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성범죄' 최대 29년형…'박사방' 조주빈 형량도 늘어난다

임찬영 기자 2020.09.16 04:50

텔레그램 성착취 대화방 운영자 조주빈이 지난 3월 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사진= 김창현 기자


대법원이 '디지털 성범죄'의 양형기준안을 마련함에 따라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제작·배포·유포할 경우 최대 징역 29년 이상의 처벌을 받게 됐다. 양형 기준 상향의 계기가 됐던 조주빈 등 텔레그램 n번방·박사방 일당들의 재판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상습범 … 징역 최대 29년 3개월


15일 대법원 양형위 제104차 전체회의 결과에 따르면 앞으로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상습 제작하거나 두 건 이상 범죄를 저질렀을 때 최소 10년 6개월에서 최대 29년 3개월까지 형량을 받게 된다.

지금까지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제작 범죄는 양형기준이 따로 마련돼 있지 않았기 때문에 아동·청소년 성착취 영상 관련 범죄자들이 '솜방망이' 처벌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 이런 지적을 의식한 듯 양형위는 지난 5월 전체회의를 통해 양형기준안 초안을 의결하는 등 처벌 강화 움직임을 보여왔다.

양형위는 구체적으로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제작 범죄에 대해 △감경역역 2년6개월~6년 △기본영역 5년~9년 △가중영역 7년~13년을 기준으로 정했다. 여기에 양형위가 제시한 8개의 특별가중인자(피해자의 극단적인 선택 등)와 5개의 특별감경인자(성착취물 유포 전 폐기 등)를 통해 형량을 조정한다.

만약 특별가중인자가 2개 이상이면 형량범위 상한이 가중돼 최대 징역 19년 6개월을 선고받을 수 있다. 이 조건에 더해 다수범(2개 이상 같은 범죄)인 경우 다시 형량이 가중돼 최대 징역 29년 3개월까지 늘어난다. `상습범`일 경우엔 하한치도 7년에서 10년 6개월로 상향 조정된다.

또, 특별감경인자에 `처벌불원`도 제외된다. 이는 성범죄 피해자가 본인의 의지와 달리 강압적으로 '처벌불원서'를 제출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 최근 대법원은 친부에게 성폭행 당한 딸 A씨의 '처벌불원서'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는 가정의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처벌불원서를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불어 지금까지 재판에서 주요 감경요소로 작용했던 `형사처벌 전력 없음` 역시 해당 범행 전까지 단 한 번도 범행을 저지르지 않은 경우여야 감경요소가 될 수 있도록 하는 등 기준을 강화했다.



조주빈 등 텔레그램 n번방·박사방 재판에 영향 줄 듯


양형위원회의 이번 결정은 조주빈 등 n번방·박사방 피의자들의 재판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날 발표된 양형기준안은 올 12월 최종 의결되기 때문에 그 이전에 기소된 사건에 대해선 적용되지 않지만 재판부가 이를 고려해 처벌할 순 있다. 특히, 이번 `디지털성범죄` 양형기준안의 확정 계기가 조주빈 등 일당으로 인한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재판부가 이를 고려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조주빈은 이번 양형기준안 내 최고형에 해당하는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제작 범죄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양형기준안에서 규정한 `다수범`·`상습범` 등 가중 요건도 충족시키기 때문에 29년 3개월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를 반영한 중형이 선고될 수 있다.

한편, 양형위는 이 외에도 △카메라등이용촬영 범죄 △허위영상물 등 반포 △촬영물 등 이용한 협박·강요 △통신매체이용음란 등 범죄의 형량도 높이는 등 성범죄 전반에 대한 양형기준을 강화했다.

양형위 관계자는 "디지털 기기 또는 온라인 공간이라는 특성상 범행 방법이 매우 다양하고 피해가 빠르게 퍼져 피해 복구가 어렵고 스마트폰 등 디지털 매체의 사용이 일반화되면서 범죄 발생 빈도수가 증가하고 있음을 고려해 객관적이고 엄정한 양형기준을 설정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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