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윤석열에 "검언유착 수사 관여말라" 지휘권 발동(종합)

김태은 기자 2020.07.02 12:40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5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립방향 논의를 위한 공청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일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채널A 관련 강요미수 사건'에 대한 전문수사자문단 심의를 중단할 것으로 지휘했다. 검찰청법 8조에 의거한 법무부 장관의 총장 지휘권을 발동한 것다.

추 장관은 이날 공개한 수사지휘 공문을 통해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전문수사자문단의 심의를 통해 성급히 최종 결론을 내리는 것은 신장규명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며 "현재 진행 중인 전문수사자문단 심의 절차를 중단할 것을 지휘한다"고 밝혔다.

그는 "검사와 기자가 공모해 재소자에게 본인은 물론 가족까지 별건으로 형사 처벌될 수 있다고 협박해 특정 인사의 비위에 관한 진술을 강요한 의혹이 제기된 사건이고 이를 뒷받침하는 여러 증거들이 제시된 상황"이라며 "그 어느 때보다 공정하고 철저한 수사를 통해 국민적 의혹을 해소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지휘권 발동의 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이번 사건은 검찰총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현직 검사장이 수사 대상이므로 검찰총장의 수사지휘와 관련해 공정성에 의문이 제기되지 않도록 합리적이고 투명한 절차에 따라 의사결정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추 장관은 윤 총장의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이 합리적인 절차에 따라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도 조목조목 지적했다.

지난달 4일 윤 총장이 대검 부장회의에서 해당 사건에 대한 지휘감독과 관련한 사항을 결정하고 검찰총장에게 일체의 보고없이 독립해 결정하라는 지시사항을 전달한 바 있음에도 대검 부장회의에서 결론을 도출하지도 못한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결정하고 자문단 선정 절차까지 완료한 것은 검찰총장 지시에 반한다는 취지다.

검찰 내부에서도 충분한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의 제기가 나왔으며 검찰총장 지시로 대검 부장회의가 설지돼 심의가 계속 중인 상황에서 전문수사자문단을 중복해 소집한 것은 이례적이란 지적도 했다.

사건 피해자의 신청으로 또다른 외부 자문기구인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의 심의가 예정돼 전문수사자문단과 수사심의위, 대검 부장회의 결론과 일치하지 않을 경우 상당한 혼란이 예상되며 국민들도 수사 결과를 신뢰하지 못할 우려가 커졌다는 점도 지휘 지휘권을 발동하게 됐다고 밝혔다.

전날 추 장관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참석해 '검언유착 의혹' 수사와 관련해 "더 지켜보기 어렵다면 결단할 때 결단하겠다"면서 총장 지휘권 발동을 시사한 바 있다. 추 장관은 대검 전문수사자문단 구성과 관련해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검찰총장도 그런 우려 때문에 '손을 떼겠다'고 했는데 반대되는 결정을 자꾸 해서, 저도 상당히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추 장관은 대검 전문수사자문단 심의 중단과 함께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의 독립성을 보장해줄 것도 지휘했다. 사실상 검찰총장의 수사지휘 권한을 무력화시킨 조치다.

추 장관은 이날 수사지휘 공문에서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현직 검사장의 범죄 혐의와 관련된 사건이므로 공정하고 엄정한 수사를 보장하기 위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대검찰청 등 상급자의 지휘감독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수사한 후 수사결과만을 검찰총장에게 보고하도록 조치할 것을 지휘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30일 서울중앙지검은 '검언유착 의혹' 사건에 대한 전문수사자문단 소집 등과 관련 대검찰청에 관련 절차를 중단해 주실 것을 건의했다고 밝히면서 "서울중앙지검에 특임검사에 준하는 직무의 독립성을 부여해달라"고 요구했다. 윤 총장이 공정한 수사를 막고 '측근 감싸기'에 나서고 있다며 검찰총장의 지휘를 거부한 것으로 풀이됐다.

대검은 즉시 "범죄 성부에 대해서도 설득을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특임검사에 준하는 독립성을 부여해 달라고 하는 것은, 수사는 인권 침해적 성격이 있기 때문에 상급기관의 지휘와 재가를 거쳐 진행되는 것이라는 기본마저 저버리는 주장"이라며 서울중앙지검의 주장을 일축했다. 그러면서 "구속영장을 청구하려는 피의자에 대해 법리상 범죄 성립과 혐의 입증에 자신이 있다면 자문단에 참여해 합리적인 의견을 개진하는 것이 순리"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추 장관이 윤 총장에게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에 대한 대검의 수사지휘를 하지 말라는 지휘를 내리면서 결과적으로 서울중앙지검의 요구가 관철된 모양새가 됐다. 사실상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항명에 준하는 상황에서 추 장관이 이 지검장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해석된다.

공유하기

1 /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