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친구 24차례 찌르고 '정당방위' 주장한 이유는

법원 "머리에서 피날 정도로 머그컵으로 맞아 우발적으로 범행"

박수현 2021.04.02 10:14
말다툼을 벌이다가 고향 친구를 24회에 걸쳐 흉기로 찔러 살해하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감형을 받았다.

2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윤승은)는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A씨(33)의 항소심에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6월 7일 오전 4시 20분쯤 인천 미추홀구에 위치한 자택에서 동갑내기 고향 친구 B씨를 흉기로 24차례 찔러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A씨는 자녀들과 함께 B씨의 집에 거주하고 있었다.

A씨는 함께 술을 마시던 B씨가 자녀들이 보고 있는 가운데 자신을 때려 자존심이 상한다는 이유로 주방에 있던 흉기를 가져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 직후 A씨는 112에 신고했고, B씨는 병원으로 이송돼 응급조치를 받았다. 그러나 B씨는 흉기로 공격당해 전치 12주에 상해를 입었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B씨를 흉기로 찌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정당방위'를 주장했다. 자존심이 상해 범행을 저지른 것이 아니라 조현병을 앓는 B씨가 계속 폭행을 가하는 급박한 상황에서 자녀들을 보호하려 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1심은 "A씨는 B씨가 이미 저항할 수 없는 상태가 됐음에도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둘렀다. 경찰이 도착한 후에도 흉기를 내려놓지 않고 '죽여야 한다'는 등 적극적인 공격 의사를 표시했다"며 정당방위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어 "B씨는 다행히 사망하지는 않았으나, 지금도 왼손 신경 등이 정상적으로 회복되지 않고 있어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며 징역 5년을 선고했다.

2심은 "A씨는 'B씨의 사망'이라는 결과를 불러올 가능성을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용인해 살인 고의를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며 "살인죄는 사람의 생명을 대상으로 하는 피해 회복이 불가능한 중대한 범죄고, 미수죄도 결코 가볍게 여길 수 없다"고 했다.

다만 "A씨는 이 사건 범행 전 B씨로부터 머리에서 피가 날 정도로 머그컵으로 맞게 되자 우발적으로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또 B씨는 피해회복 보상 등을 지급받고 처벌 불원 의사를 표시했다"며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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