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검언유착' 수사, 돌파구는?

오문영 기자 2020.08.01 05:50
'검언유착' 의혹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각종 난관에 봉착했다. 수사팀장인 정진웅 부장검사가 한동훈 검사장을 폭행했다는 의혹에 이어 불법 감청 논란도 불거졌다.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를 중단하라는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의 권고에도 무리한 수사를 진행하다가 과실을 범한 것이 아니냔 지적이 나온다.



공수바뀐 수사팀-한동훈…폭행 논란 불거진 수사팀장


정진웅 부장검사(왼쪽)와 한동훈 검사장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정진웅)는 지난달 29일 용인분원 사무실에서 한 검사장의 휴대폰 유심(USIM 카드)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현장에서는 한 검사장과 정 부장검사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졌다. 한 검사장은 '일방적인 폭행을 당했다'며 정 부장검사를 독직폭행 혐의로 서울고검에 고소했다.

폭행 논란이 일자 서울중앙지검은 즉각 "한동훈 검사장의 압수거부 행위를 제지하면서 압수 대상물을 실효적으로 확보하는 과정이었을 뿐"이라며 "한 검사장이 휴대폰을 움켜쥐고 주지 않으려고 완강히 거부해 실랑이를 벌이다 휴대폰을 확보했다"고 주장했었다. 정 부장검사는 입장문에서 맞고소 예고를 하면서 공무집행방해 가능성도 시사했다.

이후 한 검사장 측이 "다수가 목격했으며 상황을 인정하는 정 부장검사의 태도가 녹화돼 있다"고 재반박하자 중앙지검은 한 발 물러섰다. 이후 중앙지검은 사실관계와 법리 검토를 거친 결과 한 검사장에게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한 검사장은 '물리적 방해'가 있었다며 공식 입장을 밝혔다가 입장을 바꾼 서울중앙지검을 상대로도 문제를 제기했다. 입장이 뒤바뀐 배경에 대한 윗선의 지시와 개입 여부를 밝힐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이와 관련 서울중앙지검은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적용하지 않을 정도지, 한 검사장의 물리적 방해가 없었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감찰조사 속도내는 서울고검…한동훈 조사


서울고검은 한 검사장의 고소가 접수되자 "감찰사건으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총장이 본 사건에 관해 보고를 받지 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진행하기로 했다는 것이 서울고검의 설명이다.

서울고검은 감찰조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고소장 접수 하루 만인 지난달 30일 한 검사장을 진정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정 부장검사와 한 검사장 간의 몸싸움이 있었던 상황에 대한 사실관계에 대한 조사가 이뤄졌다. 서울고검이 정 부장검사의 폭행 혐의를 인정한다면 수사팀에는 적잖은 타격이 가해질 수 밖에 없다.

한 검사장에 대한 조사를 마친 서울고검은 압수수색 현장에 있었던 검찰 및 법무연수원 관계자들을 불러 진상파악에 나설 방침이다. 당사자인 정진웅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 부장검사도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한동훈 카톡 비밀번호 바꾼 검찰…감청 논란까지


지난 29일 법무연수원 용인분원 모습./사진=오문영 기자


수사팀의 압수수색 방식에 대한 또다른 위법 절차 지적도 나온다. 수사팀이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 유심(가입자인증식별모듈)을 압수하면서 한 검사장의 카카오톡 비밀번호를 변경한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법조계는 이같은 압수방식이 불법 감청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구태언 변호사(법무법인 린)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유심을 공기계에 꽂아서 인증번호를 받는 순간 ‘불법 감청’이기 때문에 감청영장을 미리 받았어야 한다"며 "감청영장을 받았더라도 위와 같이 통신사를 통하지 않고 직접 채증할 수 있는지에 대해 명확하지 않다"고 적었다.

한 부장판사는 "유심을 꽂은 공기계에서 전송받은 새로운 비밀번호는 압수수색 영장 청구나 발부 당시에 존재하지 않았던 전자정보"라면서 "압수대상이라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영장 발부 이후에 카카오톡사에서 한동훈 검사장에게 보낸 전자정보를 실시간으로 취득했으니 감청에 해당한다"면서 "일반적인 압수수색 영장으로는 압수가 불가하며 감청영장이 있어야 한다. 감청영장 없이 진행했다면 통신비밀보호법 또는 정보통신망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통신사나 메신저 회사 서버를 통하지 않고 수사기관이 직접 로그인하는 방식으로 채증하는 압수수색은 위법이라는 법원의 판결도 있다. 2017년 서울고법은 간첩 사건을 수사하는 기관이 USB를 압수한 뒤 그 안에 이메일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메모된 것을 발견하고 이를 활용해 이메일에 직접 접속해 확보된 이메일 자료가 증거능력을 가지지 못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시민·법원 등 외부 제동에…불복 비판도


'검언유착' 의혹으로 압수수색 중 한동훈(47·사법연수원 27기) 검사장과 물리적 충돌한 정진웅(52·29기)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검사가 병원 진료를 마치고 하루 만에 퇴원했다. 정 부장은 30일 새벽 서울성모병원에서 퇴원해 귀가했다. 건강에 큰 문제는 없으며 당분간 통원 치료를 받을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 부장은 29일 법무연수원 용인분원에 있는 한 검사장 사무실에서 휴대전화 유심을 압수하려다가 한 검사장과 몸싸움을 벌인 뒤 팔·다리 통증과 전신근육통을 호소했다. 사진은 지난 7월3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이 조용한 모습./사진=뉴스1


수사팀은 시민들로 구성된 수사심의위의 결정에도 무리한 수사를 이어간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수사심의위는 지난달 24일 한 검사장에 대해 수사중단 및 불기소를 권고했다. 하지만 수사팀이 일주일만에 한 검사장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수사심의위 제도를 존중하지 않겠다는 불복 뜻을 명확히 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수사팀은 해당 압수수색 영장은 수사심의위 권고가 나오기 하루 전인 지난달 23일에 발부된 것이라 해명했다. 또 한 검사장의 유심을 임의제출 방식으로 확보하려 했으나 한 검사장이 소환에 불응하면서 압수수색을 집행하게 됐다는 것이 중앙지검의 입장이다.

수사팀은 전날 이 전 기자의 휴대전화와 노트북을 압수수색한 검찰 처분이 위법해 취소해야 한다는 법원 결정에 불복해 재항고하기도 했다.

수사팀은 지난 5월 서울 소재 호텔에서 채널A 관계자를 만나 이 전 기자의 휴대전화 2대 등을 제출받은 후 그 자리에서 압수했다. 이 전 기자가 검언유착 의혹이 보도된 이후 진상조사를 위해 채널A에 제출한 것이었다. 이 전 기자 측은 "소유자 및 사용자 측에 영장을 제시하지 않았고, 피의자와 변호인의 실질적 참여권을 미보장 했다"며 법원에 준항고를 냈다. 준항고란 법관의 재판 또는 검사의 처분에 불복해 이의를 제기하는 것을 말한다.

법원은 이 전 기자 측이 제기한 사유 가운데 '영장 미제시'와 '피의자·변호인의 실질적인 참여권 미보장' 등을 검토한뒤 압수수색 처분 취소 결정을 내렸다. 수사팀은 즉각 재항고 의사를 밝혔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본건 휴대폰과 노트북은 검찰 압수 전 이미 포맷된 자료로서 증거 가치가 없고, 이 전 기자에 대한 구속영장 심사의 주요 자료로 쓰인 바도 없어 이미 반환됐다"며 "관련 규정과 기존 절차에 비춰 본건 압수수색은 적법하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이동재 기소 'D-4'…수사팀, 돌파구 찾을까


수사팀은 강요미수 혐의로 구속한 이 전 기자를 구속만기일인 오는 5일까지 재판에 넘겨야한다. 그 전까지 난관을 헤쳐갈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수사팀은 한 검사장과 이 전 기자의 유착 관계를 증명할 증거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수사팀은 이 전 기자를 잇달아 소환하며 한 검사장과 주고받은 대화의 의미와 배경 등에 대해 반복적으로 추궁하고 있다고 한다.

서울남부지검에서 진행됐던 '신라젠 사건'의 수사상황을 들여다보고 있기도 하다. 한 검사장은 지난해 7월부터 지난 1월까지 신라젠 사건 지휘 라인인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근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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