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3월 주총…’3%룰’에 헤지펀드 공격 못막는다

[기업법분석-개정 상법 3%룰①] 대주주 재산권 침해·주식회사 근간 무너뜨리는 3%룰

김종훈 기자임찬영 기자 2021.01.17 07:40

/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여당이 밀어붙인 개정 상법이 3월 기업 주주총회에 직격탄을 떨어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대주주의 이사선임권을 제한하는 '3%룰' 도입이 문제다. 대주주 의결권을 부당하게 제한해 위헌이라는 지적과 함께, 기업들을 해외 헤지펀드들의 경영권 공격에 무방비로 노출시켰다는 비판이 줄을 잇고 있다.



소유-경영 분리는 주식회사 본질…3%룰 비판 이유


3%룰은 주주총회에서 감사위원 후보자인 사외이사 후보자를 선임할 때 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한다는 것이 골자다. 개정 전 법률에 따르면 감사위원 선출은 이사 선임 의결·감사위원 선임 의결 두 단계를 밟았는데, 감사위원 선임 의결에서만 대주주 의결권 제한 규정이 있었다. 대주주가 내키지 않는 감사위원 후보자는 이사 선임 단계에서 배제할 수 있었다.

이러한 대주주 의결권 제한을 이사 선임 단계까지 확장한 것이 3%룰이다. 이에 따르면 이사 선임 단계에서도 의결권 3% 제한이 적용되기 때문에 대주주가 자기 지분을 행사해 특정 감사위원 후보자를 이사 선임 단계에서 배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재계는 3%룰이 주식회사 제도의 본질을 침해한다면서 심각한 우려를 표명해왔다. 주식회사 제도는 주주가 소유하고 이사가 경영하는 것이 핵심이다. 주주는 지분을 통해 회사를 소유하고 회사에 출자한 만큼만 책임을 진다. 이렇게 하면 주주들은 회사에 관한 법적책임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워지기 때문에 투자가 활성화된다. 자본시장은 이러한 주식회사 제도를 기반으로 성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식회사 경영을 맡은 이사가 주주의 이익을 외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주주는 믿을 만한 사람에게 경영을 맡겨야 한다. 이때 출자한 자금만큼 많은 책임을 부담하는 대주주가 책임에 비례해 많은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에 따라 상법은 제382조 제1항과 제369조 제1항 등을 통해 주주들이 주주총회에서 이사를 선임하고, 1주당 1개의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을 원칙으로 정했다.

이를 종합하면 이사를 선임할 때 대주주가 많은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대주주의 전횡을 초래할 수 있다는 과제가 남기는 하지만, 이러한 법 원칙이 주식회사 제도를 떠받치는 핵심요소라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3%룰은 이 원칙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법조계 "3%룰 재산권 침해, 위헌 소지 있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대주주의 경영권을 헌법의 보호가 미치는 재산권으로 인정하고 있다. 대법원(2008도11036)은 "주식이 회사의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 이른바 '경영권 프리미엄'을 지니고 있는 경우 그 가치를 평가해 주식의 적정가액 산정에 가산해야 한다"면서 주주권에 붙은 경영권은 금액으로 환산 가능한 재산이라고 명시한 바 있다. 헌법재판소(2006헌바22)도 "최대주주가 보유한 주식은 그 가치에 더해 회사의 지배권을 행사할 수 있는 특수한 가치, 이른바 '지배권 프리미엄을 지니고 있다"며 경영권에 재산적 가치가 있다고 해석했다.

이 같은 해석에 따르면 3%룰은 위헌이라는 것이 법조인들의 중론이다. 이사선임권은 주식회사의 주주가 행사하는 핵심적인 재산권인데, 3%룰은 이를 침해하므로 헌법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대법원도 주주권을 지나치게 침해한다는 이유로 사실상 개정 반대 의견을 입법 단계에서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이사회를 감시하는 감사위원이 독립적으로 역할을 수행하려면 3%룰을 통해 이사 선임 단계 때부터 대주주의 영향력을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 여당과 일부 시민단체의 반론이다. 그러나 법조계에선 이런 반론을 감안하더라도 3%룰이 정당화되기 힘들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헌법연구관 출신 노희범 대표변호사(법무법인 제민)는 "감사위원 독립성 보장과 지배주주의 이사회 전횡을 막을 공익상의 필요가 있다고 하더라도 주주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은 헌법 상 재산권의 본질적인 부분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권도중 변호사(법무법인 시헌)도 "주식회사의 주주평등의 원칙 등 재산권의 핵심적이고 본질적인 부분을 침해한 것이라 해석된다"며 "3%룰로 인해 의결권이 제한되는 상황이 오면 분명 최대주주들이 위헌법률심판을 제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장 3월 주총 '대혼란' 우려…1월 말부터 헤지펀드 공격 가시화될 수도


법조계는 3%룰 때문에 올 3월 주주총회에 대혼란이 빚어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당장 우려되는 것은 외국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공격이다. 2003년 해외 헤지펀드 소버린의 SK 경영권 공격이 좋은 예다. 당시 소버린은 SK 주식 14.99%를 매입한 뒤 이를 5개 자회사에 나눴다. 이사 선임 이후 감사위원 선임 단계에서 적용되는 3% 의결권 제한을 회피하기 위해 '지분 쪼개기'를 한 것이다.

현행 상법 하에서 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가정한다면 소버린이 보다 직접적으로 SK 경영권을 공격할 수 있게 된다. 현행 상법에 도입된 3%룰에 따라 대주주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인사를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으로 선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소버린이 SK 이사회로 직접 진입하게 된다. 2003년 당시 SK는 소버린으로부터 경영권을 지켜내는 데에 1조원대 자금을 소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정 상법의 3%룰 아래서라면 소버린이 제도를 악용해 보다 크게 판을 벌릴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당장 3월 주주총회부터 헤지펀드들의 공격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권 변호사는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해 전기자동차, 반도체 시장이 재편되고 있는데 여기서 '리딩 컴퍼니' 역할을 하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생겨나고 있다"며 "헤지펀드들이 자금력을 앞세워 건실한 리딩 컴퍼니들에 대해서 헤지펀드가 미는 감사위원을 선임하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커질 것 같다"고 밝혔다.

권 변호사는 "(헤지펀드와 헤지펀드가 선임한 감사위원들은) 장기적인 투자보다는 훨씬 더 단기성과를 빼가는 데 관심이 클 것"이라며 "기업경쟁력을 해치고 오히려 소액주주에게 피해가 가는 상황으로 귀결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권 변호사는 "1월 말쯤부터 개입이 시작될 것으로 본다"며 "위협적인 투자회사, 헤지펀드들이 주주로 들어와 있는 기업들은 민감하게 대응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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