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재산증식 입증 안 돼" 끊어진 정경심-코링크 연결고리

조국 5촌 조카 조범동씨 1심서 징역 4년…"코링크 배후는 정경심" 검찰 주장 인정 안 돼

김종훈 기자 2020.07.01 04:51

조국 전 법무장관 5촌 조카 조범동씨./ 사진=뉴스1


조국 전 법무장관 일가의 불법 재산증식에 앞장섰다는 의혹으로 기소된 5촌 조카 조범동씨가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실형이지만 유죄 판결 대부분은 조씨의 개인 경영비리에서 그쳤다.

이번 의혹의 핵심으로 꼽혔던 정경심 교수와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코링크PE)를 잇는 연결고리는 조씨에서 끊어졌다. 앞으로 검찰이 정 교수 재판에서 불법 재산증식 혐의를 입증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소병석)는 30일 자본시장법 위반, 횡령,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조씨에 대해 징역 4년에 벌금 50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조씨가 코링크PE와 코스닥 상장사 WFM를 경영하면서 저지른 비리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했다.

구체적으로는 △코링크PE를 설립한 자동차 부품업체 익성 측과 짜고 익성 자금을 다른 회사로 돌려 빼낸 혐의 △전환사채 발행에 성공한 것처럼 '가짜 호재'를 만들어 WFM 주가를 부양한 혐의 △인테리어 공사·2차전지 공장 설비 매입 등에 쓰인 대금을 부풀리고 차액을 뒷돈으로 따로 챙기는 식으로 회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 △법인 이름으로 포르쉐 박스터 차량을 구매한 뒤 자기 것처럼 이용한 혐의 등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핵심으로 꼽혔던 코링크PE 관련 혐의는 상당 부분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 정 교수 일가가 코링크PE 투자자로 참여할 때 출자금액을 거짓으로 적어 금융위원회에 제출한 혐의, 정 교수에게 부당이득을 챙겨주기 위해 정 교수 이름으로 WFM와 가짜 컨설팅 계약을 맺고 수년 간 컨설팅료 명목으로 1억5700만원을 빼돌려 건네준 혐의 등이 이 부분과 관련된다.

일단 재판부는 조씨가 코링크PE를 실질적으로 경영한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 그동안 조씨는 익성 쪽에서 시키는 대로 움직였을 뿐 자신이 경영권을 행사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재판부는 △조씨가 '코링크PE 총괄대표' 명함을 쓰면서 자금운용 등에 대해 결정권을 행사했고 △코링크PE가 운용하던 자금 상당 부분은 조씨가 유치한 것이며 △조씨가 2차전지 사업을 성공시키겠다는 계획을 갖고 일을 추진해왔다는 점 등을 볼 때 코링크PE는 조씨 결정권 아래 있었다고 판단했다.

앞서 검찰은 조씨는 정 교수와 코링크PE를 잇는 연결고리에 불과하고, 실질적인 경영권은 정 교수가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코링크PE의 종잣돈 10억원은 정 교수의 투자금이었다는 사실을 근거로 들었다. 시기별로 보면 2015년 12월에 5억, 2017년 2월에 5억원이 투입됐다. 이후 남편 조국 전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 임명으로 공직에 오르자, 주식 투자 제한 규정을 피해 재산을 증식하려고 코링크PE를 이용했다는 게 검찰 주장이다.

이 10억원에 대해 조씨는 빌린 돈이지 투자로 받은 돈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정 교수가 컨설팅료 명목으로 WFM 자금 1억5700만원을 받아간 점을 지적하면서 거짓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빌린 돈이면 이자를 갚으면 되지 컨설팅계약까지 맺어서 돈을 줄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요약하면 이 10억원이 대여금인지, 아니면 투자금이었는지에 따라 정 교수의 코링크PE 내 지위를 다르게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대여금이었으므로 정 교수는 코링크PE의 투자자가 아니고, 경영권을 행사했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10억원을 2015년 12월 5억원과 2017년 2월 5억원으로 나눠 판단했다. 2015년 5억원은 정 교수가 조씨에게 대여해주는 방식으로 지급됐다. 검찰은 겉보기만 대여일 뿐 투자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정 교수는 이자를 받는 것 외에 조씨가 이를 갖고 어느 투자처에 어느 방식으로 투자하는지 관심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투자였다면 투자자로서 자기 투자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관심을 갖는 것이 당연한데, 정 교수가 그렇게 행동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는 취지다.

조씨와 정 교수가 관련 대화를 하면서 '수익률'이라는 단어를 입에 담았다는 점에 대해 재판부는 "투자처로부터 어느 정도의 수익이 났는지 수익 활동의 결과를 정산해서 일정 비율로 (지급)하는 것이이 아니고, 수익률로 계산된 이자가 지급된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을 내놨다. 용어만 수익률이지 사실은 이자, 이율를 뜻했다는 것이다.

이를 토대로 재판부는 2015년 12월 5억원은 정 교수가 조씨에게 빌려준 돈이라고 판단했다. 이 돈을 코링크PE 종잣돈으로 쓴 것은 조씨가 한 일로, 정 교수와 연관짓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2017년 2월 정 교수 동생 이름으로 들어간 5억원도 마찬가지로 대여금이라는 판단이 내려졌다. 당시 정 교수는 코링크PE 유상증자 주식 250주를 1주당 200만원에 취득하는 계약을 맺고 5억원을 넣었는데, 1주당 200만원은 현실성 없는 가격이라 정말 투자계약이었는지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투자계약 형식을 빌렸지만 사실은 5억원을 빌려준 것이라고 판단했다.

결국 양형이유에서 재판부는 "조씨가 정 교수로부터 유치한 자금으로 코링크PE를 설립하고 금융거래를 하면서 정치권력과 검은 유착을 했다는 시각에서 공소가 제기됐다"며 "조씨가 정 교수와 거래하는 과정에서 불법적 방법으로 재산을 증식하고 정치권력과 검은 유착했다는 근거가 법적 증거로 충분히 확인되지 않았다"는 결론을 냈다.

코링크PE 자금 운용 책임자는 조씨라는 이번 판결은 정 교수 재판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조씨와 정 교수가 서로 다른 재판부에서 재판을 받고 있기 때문에 반드시 같은 판단이 나올 거라고 단언할 순 없지만, 코링크PE의 배후는 정 교수라는 검찰 주장은 힘을 받기 어렵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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