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수사팀, 이미 기소 결론 내고 수사"…윤석열-이성윤 깊어지는 갈등

김태은 기자이정현 기자 2020.06.30 19:16

윤석열 검찰총장이 10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전국 지검장 및 선거 담당 부장검사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사진=강민석 기자 msphoto94@


'검언유착' 의혹 수사를 놓고 윤석열 검찰총장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정면 충돌했다. 윤 총장의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에 대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수사 공정성을 문제삼아 사실상 윤 총장의 지휘를 거부하고 나서자 대검은 오히려 수사팀이 처음부터 결론을 정해놓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불공정 수사'를 정면으로 문제제기했다.



서울중앙지검 "자문단 절차 중단해달라…총장 지휘 안받겠다"


서울중앙지검은 30일 '검언유착 의혹' 사건에 대한 전문수사자문단 소집 등과 관련 대검찰청에 관련 절차를 중단해 주실 것을 건의했다고 밝혔다. 그 이유로 "수사가 계속 중인 사안으로 사실관계와 실체 진실이 충분히 규명되지 않은 지금 단계에서 자문단을 소집할 경우 시기와 수사 보안 등 측면에서 적절치 않은 점 자문단과 수사심의회 동시 개최, 자문단원 선정과 관련된 비정상적이고 혼란스러운 상황이 초래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검찰 고위직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본 사안의 특수성과 그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감안해 서울중앙지검에 특임검사에 준하는 직무의 독립성을 부여함으로써 검찰 수사에 대한 신뢰를 제고할 수 있도록 조치해 주실 것을 건의했다"고 덧붙였다.

특임검사란 검사가 저지른 범죄를 독립적으로 수사해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검사로 특정한 사건에 대해 한시적으로 운영한다. 사건에 연루된 한동훈 검사장에 대해 검찰총장의 수사지휘를 거부하겠다는 뜻을 대외적으로 공언한 셈이다.

대검은 이날 검언유착 의혹 사건 수사 적정성을 따져보기 위한 전문수사자문단 후보 구성에 착수한 상태다. 자문단은 대검 소관 부서와 사건 수사팀으로부터 추천받은 법조계 전문가들과 현직 검사들로 꾸려진다. 그러나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자문단 소집 자체에 반대 의견을 수차례 밝힌 가운데 자문단 후보 구성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대검은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에 위원 추천 요청을 하였으나 서울중앙지검은 이에 불응했다"며 수사팀의 일방적 보이콧으로 대검이 자문단을 구성하게 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검 "수사팀, 기소 결론내놓고 수사 진행"…'불공정 수사' 반격


대검은 즉각 입장문을 내고 서울중앙지검 요구를 거부했다. 대검은 "구속은 기소를 전제로 하는 것이고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고 했다면 최소한 그 단계에서 법리상 범죄 성립과 혐의 입증에 대해선 지휘부서인 대검을 설득시켜야 한다"면서 "구속영장 청구 방침까지 대검에 보고했으면서 이제와서 실체적 진실과 사실관계가 충분히 규명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검언유착 사건은 제3자 해악 고지, 간접 협박 등 범죄 구조가 매우 독특한 사안으로 기존 사례에 비추어 난해한 범죄 구조를 가지고 있다"면서 "이 수사를 지휘해 온 대검 지휘협의체에서도 사건 범죄 구조의 독특한 특수성 때문에 여러 차례 보완 지휘를 했고 풀버전 영장 범죄사실을 확인하려 한 것이었으나 수사팀은 이에 불응했고 이러한 상황을 보고받은 검찰총장이 부득이하게 자문단에 회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검은 "수사팀의 구속영장 청구 방침이 대검에 보고된 단계는 어느 시점보다 자문단의 실질적인 논의가 가능한 적절한 시점"이라면서 "범죄 성부에 대해서도 설득을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특임검사에 준하는 독립성을 부여해 달라고 하는 것은, 수사는 인권 침해적 성격이 있기 때문에 상급기관의 지휘와 재가를 거쳐 진행되는 것이라는 기본마저 저버리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수사팀이 채널A 이모 기자에 대해 구속영장 청구 방침을 대검에 보고했으나 대검은 구속영장 청구 뿐 아니라 강요미수 혐의도 적용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해 이를 반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은 이 기자 뿐 아니라 한동훈 검사장에 대해서도 강요미수 공범으로 규정하고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한 바 있다. 지난주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 포렌식을 진행한 후 소환 조사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미 내부적으로 구속영장 청구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수사와 상관없이 혐의 사실을 확정하고 영장 청구 방침을 저울질하는 단계까지 나아갔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안팎에선 이 기자와 한 검사장에 대한 기소 방침이 사실상 정해져 있는 상태란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앞서 지난 26일 서울중앙지검 확대간부회의에서 이들에 대한 기소 방침에 대해 밝혔다가 다른 부장검사들이 "이해가 안간다" "혐의 적용은 무리로 보인다" 등의 의견이 제시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대검이 입장문에서 '기소를 전제로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고 해놓고 실체적 진실과 사실관계가 충분히 규명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한 것은 수사팀이 사실상 불공정 수사를 하고 있다는 점을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기자와 한 검사장 측 변호인 역시 수사 과정에서 "수사팀이 특정 결과를 정해놓고 수사를 진행하는 것 같다"는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이와 함께 피의사실과 수사 과정이 언론에 낱낱이 보도되는 등 수사팀이 의도를 갖고 수사 방향을 몰아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대검 관계자는 "그간 자문단은 대검 의견에 손을 들기도 하고 일선 의견에 손을 들기도 했다"면서 "수사팀은 구속영장을 청구하려는 피의자에 대해 법리상 범죄 성립과 혐의 입증에 자신이 있다면 자문단에 참여해 합리적인 의견을 개진하는 것이 순리"라고 말했다.

이성윤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이 13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열린 '제61대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장 취임식'에 참석하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갈등의 골 깊어지는 윤석열vs이성윤...진실은?


자문단 소집은 검언유착 의혹에 등장하는 채널A 이모 기자 측에서 "검찰 수사가 형평성을 잃었다"며 요청했고 윤 총장이 지난 19일 대검 부장회의가 끝난 직후 결정했다. 심의위는 마찬가지로 검언유착 의혹의 당사자인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가 25일 자문단 소집에 대응 차원에서 소집을 요청했다.

사건 당사자들이 서로 못믿겠다며 자문단과 심의위 소집을 요청하고 있는 와중에 수사팀의 왜곡 보고 의혹도 터져나왔다. 수사팀이 사건의 주요 증거물을 악의적으로 왜곡해 대검에 보고했다는 것이다. 지난 18일 구속영장 청구 방침을 전해들은 대검 형사부 과장들과 연구관들은 수사팀이 보내온 녹취록 전문을 검토한 결과 보고서에 들어간 내용이 '악마의 편집'에 가까울 정도로 왜곡됐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대검 지휘협의체는 이같은 검토 결과를 받아본 뒤 수사팀에 19일 오후까지 반박 의견을 제시하라고 지시했으나 수사팀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 아울러 대검 부장회의에 참석해 소명하라는 지시에도 불응하고 지금까지 구체적인 범죄사실조차 적어 보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초동의 한 부장검사는 "서울중앙지검이 대검에 공문을 보내 입장을 밝히는 거야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이처럼 공문을 보낸 뒤 외부에 공개적으로 밝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면서 "특임검사에 준하는 독립성을 보장해 달라고 하는데, 특임검사만큼 수사를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 보이진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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