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뤄지는 친정부 인사 수사·재판...法·檢 눈치보기?

이태성 2021.04.05 05:20
(과천=뉴스1) 이승배 기자 =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29일 경기 과천정부청사 법무부를 나서고 있다. 2021.3.29/뉴스1
현 정부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와 재판이 특별한 이유 없이 지연되고 있다.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이 기소된 지 1년 5개월만에야 정식 재판이 시작되고, 지난해 11월 벌어진 이용구 법무부차관의 택시기사 폭행사건 수사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것이 대표적이다.

법조계에서는 재판이 1년씩 공전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한다. 택시기사 폭행 사건 역시 반년 가까이 수사를 할 이유가 없다는 지적이다. 법원과 수사기관이 여론이 잠잠해질때까지 편의를 봐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준비기일만 1년 넘게한 청와대 선거개입 사건, 이용구 법무차관 수사는 아직도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의 정식 재판은 오는 5월10일 처음 열린다. 지난해 1월 검찰이 송철호 울산시장 등 13명을 재판에 넘긴 지 무려 1년 4개월 만이다.

해당 재판은 피고인들이 수사기록을 제대로 열람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로 한없이 지연됐다. 지난달 31일 열린 6차 공판준비기일 역시 지난해 10월 말 열린 5차 준비기일 이후 5개월만에 재개된 것이다.

이 재판은 김미리 부장판사가 주심으로 있다. 김 부장판사는 지난 2월 법원 정기 인사에서 ‘서울중앙지법 최장 3년 근무’ 관행을 깨고 4년째 유임된 인사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동생의 채용 비리 사건, 유재수 전 부산시 부시장 비위 감찰 무마 사건,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 등 현 정부 관련 사건들을 처리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용구 법무부차관에 대한 수사도 늘어지고 있다는 비판이다. 이 차관은 지난해 1월 택시기사를 폭행했는데, 경찰은 이때 형법상 폭행 혐의를 적용해 내사종결했다. 그러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운전 중 폭행 혐의가 적용되지 않았다는 논란이 불거졌고 검찰은 재수사에 들어갔다. 경찰 역시 진상조사단을 꾸려 내사종결 과정을 재조사하고 있다.

경찰과 검찰은 이 사건과 관련해 CCTV 등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 차관이 운전 중 폭행을 가했는지 여부만 명확히 하면 사건은 쉽게 끝날 수 있다는 것이 법조계 중론이다. 그러나 사건이 불거진지 5개월동안 이 차관 등에 대한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경찰 역시 해당 사건에 대한 명확한 결론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재판 1년 연기 '비상식'...법원, 검찰 정부 눈치보나


법조계에서는 두 사건 모두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의 경우 재판 준비 기일을 이렇게 드물게 열고, 정식 재판을 1년 넘게 시작도 안한 것은 비상식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법원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정도로 중요한 재판을 재판장이 1년 넘게 가지고만 있는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사도 "1년 4개월이면 재판장이 바뀔 수도 있는 기간"이라며 "형사재판을 이렇게 미루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이 사건과 관련해서는 1년 3개월째 나머지 공범에 대한 추가기소도 지연되고 있다. 수사팀이 이미 지난해 8월 '이진석 청와대 사회정책비서관의 선거개입 혐의가 상당부분 인정된다'는 내용의 수사보고서도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상황인데도, 마무리가 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지난달 31일 재판에서 “수사는 사실상 마무리 단계”라고 했다.

이용구 차관 사건 역시 마찬가지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 차관 사건은 운전 중 폭행이 있었는지, 경찰이 이를 알고도 사건을 덮었는지 두가지만 확인하면 나머지는 쉽다"며 "CCTV까지 가지고 있다고 알고 있는데 이렇게 오래 걸리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다.

수사기관과 법원이 '눈치'를 보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법원과 검찰, 경찰이 해당 사건에 대한 논란이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는 말이다. 특히 청와대 선거개입 사건의 경우 더욱 민감할 수 있어 '믿을만한' 판사에게 일을 줬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고위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형사사건을 1년 넘게 묵히는 것은 사실상 윗선과도 얘기가 된 것으로 봐야한다"며 "이 부장판사를 관례를 깨고 유임한 데에도 배경이 있는 것 아니겠냐"는 해석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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