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체검안서' 꾸며내 유족들 등친 한의사…형량은?

[친절한판례씨] 장례식장 직원들 포섭해 사체검안 일감 몰아받고 '가짜 검안서' 작성

김종훈 기자 2020.07.03 06:00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의료인이 변사자의 사망 시점, 원인 등에 대한 의학적 판단을 내려 기록한 문서를 사체검안서라고 한다. 의료법에 따르면 한의사도 사체검안서를 작성할 수 있다.

이 검안서를 가짜로 만들어내 유족들의 돈을 가로챈 한의사와 장례지도사가 적발돼 최근 법원에서 1심 판결을 받았다.

최근 인천지법 형사6단독 김상우 판사는 허위검안서 작성 및 배임증재 혐의로 기소된 장례지도사 A씨와 한의사 B씨에 대해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8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가짜 사체검안서로 돈을 벌자는 계획은 A씨의 머릿속에서 나왔다. A씨는 지난해 1월 "인천 지역에서 장례지도사로 오래 일해 아는 장례식장이 많다"면서 B씨를 꼬드겼다. 변사자의 시신을 검안할 일이 있으면 연락하라고 장례식장 직원들에게 미리 일러두고, 일이 들어오면 가짜 검안서를 써주고 검안비만 챙기자고 한 것이다.

사체검안서 발급은 비급여 항목이기 때문에 병원마다 가격이 다르다. 검안서 발급 자체는 대체로 3만원 수준이나 검안비 명목으로 추가금액을 받는 경우가 많다. 장례식장으로 출장을 나가 검안서를 써주는 경우라면 비용이 훨씬 높아진다고 한다.

A씨, B씨는 인천 지역 장례식장을 돌면서 "변사체의 검안을 맡겨주면 검안료 중 일부를 식사비로 챙겨주겠다"며 명함을 돌렸다고 한다.

이후 장례식장 직원들에게 일감을 받아 12회에 걸쳐 가짜 검안서를 써주고 유족들로부터 검안비를 뜯어낸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변사자들의 사망원인을 적는 칸에 '심폐정지', '알코올성 중독증 추정' 등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은 내용들을 기재한 것으로 파악됐다.

장례식장 직원들은 A씨 일당에게 일감을 넘겨주고 총 90만원을 받아간 것으로 조사됐다.

김 판사는 "피고인들은 허위검안서 작성 범행을 저지르고 그 과정에서 배임증재 범행까지 한 점 등을 비롯해 범행 방법, 횟수 등에 비춰 죄질이 좋지 않다"면서 "다만 증재한 금품이 비교적 소액이고 혐의로 인정하는 점 등에 비춰 형을 정했다"고 판단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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