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가 인보사 검증 못했다" 코오롱 연구소장 1심 무죄

식약처, 부작용 시험결과 모르고 있다가 한참 뒤 발견…"철저히 검증했어야"

김종훈 기자박수현 기자 2021.02.19 14:54


/사진=뉴스1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인보사) 부정허가 의혹으로 기소된 코오롱생명과학 연구소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심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책임이 있으므로 코오롱 측에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3부(권성수 김선희 임정엽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상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코오롱생명과학 김모 상무에 대해 무죄를, 조모 이사에 대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검찰은 이들에 대해 각각 징역 5년을 구형했었다.

이들은 식약처에 허위 보고서를 제출해 인보사 품목 허가를 받아낸 혐의로 기소됐다. 동물실험에서 발암 등 부작용 가능성이 발견됐는데도 관련 내용을 빼고 보고를 올려 부정 허가를 받아냈다는 취지다. 이외에도 성분 구성, 안전성 시험 결과와 관련해서도 중요 내용을 누락한 혐의도 있었다.

재판부는 이들이 인보사 품목 허가를 빨리 받기 위해 보고 내용을 고의로 빠트린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 가이드라인과 다른 실험을 진행해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고서를 꾸몄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발암 부작용 가능성이 발견된) 시험결과가 식약처에 전달될 경우 새로운 시험 등으로 상당 기간 심사절차가 지연되거나 혹은 품목변경허가신청 등을 통해 새롭게 심사를 받아야 하는 위험을 감수할 수도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심사의 지연을 초래할 수 있는 불리한 정보를 숨기려 했을 가능성이 있었던 점 등으로 볼 때 피고인들이 미필적으로나마 식약처가 시험결과를 심사할 수 없도록 하려는 의도로 이를 보고하지 않았다고 인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들의 행위를 범죄로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인허가 요청 자료에 거짓이 섞여 있었다고 해도, 행정청이 제대로 심사하지 않은 채 허가를 내줬다면 이는 행정청의 잘못이라는 게 대법원의 해석이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식약처 공무원들이 인보사 성분에 이상이 있다는 점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코오롱 측 시험결과만 믿고 심층적인 검증을 요구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식약처가 가이드라인에 따른 시험결과 제출 요건을 면제해준 점 등으로 볼 때 이번 사건은 식약처의 잘못이라고 밝혔다.

특히 재판부는 보고서 본문에서는 빠졌지만, 부작용 가능성을 추론할 수 있는 시험결과가 첨부자료로 식약처에 제출됐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국민 건강 안전 등을 고려해 철저히 점검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식약처는 품목허가 당시에는 해당 시험결과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한참 뒤 인보사 의혹이 불거지자 그때서야 첨부자료에서 문제의 시험결과를 발견했다.

다만 재판부는 조 이사가 2년 간 식약처 공무원에게 175만원 상당의 향응을 제공했다는 뇌물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이에 따라 조 이사는 벌금 500만원, 문제의 공무원은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400만원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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