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투비디오' 손정우 미국 안 보낸 두 가지 이유

손정우, 범죄인 인도 불허 결정 따라 서울구치소에서 석방

김종훈 기자 2020.07.06 16:04
'웰컴투비디오' 운영자 손정우가 서울구치소에서 출소하고 있다./ 사진=뉴스1


법원이 '웰컴투비디오' 운영자 손정우를 미국에 보내지 않기로 결정했다. 손정우를 미국에 보내 엄벌하기보다 우리나라에 붙잡아놓고 성착취물 유포 근절 수사에 활용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판단이다.



고법 "음란물 소비·재생산 악순환 만든 손정우…책임 무게 가늠조차 어려워"


서울고법 형사20부(부장판사 강영수·정문경·이재찬)는 6일 범죄인인도조약에 따라 손정우를 인도해달라는 미국의 청구를 거절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손정우를 미국에 인도할 수 있는 법적 요건은 갖춰졌다고 판단했다. 비트코인 가상계좌로 웰컴투비디오 운영 수익을 챙기고 부친 명의 계좌 등에 이체한 것으로 볼 때 자금세탁 혐의가 성립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봤다. 미국 법에 따르면 자금세탁은 최대 징역 20년에 처해질 수 있다.

손정우의 죄질도 매우 나쁘다고 지적했다. 회원들에게 돈을 받고 아동·청소년 음란물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회원들이 성 착취 영상물을 제작하게끔 부추겼다는 것이다. 손정우는 웰컴투비디오 회원들이 영상물을 직접 찍어 올리면 포인트를 받아갈 수 있도록 사이트를 설계했다.

재판부는 "손정우가 설계한 거래구조에 따르면 음란물 소비자가 잠재적인 제작·촬영자가 될 수 있다"며 "실제로 아동들이 감금·납치·인신매매돼 성폭행을 당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소비자들이 존재하는 이상 또 다른 음란 사이트의 운영자가 등장해 음란물 소비와 재생산을 조장하는 악순환적 연결고리를 확산시킬 수 있다"며 "그 책임의 무게와 비난 가능성을 가늠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럼에도 "미국 안 보낸다" 결정, 두 가지 이유


그럼에도 재판부는 미국이 아닌 우리나라에서 손정우를 심판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손정우가 만들어낸 악순환을 끊어내려면 웰컴투비디오 회원들을 끝까지 추적·처벌해야 하고, 그러려면 손정우의 신병을 우리나라 수사기관에 맡겨야 한다는 판단이다.

미국이 주도한 국제공조수사에 따르면 현재까지 확인된 웰컴투비디오 회원 346명 중 한국인이 223명이었다. 주로 한국인이 접속하는 다크웹 공간에 사이트를 개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웰컴투비디오 전체 회원은 4000명 규모로 추산된다. 아직 적발되지 않은 회원들 상당수 역시 한국인일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재판부는 "만약 손정우가 미국으로 인도된다면 웰컴투사이트 국내 회원들에 대한 수사가 미완으로 마무리되거나 진행에 지장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범죄수익은닉죄를 이유로 미국으로 보내 처벌받게 하는 것은 손정우에게 지나치게 불리한 처사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손정우는 앞서 음란물 유포 혐의로 우리나라에서 징역 1년6개월 복역을 마쳤다. 우리 검찰은 비트코인이 범죄에 이용된 사실을 확인하고 이를 몰수·추징했다.

재판부는 이때 검찰이 비트코인이 사용됐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도 범죄수익은닉죄로 기소하지 않았는데, 지금 와서 이 죄를 이유로 미국으로 인도한다는 것은 손정우 입장에서 지나친 불이익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솜방망이 처벌 비판에 법원 "공감하지만…"


손정우가 저지른 것과 같은 범죄수익은닉 범죄는 우리나라에서 최대 징역 5년이나 벌금 3000만원, 미국에서는 최대 징역 20년에 처해진다. 그래서 손정우를 미국으로 보내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런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범죄인 인도 제도의 목적은 범죄의 예방과 억제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고 대답했다. 손정우를 미국으로 보내 처벌하는 것도 범죄 예방, 억제 효과를 낼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면 손정우를 이용해 다크웹 뒤에 숨은 웰컴투비디오 회원들을 끄집어내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에서 심판하면 손정우 본인에 대한 처벌은 결국 '솜방망이'로 끝날 것이라는 비판을 재판부는 "공감한다"며 수용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이 이렇게 우리 사회의 지대한 관심과 주목을 받은 것은 무엇보다 아동·청소년 성 착취 범죄가 국제적으로 지탄받는 반인륜적, 극악 범죄임에도 법 감정에 부합할 정도로 실효적인 처벌이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앞으로 대한민국에서 이뤄질 손정우의 수사, 재판 과정을 통해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 범죄의 심각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며 "범죄억제, 피해예방을 위한 입법적 조치가 뒤따라야 하고 수사기관과 법원에서도 종래의 곤행에서 탈피해 적극적으로 노력, 실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미국으로 가지 않아도 된다는 최종 결정을 듣고 손정우는 눈물을 닦으며 법정을 나섰다. 범죄인인도법에 따르면 법원에서 인도 불허 결정이 날 경우 검찰은 즉시 범죄인을 석방해야 한다. 이에 따라 손정우는 이날 낮 12시50분쯤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됐다. 손정우의 부친은 눈물을 흘리며 "앞으로 컴퓨터를 못 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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