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피운 남편한테 출산 두 달 만에 쫓겨났어요

[조혜정의 가정상담소]

조혜정 변호사 2020.06.22 06:25







바람피운 남편한테 출산 두 달 만에 아이 안고 쫓겨났습니다.




Q) 5월 초에 예쁜 딸을 낳은 올해 서른의 애기엄마입니다. 다른 산모들은 모든 집안식구들의 지원을 받아가며 아이 키우기에 여념이 없을 때인데 저는 비참하게도 며칠 전 아이를 안고 집에서 쫓겨났습니다.

제가 임신 8개월 때 남편이 다른 여자와 바람이 나더니 아이를 낳은 저한테 헤어지자고 하더라고요. 자존심 버리고 아이를 위해서 어떻게든 버텨보려고 했지만 결국 출산 후 두 달이 채 못 돼 남편이 짐 싸주면서 나가라고 했어요. 친정에라도 갈 수 있으면 좋을텐데 아버지는 치매이고, 어머니는 편찮으셔서 거동이 불편하세요. 아이와 제가 가야 있을 방도 없고 돌봐줄 사람도 없어 친정의 도움은 전혀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고요.

바람피운 남자들이 다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남편은 별로 미안해하지도 않고 저한테 위자료를 주겠다는 얘기도 안 합니다. 그저 제가 아이를 안 키울 거면 놓고 가라고만 하네요. 그러면 자기가 키우고 양육비는 안 받겠다고 합니다. 남편이 이렇게 뻔뻔스런 태도를 보이는 이유 중 하나가 우리가 정식으로 혼인신고를 안 해서 법적인 부부가 아니래요.

저와 남편은 1년 반 전에 만나 1년 전부터 같이 살았고 그러다 작년 9월 초에 아이 가진 걸 알았어요. 바로 남편한테 알렸더니 낳자고 해서 양가 부모님한테도 알렸죠. 시아버지도 좋아하시면서 같이 교회에 나오라고 하셔서 같이 교회에도 나가고 시댁 제사와 설 명절에도 같이 갔었습니다. 원래 결혼식을 아이 낳기 전인 금년 2월 쯤에 하려고 했는데 코로나 사태 때문에 연기하고 아이를 낳고 난 후 돌잔치와 함께 하우스웨딩으로 하기로 했었습니다. 2월 말까지도 아무 문제 없었고 출산을 앞둔 보통의 부부와 똑같았어요.

그런데, 3월 초부터 남편이 이상했어요. 직장을 옮긴 뒤 집에 늦게 들어오기 시작하다가 어느 날 새벽에 들어오더니 셔츠에 립스틱과 펄 등 여자화장품이 묻어있었습니다. 그 때부터 2주간 하루도 빠짐없이 주말에도 출근한다고 나가고 계속 화장품을 묻혀오더라고요. 주머니에서 카페영수증과 모텔영수증도 나왔지만 저는 남편을 믿었어요. 뭐냐고 물을 때마다 펄쩍 뛰면서 일 때문에 그런 거라고 했거든요. 조금 있으면 아이도 나오는데 설마 바람을 피울 거라고는 생각 못했어요. 그런 저한테 친구가 바보라며 확인해보라고 해서 남편 차의 블랙박스를 확인해봤습니다. 남편이 같은 회사 여직원과 바람이 난 것이었어요. 둘이서 ‘사랑한다. 여보’는 기본이고 제가 출산하면 저와 헤어지고 결혼하자고 약속했더라고요. 둘이서 저를 흉보고 저희 친정식구들까지 묶어서 욕하기까지. 제가 느꼈던 배신감, 분노 어찌 다 말로 하겠어요. 충격 받아 2주간 밥 한 끼 못 먹고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습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저는 남편에게 말 한 마디 못 했어요. 제가 알고 있는 거 티내면 남편이 더 막 나갈 거 같아서요. 전 갈 곳이 없었거든요. 저와 아기가 버려질까봐 무서워 말도 못하고 제가 더 잘하면 혹시 마음이 돌아와 주지 않을까 더 잘해주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래도 별 소용이 없어 출산 얼마 전 남편이 헤어지자고 하더라고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지만 일단 아이낳고 얘기하자고 했더니 자기는 결정했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하면서 그 때부터는 집에 거의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흘러 5월 초 저는 딸을 낳았어요. 남편은 아이 얼굴을 보고도 냉랭하기 짝이 없었고 산후조리도 안 끝난 제게 언제 나갈 건지 결정하라고 재촉하더라고요. 그제서야 제가 바람 피운 거 알고 있다고 하니 남편이 적반하장으로 저한테 화를 냈습니다. 뻔히 알면서도 모른 척했다면서 제가 무서워서 같이 못 살겠다면서 폭언을 퍼부었어요. 제가 위자료 청구하겠다니까 아이를 포기하면 자기가 키우고 양육비는 청구 안 할테니 위자료 소송은 하지 말라고 합니다. 

저도 정말 고민 많이 됐어요. 당장 오갈 데도 없는 제가 아이를 키우는 것보다 부잣집 아들인 남편한테 아이를 맡기는 것이 아이를 위해서 나은 선택이 아닐까. 하지만, 남편이 그 여자와 결혼하면 아이는 시어머니가 키울 것이고 그러면 아이는 천덕꾸러기로 자라게 될 것이 뻔하니, 차마 그런 선택을 할 수가 없었어요. 아무리 힘들어도 내 아이니까 내가 키워야겠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남편이 짐까지 싸주면서 나가라는데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어서 아이를 데리고 미혼모 지원단체에서 알아봐준 시설로 왔습니다. 당장은 이 시설에서 지낼 수 있지만 제겐 아이 양육을 도와줄 사람도, 돈도 없어서 정말 막막합니다. 이 시설도 1년만 머무를 수 있어서 1년 뒤에는 나가야 하는데 갈 곳이 없어요. 혼자서 아이를 키워야 하니까 일을 할 수도 
없고요.

지금 저한테는 아이가 어느 정도 클 때까지 버틸 수 있는 생활비와 이 시설에서 나갈 때 원룸이라도 얻을 수 있는 보증금이 필요해요. 지금까지 남편은 아이와 살 돈을 주겠다는 말을 한 적이 한 번도 없고 심지어 아이 출생신고도 안해줬어요.

혼인신고 안 했어도 남편과 그 여자를 상대로 위자료는 받을 수 있는 거죠? 남편의 상간녀 그 여자한테도 꼭 위자료 받고 싶어요. 조금 있으면 아이가 나온다는 거 뻔히 알면서 결혼하자고 한 그 여자한테도 위자료 꼭 받아야겠어요. 아이 양육비도 받아야 되는데 얼마나 받을 수 있을까요? 그리고, 남편이 아이 출생신고에 끝까지 협력 안 해줄 경우에 아이 출생신고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남편과 그 여자 정말 못 됐네요. 아무리 사랑이 좋다기로서니 몇 달 뒤에 새 생명이 태어나는데 사랑놀음을 하고 싶었을까요. 책임감이라곤 눈꼽만치도 없는 남편과 거기에 맞장구친 양심에 털난 그 여자 혼내주고 싶네요. 


특히, 아이 아빠 말이예요. 출산 후 산모 몸도 회복이 다 안됐는데 갈 곳도 없는 사람을 나가라고 하다니 인간으로서 어찌 그럴 수가 있을까요? 마음 같아선 무책임하고 양심없는 아이 아빠를 형사고발이라도 하고 싶은데 마땅히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없어서 너무 안타깝네요. 

지금 선생님이 할 수 있는 것은 남편과 그 여자를 상대로 해서 소송해서 위자료 받고, 남편한테 아이 양육비 받을 수 있는 정도예요. 혼인신고 안 했으니 위자료 못 받는 거 아닌지 걱정하는데 그래도 위자료는 받을 수 있어요. 

혼인신고를 안 했더라도 결혼하려는 의사를 가지고 부부로서 공동생활을 하면서 가족공동체 내에서 배우자로 인정받은 경우에는 ‘사실혼’으로 봐서 혼인신고를 한 ‘법률혼’과 거의 비슷한 보호를 받을 수 있거든요. 보통은 결혼식을 올렸는가를 기준으로 하긴 하지만, 그게 절대적인 건 아니에요. 중요한 건 부부로서 공동생활의 실체가 있느냐와 가족공동체 내에서 배우자로 인정을 받았느냐인데, 선생님 사안의 경우에는, 임신해서 같이 살았고 시아버지 권유에 따라 같이 교회에 나가고 명절에 시댁에도 갔으며, 가까운 시일 내에 결혼식이 예정돼 있었는데 불가항력적인 사태 때문에 못하게 된 거니까, 이런 점들을 종합해서 고려하면 사실혼으로 인정받기는 별로 어렵지 않다고 판단됩니다.

사실혼으로 인정이 되면 사실혼을 부당하게 파기한 당사자는 상대방에 대해서 사실혼 부당파기에 대한 위자료를 줘야 되고 혼인신고 없다고 해서 책임이 면제되지 않습니다. 선생님 사례에서는 아이 아빠가 바람 피워서 사실혼을 깼으니 위자료를 줄 책임이 있죠. 그 여자도 아이 아빠랑 합세해서 사실혼을 깬 책임이 있으니 두 사람은 연대해서 책임을 져야 하고요. 이런 경우에 그 여자가 선생님 남편이 배우자가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알았다는 걸 증명해야 하니까 차량블랙박스에 기록된 영상 중에서 ‘아이가 태어나면 헤어지고 결혼하자’고 두 사람이 의논하는 부분을 증거로 제출해야 됩니다. 그 여자는 분명 ‘난 유부남인 줄 몰랐다’고 발뺌을 할 거거든요. 

위자료 받는 건 당연한 건데 그 액수가 그리 많지 않을까봐 걱정되긴 합니다. 위자료는 정신적 고통을 돈으로 계산해서 배상해주는 건데 아직까지 우리나라 법원은 정신적인 고통을 돈으로 평가하는데 별로 후하지 못해서요. 이혼의 경우 위자료는 대개 3000만원 정도를 기준으로 하고 많을 경우 5000만원 정도 되거든요. 불륜으로 인하여 이혼하게 될 경우에는 보통 2000만원~3000만원 정도가 위자료 기준이니까 선생님의 경우도 비슷할 거 같아요.

문제는 이 금액이 선생님과 아이가 살기 위해 필요한 자금에는 턱도 없이 부족하다는 거죠. 이럴 경우 드물기는 하지만 가정법원이 구체적인 사정을 감안해서 위자료 액수를 올려주는 경우가 있어서 저는 그 쪽에 희망을 걸어봅니다. 선생님 사건을 맡은 판사님이 선생님과 아가를 딱하게 여겨서 위자료 액수를 이례적으로 확 올려주셨으면 하고 간절히 바래봅니다. 가끔씩은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거든요. 실제로 위자료 1억 판결을 받은 적도 있어요.

그리고, 법률혼이 아니라서 아이 아빠가 자발적으로 아이 출생신고에 협력을 안해주면 아이 아빠를 상대로 인지청구를 해야만 합니다. 인지는 아이 아빠가 아이를 자기 아이로 인정하는 법적 절차인데 스스로 안해주면 소송으로 강제로 하게 만들어야죠. 아이의 가족관계등록부에 아빠란을 비워둘 순 없잖아요. 인지청구는 양육비청구의 전제가 되기도 하니까 당연히 해야 합니다.

양육비는 아이 아빠의 월급을 기준으로 정해지는데 월급 300만원~400만원 정도의 보통 회사원이라면 60만원~70만원 정도가 나와요. 구체적인 기준은 인터넷에 서울가정법원의 양육비 기준표를 검색해보면 됩니다.

법률이 해줄 수 있는 건 이 정도밖에 없어서 정말 안타까워요. 이런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내 아이는 내가 책임지겠다는 용감하고 씩씩한 엄마,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20년간 가사소송 등을 수행하면서 우리 사회의 가족이 급격하게 해체되어가고 있음을 현장에서 실감했습니다. 가족해체가 너무 급작스러운 탓에 삶의 위안과 기쁨이 되어야 할 가족이 반대로 고통을 주는 존재가 되어버린 분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이런 분들을 위해 지난 20년간 깨달은 법률적인 지식과 삶의 지혜를 ‘가정상담소’를 통해서 나누려합니다. 가족 때문에 고통받는 분들에게 위로가 되고 해결책을 찾는 단초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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