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는 메시지…"능력보다 성실" 검찰 주류 교체 전면 선언

김태은 기자 2020.08.07 15:55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참석해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취임 후 두 번째로 단행한 검사장 인사에서 '검찰 내 주류를 대대적으로 교체하겠다'는 메시지가 읽힌다. '특수통'과 '공안통'으로 이뤄지던 수사 전문가가 지휘부로 올라서는 관행을 타파하고 '비(非) 서울대 법대' 등용 의지도 드러났다. 일각에선 수사 성과나 능력이 중시되던 '엘리트 체제'를 타파하고 검찰 조직의 특수성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법무부는 6일 검찰 고위직 간부 승진·전보 인사를 발표하면서 "형사·공판부 검사를 우대하고 형사부 전문 검사를 발탁했다"고 인사 배경을 설명했다. 검찰의 중심을 형사·공판부로 이동하기 위해 우수 형사부장 등 형사·공판부에서 묵묵히 맡은 바 소임을 다해온 검사들을 적극 우대했다는 취지다.

대검 형사부장과 과학수사부장으로 임명된 이종근 서울남부지검 1차장검사와 이철희 순천지청장의 경우 형사 분야 공인 전문검사라는 점도 따로 설명했다. 이종근 1차장검사는 유사수신·다단계 분야의 1급 공인인증검사고 이철희 지청장은 부정의약품 분야 2급 공인인증검사다.

검찰 안팎에선 윤석열 검찰총장 취임 직후 단행된 인사에서 '특수통'이 대약진했던 반작용으로 특수부(특별수사부) 출신을 철저하게 배제하기 위한 명분이란 시각도 적지 않다. 윤 총장이 이른바 '윤석열 사단'이라 불리는 측근 인사들을 대거 검사장으로 승진시켜 대검 참모로 임명할 당시 검찰 내부 반발이 적지 않았다. 60여명의 검사들이 한꺼번에 검찰을 떠난 것도 특수통 이외의 검사들은 검찰 조직에서 비전이 없다고 판단한 때문으로 풀이됐다.

추 장관이 취임 직후부터 줄곧 형사·공판부 검사 우대를 공언했던 것도 윤 총장을 중심으로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특수통들을 배제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검찰의 직접 수사 축소 흐름에 따라 수사 전문성과 성과가 승진의 주요 요인이 되지 못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검찰에선 이른바 사법연수원 기수별 상위권 검사들을 큰 하자가 없으면 우선 발탁하는 게 관행처럼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이번 검사장 인사에는 이같은 관행히 철저하게 무시됐다는 게 검찰 내 반응이다.

서울 지역에서 근무하는 부장검사는 형사·공판부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는 이들이 특수부와 공안부로 발탁돼 성장하는 게 검찰의 주류 세력을 이루는 것"이라며 "형사·공판부 우대란 명분은 검찰의 수사 능력을 더이상 보지 않겠다는 말"이라고 지적했다.

검찰 지휘부가 능력이나 수사 성과로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면 결국 정권에 대한 충성도가 기준이 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적 시각도 있다. '검언유착' 의혹 수사에서 한동훈 검사장의 공모 관계 입증에 실패한 이정현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나 여러 차례 구설수에 오른 신성식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가 검사장을 달게 된 점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거다. 이들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의 최측근으로 꼽히며 충성심을 과시해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사장으로 승진한 6명 중 서울대 법대 출신이 이종근 1차장검사가 유일하다는 점도 특징이다. 서울대 불어불문학과(이철희)와 고려대 법학과(이정현), 성균관대 법학과(김지용), 중앙대 법학과(신성식) 등으로 출신 학교가 다양화됐고 여성 간부 중 유일하게 검사장을 단 고경순 서울서부지검장은 추 장관과 동문인 한양대 법대 출신이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성적과 수사 커리어가 우선 고려되는 검찰 인사는 결국 다른 정부부처와 달리 엘리트 의식이 강고한 검찰 고유의 독자성을 이뤄온 근간"이라며 "정권에 철저하게 종속되는 다른 부처에 비해 검찰이 정권에 맞서고 있다는 시각이 강한 현 정권의 눈에 검찰의 '엘리트 체제'를 타파하는 게 우선 순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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