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소용돌이에 내버려진 검찰[서초동살롱]

오문영 기자 2020.08.02 07:10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검찰 타임캡슐 비석 앞으로 한 시민이 지나가는 모습/사진=뉴스1


'검언유착' 의혹 사건은 검찰이 정치 소용돌이에 언제든 휩싸일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현직 검사장과 기자가 여권 인사의 비리를 캐내려했다는 의혹보도는 정치권의 구미를 당겼다. 수사팀장을 맡은 부장검사는 실제로 어떤 사람이냐와는 상관 없이 '여권 편'이 됐다. 마침 현 정부가 발탁인사를 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측근이라는 얘기가 돌면서 소문은 사실에 가깝게 받아들여졌다.

대척점에 있던 한동훈 검사장은 반대편이 됐다. 여권은 '정치검사'라 프레임을 씌우고 야권은 감싸기 시작했다. 정치색을 띈 시민단체의 고발장은 쌓인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움직이자 '제식구 감싸기'라며 법무부 장관이 지휘권을 발동하고 막아선다. 본질인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성립 여부나 법적공방은 중요치 않다. "누가 오보를 흘렸느냐", "해당 검사는 진보냐 보수냐", "수사팀장이 정말 한동훈 검사장을 때렸느냐"가 관심사가 됐다.

합리적 해결보다는 편 가르기가 앞선 현재의 상황은 변화 필요성을 반증한다. 때마침 숙원이었던 검찰개혁이 진행 중이다. 열쇠는 '슈퍼 여당'과 법무부가 쥐고 있다. '검찰총장의 권한이 절대적이니 분산해야한다', '직접 수사를 줄여야 한다', '특수통이 아닌 형사통 중심의 검찰이 돼야한다' 등 거론되는 부분이 맞는 방향이기도 하지만 영향을 따져봐야할 부분도 적지 않다. 하지만 여권은 밀어붙이기만 할 뿐이다.

학계와 법조계에는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에게 있는 '검찰 인사권'도 함께 손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수사기관의 막강한 권한을 통제해야 한다는 점에서 국민을 대변하는 대통령, 상위 기관인 법무부의 '인사'를 통한 견제가 필요한 것은 맞지만 그 인사권한에 어떠한 견제장치도 없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된다. 시쳇말로 현재는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려면 인사불이익을 우려해야 한다.

실제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 청와대의 지방선거 개입 의혹 수사 등을 거치면서 '윤석열 검찰'은 누더기가 됐다. 지난 1월 검찰 고위급 인사에서는 관련 수사 지휘부를 비롯해 대검 간부 내지 특수통 검사들이 무더기 좌천됐다. 이어진 중간간부 인사도 마찬가지였다. 서울중앙지검의 경우 부장검사 3명을 제외하고 모두 교체됐다.

그나마 검찰청법에 '법무부장관은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검사의 보직을 제청한다'고 규정된 부분도 지켜지지 않았다. 지난 인사에서 추 장관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지 않으면서 '패싱 논란'이 일었다. 곧 있을 추 장관의 두 번째 인사를 앞둔 검찰 내부에선 누가 업무를 잘 하더라는 얘기는 나오지 않는다. "현 정부 기조에 맞추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 본인들 편은 본인들이 잘 알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들리는가 하면, 미리 짐을 싸둔 검사도 있다.

인사권에 대한 견제장치의 일환으로 검찰 인사위원회라는 기구가 존재하나 그 역할이 작다. 인사 방향이나 규모 등 큰 틀을 논의하는 심의기구에 불과해 견제역할을 하지 못한다. 대한변호사협회장이나 한국법학교수회장 등 특정인물이 추천한 인사를 법무부장관이 임명하는 식의 위원회 구성방법도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다. 프랑스 등과 같이 검사의 직급별 대표가 공정하게 선발돼 참여하는 것도 아니다.

검찰개혁이 필요하다는 명제에는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방향이 다를 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요구돼 마땅한 건 대화와 협의다. 밀어부치기식 강공은 사회갈등을 키울 뿐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최근 많은 개혁안들이 제시되고 있다"면서도 "여권과 법무부는 각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치우치지 않은 개혁과제를 완수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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