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 미성년 위조신분증에 속은 업주 "무죄"

이지혜 디자인기자 2020.07.04 06:07
[카드뉴스] 미성년 위조신분증에 속은 업주 "무죄"

"미성년자에게 담배파셨죠? 영업정지 행정 처분 내려질 겁니다" 드라마 속에 나오는 한 장면입니다. 편의점에서 위조 신분증을 제시한 고등학생에 속아 담배를 판 점주는 영업정지 2개월의 행정처분을 받게 됩니다. 


판매점주는 신분증 위조 사실을 모른데다 외모로도 고등학생으로 볼 수 없었다고 항변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이처럼 주민등록증을 위조한 미성년자들이 편의점에서 담배를 사거나 술을 다 마신 후 ‘사실은 미성년자’라며 계산을 거부하는 사례가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2019년 대구의 한 술집에서 주민등록증을 위조한 미성년자들이 25만7000원어치 술을 마신 뒤 경찰에 자진 신고해 업주가 한 달간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사건도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청소년 보호법에 따라 술이나 담배를 판매하다가 적발된 업주는 2년 이하의 징역,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거나 영업허가 또는 등록의 취소·최장 6개월의 영업정지 및 영업소 폐쇄 등의 행정처분이 내려졌는데요.

 

청소년 보호법

제28조(청소년유해약물등의 판매ㆍ대여 등의 금지)

① 누구든지 청소년을 대상으로 청소년유해약물등을 판매ㆍ대여ㆍ배포(자동기계장치ㆍ무인판매장치ㆍ통신장치를 통하여 판매ㆍ대여ㆍ배포하는 경우를 포함한다)하거나 무상으로 제공하여서는 아니 된다.

-> 적발 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

 

청소년들이 업주만 처벌한다는 것을 악용하는 사례가 늘어나자 2019년 식품위생법이 개정돼 위조 신분증에 속았거나 폭행, 협박으로 청소년임을 확인 못한 상황에서 술을 판 음식점들은 최소한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은 면하게 됐습니다.

 

식품위생법 시행령 제52조(허가취소 등)

③ 청소년의 신분증 위조ㆍ변조 또는 도용으로 청소년인 사실을 알지 못했거나 폭행 또는 협박으로 청소년임을 확인하지 못한 사정이 인정되어 불기소 처분이나 선고유예 판결을 받은 경우에는 해당 행정처분을 면제한다.

 

하지만 담배 소매인은 여전히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습니다. 판매자는 미성년자에게 담배를 판매한 사실이 적발됐을 때 영업정지 2개월, 2차 적발시 영업정지 3개월, 3차 이상 적발되면 허가 취소 등의 처분을 받아 왔습니다.

 

신분증을 확인하고 사진까지 비교해도 위조된 신분증이라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한 점주나 업주는 처벌받는 것이 억울하다는 입장인데요.

 

이에 기획재정부는 앞으로 담배 소매인이 가짜 신분증에 속아 청소년에게 담배를 판매하면 영업정지를 면제받을 수 있는 '담배사업법 시행규칙'을 개정·공포했다고 밝혔습니다. 7월1일부터 시행합니다.

 

또한, 폭행과 협박으로 담배를 판매한 사실이 인정돼도 영업정지가 면제됩니다.

 

담배사업법 시행규칙

제11조(소매인지정의 취소 등)

④ 시장ㆍ군수ㆍ구청장은 법 제17조제2항 각 호 외의 부분 단서에 따라 소매인이 법 제17조제2항제7호를 위반한 경우로서 청소년의 신분증 위조ㆍ변조 또는 도용으로 청소년인 사실을 알지 못했거나 폭행 또는 협박으로 청소년임을 확인하지 못한 사정이 인정되어 불기소 처분이나 선고유예 판결을 받은 경우에는 영업정지처분을 면제한다.

 

가짜 신분증에 속아서 판매했더라도 모든 법적 책임을 업주에게 물었던 그동안의 불합리했던 구조가 개선되길 바랍니다. 또 신분증을 위조해 담배나 주류를 사더라도 자신에게는 처벌이 없다는 점을 악용하는 청소년들의 비양심적인 행위도 없어지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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