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철, 조국 빼고 백원우와만 인사 나눈 사연

유동주 기자 2020.10.23 16:32
(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박형철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이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가족 비리와 감찰 무마 의혹 사건 관련 첫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20.5.8/뉴스1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무마 사건으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장관(사건 당시엔 민정수석),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박형철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에 대한 재판에서 박 전 비서관이 증인석에 앉아 감찰중단 과정과 관련해 조 전 장관에 대한 기존 진술을 재확인했다.

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김미리)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박 전 비서관은 오전 공판이 끝나고 점심시간을 위한 휴정이 되자 법정 증인석에서 일어나면서 피고인석 구석 끝에 앉아있던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에게 다가가 어깨를 치며 인사를 나눴다. 반면 피고인석의 반대 쪽 끝에 앉아 있던 조 전 장관과는 인사를 나누거나 눈을 마주치지 않고 그대로 법정을 나가 눈길을 끌었다.

박 전 비서관은 신문 내내 조 전 장관을 지칭할 때 '수석님'으로 부르며 청와대 근무당시 부르던 호칭을 그대로 썼다.

박 전 비서관은 조 전 장관 측 변호인의 반대신문 과정에서 청와대 근무 당시 백 전 비서관과 매우 가까운 사이로 친하게 지냈다고 밝히기도 했다. 박 전 비서관은 "(백원우 전 비서관과)형동생하는 사이고 막역하게 장난하는 사이였다"고 말했다.

가족 비리 및 감찰 무마 혐의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6월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조 전 장관 측 변호인은 박 전 비서관이 백 전 비서관과 가까웠단 점을 강조하면서 감찰중단 책임이 조 전 장관에게만 있지는 않다는 점을 입증하려 시도했다. 조 전 장관 변호인이 "(유재수 감찰 결과에 대해) 금융위 사표수리로 마무리한 거는 조국 전 민정수석 입장을 듣기도 했지만 그 전에도 백원우 비서관과도 여러 차례 상의한 게 아니냐"고 묻자 박 전 비서관은 "그렇다"고 답했다.

이어 조 전 장관 변호인이 "(백원우 전 비서관과)호형호제하면서 굉장히 가까웠고. 그 과정에서 이 사건 사표수리로 끝나는 거 짐작한 거 아니냐"며 조 전 장관의 감찰중단지시에 대해 적법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냐는 취지로 질문하자 "백 전 비서관이 그렇게 얘기했고, 그 당시에 감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그런 상황이어서 크게 반발하고 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아울러 "결과적으로 (감찰중단에) 동의한 건 백원우 입장도 고려한 건 맞지 않느냐"는 조 전 장관 변호인 질문엔 "(유재수에 대한)사표수리로 종료된다고 얘기 할 때는 백 전 비서관 입장을 고려하고 그럴 상황은 아니었다"며 "충분히 제 의견 개진했고 또 결국 어떻게 할지 권한은 수석에게 있는 거고. 감찰이 더 이상 진행 안 되는 상황에서 사표도 안 받으면 아무런 불이익 안 받고 끝나면 안 돼서 여러 점 고려해서 수용했다"고 설명했다.

'유재수 감찰무마 혐의' 사건에서 박 전 비서관은 직속 상관이던 조 전 장관과 상반되는 취지의 진술을 하고 있다. 검찰 수사과정과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박 전 비서관은 유재수 부시장(사건 당시엔 금융위원회 국장)에 대한 감찰이 조 전 장관에 의해 중단됐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다. 반면 조 전 장관과 백 전 비서관 측은 '감찰무마'가 있었던 게 아니라 '감찰중단'이 결정돼 적법하게 처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 전 비서관은 피고인으로 출석했으면서 동시에 이날은 증인으로 채택돼 검찰 신문과 조 전 장관 측과 백 전 비서관 측 반대신문 과정을 거쳤다. 본인도 기소됐지만 조 전 장관, 백 전 비서관에 대해선 증인 입장이 되기 때문이다.

박 전 비서관은 조 전 장관, 백 전 비서관과 같은 사건의 '공동 피고인' 신분이지만 책임소재에 대해 이해충돌이 있기 때문에 변호인도 서로 다르고 각자 변론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 그간 수사·재판 과정에서 조 전 장관과 백 전 비서관 측 주장은 서로 일치하는 부분이 상당히 겹치지만 박 전 비서관은 그들과는 상반된 진술을 유지하고 있다.

이날 증인석에 앉은 박 전 비서관은 조 전 장관이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 중단을 설명하면서 말했던 '여자문제'는 자신이 작성한 '국회와 언론 대응'을 위한 방어논리였다고 밝히기도 했다.

감찰이 중단돼 비위 혐의는 제대로 밝혀내지 못한 상황에서 국회와 언론의 추궁에 대비해 소위 '여자문제'는 불문으로 하던 것을 활용하기 위해 대외적인 중단사유로 '여자문제'를 거론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감찰이 제대로 진행이 안 된 상태에서 감찰 업무 담당이 아니었던 백 전 비서관이 금융위에 직접 구두로 통보하는 식으로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을 마무리시킨 점이 일반적인 방식은 아니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입시비리 및 사모펀드 등' 6차 공판 증인으로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2020.09.11. bjk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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