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편파 수사' 의혹 부상…추미애 vs 윤석열 '정면충돌'

오문영 기자 2020.10.18 18:12

법무부가 감찰조사 결과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핵심 인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현직 검사들과 야권인사에게 로비를 벌였다고 진술했음에도 검찰이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고 밝히며 '별도 수사'를 예고했다.

이에 대검은 "사실과 다르다"며 "검찰총장에 대한 중상모략"이라 강력 반발했다. 윤 총장도 이례적으로 직접 언론과의 통화에서 "터무니없다"고 반박했다. 김 전 회장은 지난 16일 옥중 자필입장문을 통해 야당 정치인, 우리은행장을 포함해 현직 검사에게도 로비했다고 밝혔다.

특히 접대했던 검사 가운데 한 명이 라임사건 수사팀에 합류했고, 검찰이 본인의 진술을 유도하고 협박하는 등 짜맞추기 수사를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제대로 된 수사 없었다"는 법무부…윤석열 "터무니없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사진 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사진=이기범 기자 leekb@



법무부는 18일 김 전 회장에 대한 직접 감찰을 실시한 결과 현직 검사와 검사장 출신 야권 정치인에 대한 로비 의혹이 검찰에서 진술됐으나, 제대로 된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제대로 된 수사가 이뤄지지 않은 배경에 윤석열 검찰총장과의 관련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하며 '별도수사'를 예고했다. 법무부는 "검찰총장이 야권 정치인 및 검사 비위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비위사실을 보고 받고도 여권 인사와는 달리 철저히 수사하도록 지휘하지 않았다는 의혹 등 그 관련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감찰조사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감찰과 별도로 수사 주체와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대검찰청은 즉각 입장문을 내고 "검찰총장이 해당 의혹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지시하였음에도 이와 반대되는 법무부의 발표는 전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내용"이라며 "검찰총장에 대한 중상모략과 다름 없으며 전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야권 정치인과 검사 비의 의혹 모두 보고를 받은 뒤 철저한 수사 지시가 이뤄졌다는 것이 대검의 입장이다. 윤 총장의 개입 여부도 확인해야 한다는 법무부의 발표에 대해선 '라임 사건 수사검사 선정은 법무부도 함께 협의한 부분'이라 했다.

윤 총장도 이날 직접 입장을 밝혔다. 윤 총장이 검찰총장에 취임한 뒤로 언론을 통해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본인에 대해 프레임을 씌우려는 의도가 있다고 보고 직접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윤 총장은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법무부가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가 미진했다는 의혹을 발표한 것에 대해 "턱도 없는 이야기"라며 "내가 왜 수사를 뭉개느냐"고 했다.

법무부가 별도의 수사주체와 방식을 검토한다는 발표에 대해서는 "내가 지휘해도 그만이고 안 해도 그만"이라며 "특임검사나 특별수사본부를 만들어서 총장에게는 결과만 보고하는 쪽으로 하든 알아서 하라"며 불쾌감을 표했다.



추미애, 또다시 수사지휘권 발동할까…"부적절" 지적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모습/사진=뉴스1


이날 법무부의 발표는 사실상 추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수사권이 없는 법무부는 스스로 별도의 수사팀을 꾸릴 수 없기 때문이다. 특임검사나 특별수사본부 등 임의 조직도 검찰총장의 요청을 거쳐 법무부 장관의 승인 하에 구성될 수 있다.

대검은 법무부 발표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추 장관의 지휘권을 발동한다면 이를 거부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제식구 감싸기'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법무부가 윤 총장의 관련성도 살펴봐야 한다고 언급한 상황에서 '검찰총장이 자신에 대한 수사를 거부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법무부의 발표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전 회장 주장의 신빙성을 따지기도 전에 수사를 예고한 것은 성급하다는 것이다. 한 부장검사는 "김 전 회장의 진술만을 믿고 관계자들을 바로 피의자로 전환해서 수사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라며 "결론적으로 윤석열 검찰총장이 철저한 수사 지시를 내렸으니 검찰의 수사를 지켜보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윤 총장과 대검도 구체적 날짜까지 제시하며 법무부의 발표 내용이 '사실에 근거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라임 사건을 지휘했던 송삼현 당시 서울남부지검장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검장으로 재직하면서 보고한 내용 중에 총장이 하지 말라고 한 게 하나도 없다"고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법무부 감찰 조사에 응한 라임 수사팀 관계자들도 수사 뭉개기나 윤 총장 등의 부적절한 지시가 없었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차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추 장관이 지휘권을 발동한다면 윤 총장은 거부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수사팀이 구성된다면 당시 수사를 맡았던 주임검사를 비롯해 지휘라인에 있던 간부들, 윤석열 검찰총장까지 모두 수사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이 사건 본질은 1조6000억 사기 피해가 어떻게 발생할 수 있었느냐 등 배경을 규명하는 데 있다"면서 "특정 인물에 대한 찍어내기식 수사나 정치적인 공격으로 호도되선 안 될 것"이라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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