혐의(업무방해 등)로 조 전 장관과 함께 지난해 12월 추가 기소됐다. 이 사건(조국 사건)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김미리)에 배당됐다.

해당 재판부는 공판준비기일에서 "피고인 의견을 존중하겠으니 결정해서 알려달라"는 취지로 말했고, 이에 정 교수측은 결국 병합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당초 정 교수측은 조 전 장관과 한 법정에서 재판을 받는데 대해 "부부재판으로 망신주기"라며 반대해왔는데, 입장을 바꾼 이유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구속연장 확률을 최대한 줄이기 위한 선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정 교수의 구속기한이 내달 10일에 만료된다는 점에서 병합이 이뤄지지 않으면 추가 기소 혐의에 대해 '정경심 재판부'가 아닌 '조국 재판부'가 판단을 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최소한 추가 구속영장 발부에 있어선 새 재판부 판단을 받는게 더 낫겠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또 구속문제뿐만 아니라 유무죄 판단이나 양형에 있어서도 새 재판부에 기대를 걸어보는게 더 유리하다고 봤을거라는 분석이다.

공유하기

1 /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