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출금 논란 추미애 등판…떠나는 장관의 '정치적 선동'[theL프로]

김태은 기자 2021.01.17 08:29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1.1.8/뉴스1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긴급 출입금지 위법 논란에 뛰어들었다.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을 비롯해 상당수 법무부 전현직 간부들이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이번 사건에 현직 법무부 장관이 직접 시시비비를 가리고 신속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것은 응당 당연해 보인다.

지난해 연말 사의표명 후 시한부 장관 생활을 보내고 있는 추 장관이 겨냥하고 있는 지점은 그러나 절차적 위법 여부가 아니다. 자신의 퇴진과 함께 사그라드는 '검찰개혁' 전선(戰線)을 되살리는 데 보다 열의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추 장관은 김 전 차관 논란 자체를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 활동에 따른 정당한 재수사까지 폄훼·부정하는 것"이라며 "국민이 원하는 검찰개혁에 반하는 행태"라고 못박았다.

추 장관에 대한 '보복 수사'라는 식의 정치적 사건으로 키우려는 의도도 내비쳤다. 장관 재임 내내 끌고왔던 '법무부 대 검찰', '추미애 대 윤석열' 구도를 퇴임 후 정치적 행보로 만들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추미애가 '추 라인' 부인하는 이유


추 장관은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전 차관의 출국소동 당시 근무한 법무부 간부들이 어떻게 일면식도 없었던 저의 사람일 수가 있나"라며 "시계바늘을 거꾸로 돌려놓고 그 분들을 일부러 '추 라인'이라고 짜깁기하는 것을 보니 누구를 표적을 삼는 것인지 저의가 짐작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푸라기라도 잡아내 언론을 통해 여론몰이를 먼저 한 다음 마치 커다란 불법과 조직적 비위가 있는 사건인 양 사회적 관심과 주목을 형성한 후 수사의 불가피성을 내세우는 전형적인 '극장형 수사'를 벌이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추 장관이 재임하지도 않은 2019년 3월 벌어진 사건에 '추미애 라인' 간부들이 개입했다고 표현했다는 것 자체가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반박이다. 현재 법무부 내부 공익제보자가 제출한 신고서에 거론된 관계자는 박상기 전 장관,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 당시 법무부 법무실장으로 검찰과거사위원회 간사를 맡은 이용구 법무부 차관, 당시 박 전 장관의 정책보좌관이던 이종근 대검 형사부장,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당시 대검 정책기획과장이던 김태훈 법무부 검찰과장,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본부장 등이다.

추 장관 재임 동안 이종근 부장은 서울남부지검 1차장에서 검사장으로 승진해 대검 형사부장으로 승승장구했고 이성윤 지검장도 법무부 검찰국장에서 서울중앙지검장으로 '검찰 빅3' 중 두 자리에 연속 발탁됐다. 김태훈 과장은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장검사에서 법무부 검찰과장으로, 차규근 본부장은 법무부 최장기 본부장을 역임했다. 한마디로 이들이 문재인정부의 검찰 내 핵심 라인이기 때문에 추 장관 역시 이들을 중용했다고 봐야 한다.

검찰 관계자는 "이 정부 들어 검찰 핵심 보직을 맡고 있는 간부들이 이 사건에서도 속속 관여돼 있다"며 "이른바 검찰 '비선실세'들이 어김없이 작동하고 있었던 정황"이라고 지적했다.

달리 말하면 김 전 차관 긴급 출금 사건이 단지 법무부 차원의 '소동'이 아닌 정권 차원에서 깊이 개입된 '기획'이라는 의혹이 계속 제기되는 이유다. 추 장관이 '추 라인'을 부인할 수록 이같은 의심도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1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각각 정부서울청사와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판사 조미연)는 1일 윤 총장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직무집행정지 처분의 효력을 멈춰달라"며 낸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법원 결정에 따라 총장직에 복귀한 윤 총장은 결정 직후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며 "대한민국의 공직자로 헌법정신과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2020.12.1/뉴스1





이낙연 빈공간 치고나갈 준비 한창


추 장관의 말대로라면 자신과는 직접적으로 관련도 없고 조만간 장관직에서 물러날 위치니 후임 장관에게 혼선을 줄 수 있는 일은 최대한 자제하는 것이 미덕이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오는 25일 열려 이번 사건에 대한 입장 역시 주요 청문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추 장관이 그런 미덕을 발휘하지 않는 진짜 속내가 바로 이어져 나온다. 박근혜정부 당시 황교안 전 법무부 장관이 채동욱 전 검찰총장에 대해 직권으로 출국금지한 사례를 밝히며 김 전 차관 긴급 출금을 두둔했는데 이 사례는 이번에 처음 알려진 내용이다. 문제는 김 전 차관 긴급 출금이 법무부 장관이 직권으로 출국금지한 조치도 아니며 긴급 출금은 법무부 장관 권한도 아니라는 점이다. 법무부 장관 권한으로 알게 된 공무상 기밀을 엉뚱한 사례에 껴맞추느라 함부로 유출한 셈이다.

즉 '적폐정권' 당시에 검찰이 문제삼지 않았던 것을 왜 문재인정부에선 검찰 수뇌부가 문제를 삼고 수사까지 하려고 하는 것이냐는 것인데 거짓을 근거로 한 일종의 선동이다.

검사장 출신인 유상범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범죄 수사 중 피의자가 해외 도주를 시도하는 긴급한 상황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수사기관에게만 긴급출국금지 요청권을 줬고 법무부장관은 그 요청에 대해 승인권만 있을 뿐"이라며 "법무부장관이 출국금지의 명령권자라고 해서 수사기관의 요청없이 직권으로 긴급출국금지를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추 장관은 지난달 16일 사의표명을 한 과정에서 사실상 경질된 것으로 알려지는 등 퇴임까지도 구설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서울동부구치소 코로나19 대규모 감염 사태에 법무부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점에 대해 책임론 논란 한가운데 서있기도 하다. 퇴임 후 친문 대선주자 행보를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추 장관이 강성 친문 지지자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는 검찰개혁 의제를 다시 꺼내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최근 추 장관은 친민주당 성향의 여론조사 업체 대표를 만났다. 정치권 안팎에선 전직 대통령 사면론을 꺼냈다가 지지율이 크게 하락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빈 공간을 치고 나가기 위한 준비에 한창이란 얘기가 들린다.
(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윤석열 검찰총장이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2021.1.12/뉴스1







'추미애가 뛰면 윤석열만 좋아'…부담스러운 청와대


'서초동 검찰'은 2019년 8월 말 이후 3년 만에 해빙기를 기대하던 차였다. 추 장관 퇴진 후 박범계 후보자 임명과 청와대 민정라인의 변화를 통해 현 정권과 검찰 간 관계가 재설정될 것에 대한 기대감이 살아난 것이다.

박 후보자는 후보자 지명 일성으로 "문재인 대통령께서 법무부와 검찰은 안정적인 협조 관계가 돼야 하고, 그걸 통해서 검찰개혁을 이루라고 말씀하셨다"고 말해 이같은 기대감에 부응할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김 전 차관 긴급 출금 위법 논란이 터지면서 다시금 법무부와 검찰이 긴장 관계로 빠져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차적으로 법무부 장관 임명 이후 단행될 검찰 인사를 놓고 힘겨루기 양상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데 여기에 정권 내 '대 검찰 강경론자'들이 '검찰개혁' 프레임으로 강성 지지자들을 끌어들이는 식으로 다시 전선을 짠다면 그 전개는 예측이 어렵다.

'검찰개혁'과 '윤석열' 이슈에서 탈출하는 것을 과제로 삼아야 할 청와대와 새 법무부 장관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박 후보자는 소모적이고 정쟁적인 검찰개혁에서 벗어나 미래적 개혁 과제를 논의해 검찰개혁을 완수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장관직을 받았으나 시작부터 '김학의 사건'에 대한 법무부 진상조사로 발목이 잡힐 위기다.

더구나 추 장관이 검찰 수사와 대립 구도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청와대와 법무부가 원치 않게 또다시 검찰과 전선에 내몰릴 수 있는 상황에 처했다.

한 정치권 인사는 "결국 지난해의 반복인데 가장 큰 수혜자는 윤석열이라는 게 아이러니 아니겠느냐"며 "추 장관이 친문 강성지지자를 모으겠다고 검찰개혁 이슈를 지르는 셈인데 청와대를 거스르는 길을 가게 됨으로써 레임덕을 부추기는 일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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