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후폭풍…'윤석열의 시간'은 시작될까

김태은 기자 2020.10.23 17:07

(서울=뉴스1) 성동훈 기자 = 윤석열 검찰총장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의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2020.10.22/뉴스1


'윤석열 국감'의 파장이 적지 않다. 지난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강경발언들이 쏟아져나오면서 정치권과 법조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직설적으로 비판한 윤 총장의 발언 배경과 의도를 놓고 여권에서는 비난이 이어지면서 그 여파가 가볍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 가능성을 열어둔 답변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당장 윤 총장을 겨냥한 수사와 감찰이 진행될 것으로 보이는 백척간두의 상황에서 윤 총장이 승부수를 띄울 수 있을 지 주목된다.



국민들 앞에서 명분 쌓기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총장은 국감 직전 사표를 던지는 것까지 고민할 정도로 분노가 컸다고 한다. 추 장관이 총 5건의 사건에 대해 윤 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배제하겠다고 발표하면서다. 라임자산운용 펀드 사기 수사와 관련해 검사 술접대 의혹이 불거지자 윤 총장의 연루 가능성을 얽어넣은 것인데 여기에 서울중앙지검에 고소고발된 윤 총장 가족 관련 사건들에 대해서도 윤 총장이 손을 떼야 한다고 공표했다. 한마디로 윤 총장이 본인과 관련된 사건에 대해 공정한 수사를 방해하고 있다는 뜻이다.

윤 총장은 국감 질의응답에서 "가족 사건에 총장이 지시를 내릴 정도가 되면 옷벗고 나가야 한다"며 격한 감정을 드러낼 정도로 모욕감을 느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7년 전 국감처럼 정권 차원의 수사 비리나 총장직을 던지는 '폭탄 발언'이 나오지는 않았다. 윤 총장은 오히려 "임기동안 할 일 충실하게 하는 것이 임명권자 뿐만 아니라 국민에 대한 책무라 생각한다"며 "흔들림 없이 제 소임을 다할 생각"이라고 밝혀 스스로 물러날 뜻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수사와 감찰을 동원해 거취 압박을 거세게 밀어붙이는 추 장관에 대해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명확하게 밝힌 셈이다. 특히 4·15 총선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메신저를 통해 임기를 지킬 것을 당부했다는 사실을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이와 관련해 검찰 안팎에서는 윤 총장이 국감장에서 국민들을 향해 조만간 검찰총장을 끌어내리기 위해 벌어질 일들에 대해 누구에게 명분이 있는 지를 확인시키기 위한 포석이란 해석이 나왔다. 문재인정부가 임명한 검찰총장을 스스로 끌어내리려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보여주는 발언이란 것이다.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윤석열 검찰총장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를 마치고 국회를 나서고 있다. 2020.10.23/뉴스1







정치 가능성 여지…때릴수록 커지는 존재감


윤 총장의 뜻밖의 깜짝 발언은 국감 종료 직전에 나왔다. 흔들리지 않고 검찰총장 소임을 다하겠다던 그가 퇴임 후 정치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우리 사회와 국민들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보겠다"고 대답하면서다. 정치도 그 방법에 포함되느냐는 보다 직설적인 질문에는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즉답을 피함으로써 여지를 남겨뒀다.

정치권과 법조계는 윤 총장의 이같은 답변을 단순한 해프닝으로 바라보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이미 올 초부터 차기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의미있는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데다 정치권에서도 윤 총장의 대선 출마 가능성이 끊임없이 타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윤 총장에 대한 여권의 압박이 거세질수록 윤 총장의 존재감이 커지는 역설이 주목받아왔다.

당장 정치권이 윤 총장의 발언에 요동치는 분위기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전날 윤 총장의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 발언을 문제 삼으며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당신들 부하 아니다' '국민과 논쟁을 해볼 것'이라는 식으로 푸는 것은 정치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윤 총장의 의도와 무관하게 정치적 의미가 부여되는 모양새가 되면서 자연스레 윤 총장의 정치 명분이 쌓일 수 있는 여건으로 나아가게 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정치 컨설턴트는 "한쪽에서는 추 장관이 윤 총장에게 칼을 들이대고 목을 치려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여당이 차라리 정치를 하라고 등을 떠미는 형국"이라며 "본인은 검찰총장 소임을 다하겠다고 했지만 어쩔 수 없이 정치를 하게 되는 모양을 갖춰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조계 일각에선 윤 총장의 행보가 검찰총장의 책임있는 자세라기 보단 이미 정치 일정을 염두에 둔 셈법이란 비판도 나온다.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에 대해서도 의미있는 논의를 진전시키지 못한 채 무력하게 받아들였는데 국감에서 위법을 지적하는 '사이다 발언'을 했다고 정당화가 되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공유하기

1 /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