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하면 '위헌', 셀프면 '배임'…'불법덩어리' 이익공유제

[MT리포트]빚 내 지원하라는 이익공유제-③

유동주 기자 2021.02.22 14:20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포스트코로나 불평등해소TF 1차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1.1.15/뉴스1


여당과 정부가 추진하는 '이익공유제'는 기업 경영진을 법적 리스크로 몰고 갈 소지가 다분하다. 기업이 이익을 상생차원에서 중소기업 등에 나눠 불 경우, 기업 경영진이 배임혐의 등으로 법적 책임을 져야할 수 있다.

재계를 대변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달 18일 낸 '이익공유제의 5가지 쟁점'자료를 통해 '경영진의 사법적 처벌 가능성'을 언급했다. 전경련은 "선한 의도라도 기업의 이익을 임의로 나눌 경우, 경영진은 민형사상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에 노출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대법원 판례를 인용했다.

2019년 5월16일 선고된 판결에서 대법원은 "이사가 기부행위를 결의할 때 기부금 성격, 회사 목적과 공익에 미치는 영향, 액수의 상당성, 회사와 기부상대방의 관계 등의 조건 모두에 대해 충분한 검토를 하지 않으면 관리자 의무위반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2016다260455판결)



강원랜드-오투리조트 사건, '선한 의도' 지자체 '기부'도 '손해배상책임'


해당 사건에서 강원랜드 이사회는 자금난을 겪던 태백시 산하 오투리조트를 위해 지난 2012년 7월 협력사업비 150억원을 긴급자금용도로 태백시에 기부하기로 결의했다. 이 결의에 참여한 이사진은 감사원 지적에 따라 선관의무 위반으로 해임됐고 손해배상까지 청구당했다.

대법원은 이사진의 150억원 기부 결의가 강원랜드에 손해를 입혔다며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강원랜드 손을 들어줬다.

전경련은 강원랜드 사례와 같이 공익적 목적으로 지역사회에 이익금을 기부하는 행위조차 나중에 손해배상 청구대상이 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당시 태백시는 150억원을 기부받으면서 강원랜드 이사들에게 문제가 생길경우 민형사상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확약서를 썼지만 법적으론 이 확약서는 아무 효력이 없었다. 이사진은 개별적으로 수십억원을 배상해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

강원랜드는 회사 설립 자체가 폐광지역의 경제를 살리기 위한 목적도 있었기 때문에, 지자체가 운영하는 리조트에 대한 긴급지원은 강원랜드 설립목적에 부응하는 것이었지만 감사원과 법원은 그러한 '설립 취지'나 '선한 의도'는 법적 고려 대상이 아니라고 봤다. 상법상 회사로 설립된 이상, 경영진도 상법상 책임과 의무를 다 해야 한다는 게 감사원과 법원 결론이다.

재계에선 정부 시책에 따라 이익공유를 실현하는 경영진은 강원랜드와 같은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김진우 변호사(법무법인 주원)는 "위헌성이 높은 이익공유제는 경영진에겐 배임리스크가 있고 주주와 기업 자체의 이익에 반할 수 있다"며 "이익공유제의 실체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기업의 이익창출에 반하는 이사의 직무수행은 주주 입장에서 배임혐의 형사고발은 물론 민사, 상사상 손해배상이나 기타 쟁송 청구의 대상도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익공유제 강제화'하면 '위헌'…정부 '압박'에 굴복한 경영진, '배임 범죄자'될 수도


여당이 추진하는 '법제화'는 이익공유제의 '강제화'는 아니다. 더불어민주당의 조정식·정태호 의원이 각각 발의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법안을 보면 '협력이익공유제 및 성과공유제' 시행 기업에 대한 '조세 감면'이나 '우수기업 선정' 등이 골자다.

일각에서 우려하는 바와 같은 '이익공유제를 강제하는 내용'의 법제화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위헌적'인 내용이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유재산을 인정하는 우리 헌법 체제 하에선 '이익공유제'는 주주나 기업의 재산권을 부정한다는 측면에서 위헌성을 갖고 있다. 이를 강제화하는 법률이 만들어진다면 곧바로 위헌 심판으로 갈 수 밖에 없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도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익공유제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제도화해서 정부가 강제할 수는 없는 것"이라며 "민간 경제계에서 자발적으로 전개되고, 참여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강력한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이익공유제의 '법적 강제화'는 어렵다는 점을 대통령 자신도 잘 알고 있는 셈이다. 현재 여당 발의 법안도 그런 맥락에서 추진되고 있어 '강제화'하는 내용은 빠져 있다. 180석 거대 여당으로선 '강제화'를 내용으로 하는 법안도 발의만 하면 통과시킬 수 있지만, 위헌소지를 안고 강제화한다면 후폭풍을 감당하지 못할 수 있음을 여당 스스로 잘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재계에선 여당과 정부가 '법제화'는 하지 않으면서 '사실상 강제'하는 압박을 하리란 우려를 하고 있다.

(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 삼성전자가 연결기준으로 2020년 연간 영업이익이 35조993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62% 증가했다고 공시한 28일 서울 강남구 서초동 삼성사옥 내 삼성 딜라이트 샵에서 고객들이 전시된 제품을 체험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도 불구하고 역대 3번째로 높은 236조원대의 연 매출을 기록했다. 2021.1.28/뉴스1





'사실상 강제'했다간 투자자 소송, ISD 분쟁 대상 될 수도


최준선 성균관대 로스쿨 교수도 "기업의 자발적 참여라 해도 이익은 주주의 몫인데 그 이익을 임원이 다른 곳으로 돌리면 투자자들은 배임·횡령의 죄책을 물어 그 임원을 고발할 수 있다"며 "선관주의의무 위반과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하고 주주는 임원 해임을 청구할 수 있다"고 했다.

최근 개정된 상법에 도입된 다중대표소송 등을 통해 주주들은 전보다 더 쉽게 이사진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일각에선 '투자자·국가 간 분쟁(ISD)'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하고 있다. 정부 주도로 이익공유제를 하는 경우, 외국 투자자들이 정부에 거액의 배상책임을 묻는 ISD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언급했듯 '코로나19'로 인한 특별한 상황이라고 해도 ISD 소송 대상이 되는 것에는 문제가 없다는 게 법조인들 견해다.

특히 해외 대형 로펌들은 각국 정부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이익공유제 등 글로벌기업의 주주권리를 침해하는 사례가 나오길 예의주시한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에서 이익공유제를 '사실상' 강제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외국인 투자비율이 높은 글로벌기업이 동참하게 된다면 대형 로펌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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