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윤리 위반' 시인한 채널A…'MBC 수사'도 필요하다는 檢

이정현 기자 2020.05.26 06:30

채널A/사진=뉴스1



이른바 '검언유착'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됐다. MBC 보도로 촐발된 이번 의혹에는 현직 검찰 고위직과 '제보자X' 지모씨가 등장한다.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이들 정체가 드러날지 이목이 집중된다. 또 검찰은 MBC에 대한 수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어서 추가 수사 여부와 방식이 주목된다.



검찰, '검언유착' 수사 본격화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고발인 조사를 위해 25일 오후 2시 법치주의 바로 세우기 행동연대 이종배 대표를 불렀다. 이 대표는 지난 4일 지씨를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지씨가 실제로 여권 정치인들의 비리 자료를 가지고 있지 않으면서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채널A 기자를 속여 업무를 방해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이날 최강욱 열린민주당 당대표와 황희석 열린민주당 최고위원을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추가 고발했다. 두 사람이 페이스북 등 SNS 에 올린 글의 내용으로 봤을 때 지씨와 공모의 의사가 있었다는 주장이다.

이 대표는 서울중앙지검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의혹은 최강욱, 황희석, 지씨가 공모해 검찰을 장악하여 권력의 시녀로 만들고 언론을 탄압해 어용언론으로 만들어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법치주의를 무너뜨리려 한 심각한 정치공작 사건"이라고 했다.



채널A "MBC 보도 중 일부 내용 달라"


채널A는 이날 홈페이지에 자체 진상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채널A는 의혹이 커지자 자체 진상조사위를 꾸려 조사를 진행해 왔다. '신라젠 사건 정관계 로비 의혹 취재 과정에 대한 진상조사 보고서'라는 이름의 보고서는 총 53페이지이며 조사위원장은 강일원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맡았다.

채널A는 보고서에서 MBC 보도에 자체 조사내용과 다른 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채널A 이모 기자가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먼트코리아 대표에게 보낸 편지 내용 중 일부가 추가되거나 누락됐다는 취지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 기자는 이 전 대표에게 2월14일부터 3월10일까지 총 5통의 편지를 보냈다. 조사위는 이 중 4통의 편지 파일을 확보했다. 조사위는 "4통의 편지 중 MBC가 공개한 4통의 편지와 동일한 편지는 1통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기자가 두 번째로 기재한 편지는 MBC가 2월17일 수신한 것으로 표기한 편지와 문단 구성의 순서와 내용에서 유사하다"면서 "하지만 추가되거나 누락된 표현, 문장, 문단 등 모두 23군데에서 차이를 보인다"고 했다.

조사위는 "MBC 보도와 유일하게 동일한 편지는 A4 용지 4장 분량으로 조사위가 확보한 편지 중 가장 길고 '합법적인 방식'을 강조하는 문장들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해당 편지에는 △밸류인베스트파트너 대표로 등재됐던 사모님을 비록해 가족·친지·측근 분들이 다수 조사를 받게 될 것. △대표님이 검찰과 공식적인 딜을 할 수는 없다. 한국에서 플리바게닝은 불법이며 이것은 할 수도 없고 해서는 안된다. △저는 다년간의 검찰 취재로 검찰 고위층 간부와도 직접 컨택할 수 있다. △저는 로비스트가 아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검찰과 먼저 손을 잡고 이 사건을 특정 방향으로 진행시킬 수는 없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검찰, 실체적 진실 밝히기 위해 MBC 수사는 불가피


검찰은 MBC에 대한 수사가 여전히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최근 채널A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MBC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도 함께 청구했으나 법원에서 기각됐다. 이후 MBC는 검찰의 관련 자료 임의제출 요구에도 "범죄 혐의가 확인되지 않은 자료를 취재원 동의 없이 수사기관에 제출하는 것은 언론기관의 취재윤리를 위배하는 것"이라면서 거절했다.

이에 검찰은 현재 이 기자와 채널A를 압수수색해 확보한 자료들만 가지고 수사에 임하고 있다. 검찰은 이 기자를 불러 확보한 자료를 분류·확인하면서 동시에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확보된 자료의 양이 방대해 마치려면 시간이 꽤 걸릴 것이라는 전언이다.

아울러 검찰은 MBC 본사에 대한 수사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지난 영장기각 이후 재청구한 적은 없지만, 수사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채널A 진상조사보고서를 통해 보도 내용 중 조사결과와 다른 부분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만큼 MBC가 보도에 활용한 편지나 녹취록, 영상 등이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번 의혹에 등장하는 검찰 고위직의 실체를 확인하기 위해서도 MBC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본다. 앞서 검찰은 MBC에 공문을 보내 채널A 기자들과 검찰 고위직의 통화 내지 대화가 녹음된 파일 및 녹취록을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변호인 "부실한 조사와 한정된 증거로 성급한 추정"


진상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이 기자의 변호인은 "상당 부분이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반박하는 입장을 냈다. 그러면서 "이 기자는 '검찰 고위직'과 본건 취재 과정을 사전·사후에 공모한 사실이 전혀 없고, 지씨에게 들려준 음성 녹음파일은 '검찰 고위직'이 아니라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기자는 취재윤리를 위반한 사실은 인정하고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면서도 "지씨는 제보할 의사도 없으면서 '여야 정치인 5명' 운운하며 취재를 적극 유도하고 있는데 이를 두고 협박받은 사람의 태도로 볼 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특정 정치인은 녹취록에도 없는 내용을 마치 녹취록에 있는 것처럼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검찰에 함께 고발된 상황"이라며 "나머지 피고발인들에 대한 수사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것이므로 균형있는 강도와 절차로 진행돼야 실체적 진실을 규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또 이 기자에 대한 진상조사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제한됐고 압수수색 과정에서도 위법이 있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앞서 채널A는 이날 자체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검찰의 영향력을 이용한 부적절한 취재가 있었다고 시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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