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면 돼?’라고 한 쪽 눈을 잃은 하후돈에게 물으신다면…

[남 변호사의 삼국지로(law)]㉒

남민준 변호사 2020.08.08 09:20





‘얼마면 돼???’라고 한 쪽 눈을 잃은 하후돈에게 물으신다면…




위의 충신이자 맹장으로 이름 난 하후돈의 첫 번째 이미지는 한 쪽 눈을 안대로 가린 모습입니다.

여포 휘하의 고순과 싸우다가 함정에 빠져 고순의 부장 조성이 쏜 화살에 한 쪽 눈을 맞은 후 ‘부모님에게서 물려 받은 소중한 눈을 버릴 수 없어’ 화살째 뽑아 그 눈을 씹어 삼킨 후 조성을 베어 버렸다고 합니다.

누군가의 잘못으로 인해 후유장해가 남을 정도의 심한 부상을 당하거나 생명을 잃게 되면 다친 사람의 입장에서는 응당 후유장해로 인한 손해에 상응하는 배상을 받아야 합니다.

하후돈처럼 누군가의 잘못으로 한 쪽 눈을 잃게 되거나 죽게 된다면 피해자는 어떻게 배상을 받게 될까요? (사례에서는 화살을 쏜 조성이 죽었으니 조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는 없겠습니다만 아래에서는 직접행위자이든 간접행위자이든 불법행위책임을 질 사람이 있음을 전제로 적고 지면사정상 개략적인 과정만을 적습니다.)

후유장해(또는 사망)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은 ‘책임원인이 있는지’, ‘책임이 있다면 배상의 범위는 어떻게 되는지’에 관하여 2단계로 진행됩니다.

책임원인과 관련하여서는 일반불법행위책임, 사용자책임 등을 검토하는데 모두 행위자의 고의∙과실에 의한 위법한 행위를 전제로 하고 통상 근로자가 죽거나 다친 경우라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나 ‘신의칙상 안전배려의무’ 위반이 대부분입니다.

배상의 범위와 관련하여서는 i) 적극적 손해(쉽게, 부상으로 인한 치료비, 입원비 등 다친 사람의 수중에서 나간 돈) ii) 소극적 손해(쉽게, 다치지 않았으면 벌 수 있었을 텐데 다쳐서 그 만큼 벌지 못 한 돈) iii) 정신적 손해(위자료)가 배상해야 할 손해에 해당하는데,

위와 같은 손해액이 정해지면 다치는 과정에서 다친 사람의 기여과실이 없는지를 법원이 직권으로 살펴 과실상계를 하고,

다친 사람이 그로 인해 얻은 금전 등이 있다면 과실상계한 손해액에서 다시 이 부분을 공제하여(손익상계, 통상 근로자가 업무로 인해 다치게 되면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산재보험금을 받게 되는데 이 돈을 손해액에서 공제합니다) 최종적인 배상액을 정하게 됩니다.

대단히 생소하실 수도 있겠지만 예를 한 번 들어 볼까요?(귀찮으시면 이 부분은 읽지 않으셔도… 건너 뛰기 편하시도록 표 안에 넣어 둡니다…)

(논의의 편의를 위해 1960. 8. 1.생인 하후돈은 보통인부로서 일을 하다가 2020. 7. 1. 한쪽 눈을 다쳐 2020. 8. 31.까지 입원치료를 받다가 결국 실명한 것으로 상황을 의제하고, 다치지 않았으면 벌 수 있었겠지만 다쳐서 벌지 못 한 소극적 손해를 계산합니다.)

① 현재의 가동연한(일을 할 수 있는 나이)은 65세로 1960. 8. 1.생인 하후돈은 다치지 않았다면 2025. 7. 31.까지 노동능력 100%의 상태로 일을 할 수 있었습니다.

② 그런데 하후돈은 2020. 7. 1. 한쪽 눈을 다쳐 2020. 8. 31.까지 병원에 입원하여 결국 실명하였으니 i) 입원기간 동안은 전혀 일을 못 했고(노동능력 상실율 100%) ii) 퇴원 후에는 두 눈이 아닌 한 쪽 눈만으로 일을 하게 되어 그 부분 만큼 일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노동능력상실율 24%, 노동능력상실율은 의사의 감정을 거쳐 장해율표에 따라 결정되는데 단안실명의 경우 실무에서 원고는 통상 40%를 주장합니다만 대법원 판결에 따라 맥브라이드 장해율표를 혼용할 수 없어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24%의 장해율이 인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③ 최종적인 계산을 위해서는 도시일용노임(도시에서 일하는 보통인부가 받는 일당으로 이해하시면 되는데 정기적으로 발표됩니다)과 월평균가동일수(한 달 동안 일할 수 있는 날의 수)가 필요한데 현재의 도시일용노임은 118,130원이고 월평균가동일수는 22일입니다(이전에는 25일이었으나 토요일도 쉬면서부터 변경되었습니다).

④ 앞서 적은 ①, ②, ③에 호프만계수를 적용하여(호프만계수를 적용하는 이유는 이 부분의 손해는 미래에 벌었을 돈임에도 벌 수 없어 그 부분을 지금 청구하는 것이라 미리 받는 만큼 그에 상당하는 이자를 공제하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계산해보면, 하후돈은 사고로 인해 ’37,763,920’원에 상당하는 소극적 손해를 입었습니다(현재의 금액은 과실상계나 손익상계가 이루어지지 않은 금액입니다).

⑤ [④항에서 나온 금액(소극적 손해) + 적극적 손해(입원비, 치료비 등) + 위자료]로 계산한 금액에서 과실상계와 손익상계를 거쳐 단안실명으로 인한 최종적인 손해액이 계산되는 과정을 거칩니다.

사람의 생명과 신체를 돈으로 계산하는 것은 어찌 보면 비인간적이고 다친 사람 입장에서도 계산된 돈을 자신의 신체에 대한 배상으로 받아 들이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됩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으로서는 맡고 있는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금전으로라도 배상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만 하기에 부득이 위와 같은 과정을 거쳐 판결을 선고합니다.

앞선 예는 그나마 가동연한의 범위 내에 있으면서 다친 경우라 적극적∙소극적 손해를 계산할 수 있습니다만,

간혹 사건을 대리하다 보면 가동연한을 넘은 연령의 사람이 약간의 기여과실로 사고 현장에서 즉사한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소극적 손해는 아예 없고 적극적 손해도 거의 없다 보니 (좀 거친 말로 표현하자면) ‘사람의 목숨 값이 고작 몇 천만 원의 위자료 정도’에 불과한 경우도 있습니다.

‘사람의 목숨이 가장 귀하다’, ‘생명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고 배워 왔는데 처음으로 사람의 목숨 값이 몇 천 만 원의 위자료로 계산되는 경우를 접하고는 대단히 혼란스럽고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납니다.

늙으신 내 아버지의 목숨 값이 고작 몇 천 만 원?? 사고가 발생한 이상 어쩔 수 없다는 걸 알지만 마음으로는 도저히 받아 들일 수가 없습니다.

어쩔 수 없이 금전으로라도 배상하도록 하고 있지만 당사자나 유가족의 입장에서는 언제나 생명과 신체에 대한 금전배상은 턱 없이 부족하고 모자랍니다.

우리가 항상 스스로를 보호하고 살피며 나아가 누군가의 가족일 수 밖에 없는 타인까지 배려하고 살피려는 마음이 필요한 절대적 이유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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