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소 권고' 이성윤…벼랑 끝 거취

김효정 2021.05.11 05:33
(서울=뉴스1) 성동훈 기자 = 이성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이 10일 오전 서초구 중앙지검으로 출근하고 있다. 2021.5.10/뉴스1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 불법 출국금지 수사 외압 의혹을 받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한 기소를 권고했다. 검찰총장 교체 후 대규모 인사가 단행될 전망인데, 수사심의위가 기소 결론을 내리면서 이 지검장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린다.


檢 수사심의위, 8대4로 '기소' 권고


11일 검찰에 따르면 수사심의위는 전날 오후 2시부터 대검찰청 회의실에서 약 4시간 동안 비공개 회의를 열고 이 지검장의 수사 외압 사건을 검토했다. 이날 회의에는 위원장인 양창수 전 대법관을 비롯해 무작위로 추첨된 현안위원 15명 중 13명이 참석해 안건을 심의·의결했다. 현안위원 2명은 부득이한 사유로 불참했다고 수사심의위는 밝혔다.

이정섭 수원지검 형사3부장 등 수사팀 관계자와 이 지검장 변호인 등도 회의에 참석했다. 당사자는 수사심의위에 출석할 의무가 없지만 이 지검장은 이날 오후 반차를 내고 직접 회의에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이 지검장으로부터 수사 외압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A검사도 참석했다.

현안위원들은 양측이 제출한 의견서 및 양측의 진술을 참고해 토론한 뒤 이 지검장에 대한 공소제기 여부 및 수사 계속 여부를 표결했다. 수사심의위는 공소제기 여부에 대해 찬성 8명, 반대 4명, 기권 1명으로 기소 의결했다. 수사 계속 여부는 찬성 3명, 반대 8명, 기권 2명으로 부결됐다.

이 지검장은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이던 2019년 6월 수원지검 안양지청이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의 출국금지 과정을 수사하려 하자 외압을 넣어 무산시켰다는 의혹을 받는다.

앞서 수원지검이 이 지검장에 대한 기소 방침을 세우자 줄곧 혐의를 부인해온 이 지검장은 "검찰의 표적수사가 염려된다"며 수원지검에 수사심의위 소집을 요청했다. 그러자 수원고검은 사건 관계인이 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할 경우 시일이 많이 소요된다며 대검에 직접 수사심의위 소집을 요청했다.

수사심의위 결과로 이 지검장 기소는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수사심의위 의결은 구속력이 없는 만큼 검찰은 수사심의위 판단과 무관하게 이 지검장을 기소하는 방침을 세웠는데, 수사심의위가 기소를 권고하면서 검찰이 부담을 덜었다는 분석이다. 이 지검장 기소에 무게가 실린 만큼 검찰은 조만간 이 지검장을 재판에 넘길 것으로 보인다.


유임시 '피고인 검사장' 논란 예상…"청와대가 못 내칠 것" 관측도


이 지검장이 기소될 경우 거취에도 관심이 쏠린다. 박범계 법무부장관은 차기 검찰총장 임명 후 대규모 인사를 예고했다. 해당 인사에서 이 지검장이 자리를 지킬 경우 박 장관과 정부는 '재판받는 검사장을 유임시켰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미 박 장관은 취임후 첫 인사에서 윤 전 총장이 교체를 요구했던 이 지검장을 중앙지검장에 유임시키며 한차례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검찰 간부 출신 한 변호사는 "이 지검장이 기소된 후에도 중앙지검장에 두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검사의 역할은 수사와 기소인데, 범죄행위로 기소된 피고인이 지휘하는 수사 결과에 어떤 국민이 승복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반면 이 지검장이 현 정권의 '방탄 검사' 역할을 해온 만큼 정부가 이 지검장을 쉽게 내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고검장 출신 변호사는 "이 지검장과 현 정권의 관계에서 볼 때 청와대가 함부로 내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수사부서가 아닌 고검장으로 승진시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형사사건에 연루된 검사 등에 대한 법무부 인사 기준이 일관적이지 않다는 점도 이 지검장 거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가공무원법은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공무원의 직위를 해제하도록 하고 있지만, 불법 출금 사건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이규원 검사와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은 여전히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독직폭행 혐의로 기소된 정진웅 검사도 광주지검 차장검사로 재직하고 있다. 반면 한 검사장은 검언유착 수사 당시 곧장 직무에서 배제돼 법무연수원으로 사실상 좌천됐다.

한편 이 지검장 측은 이날 수사심의위 결과에 대해 별다른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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