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식' 부동산 가격평가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화우의 조세전문 변호사들이 말해주는 '흥미진진 세금이야기'

유동주 2021.05.15 11:41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약 4년간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가 75% 이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한국부동산원의 '공동주택 실거래가격지수'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인 2017년 5월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격지수는 94다. 이 지수는 올해 2월 현재 164.7을 기록하며 4년 동안 75.2% 올랐다. 실거래가격지수는 부동산원이 집계하는 통계 중 하나로 실제 신고된 아파트 거래 사례로 작성하는 통계다. 사진은 이날 서울의 한 부동산 상가의 모습. 2021.5.11/뉴스1

상증세법은 부동산 가격을 시가로 평가하여 과세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면서 일정한 기간 내에 존재하는 매매가액, 감정가액, 경매가액 등을 시가에 포함시키는 한편, 해당 재산과 면적, 위치, 용도 등이 유사한 다른 재산에 대해 매매가액 등이 있는 경우에는 그 유사사례가액도 시가로 인정한다.

다만, 이와 같이 열거한 시가가 존재하지 않아 시가를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보충적 평가방법으로 공시가격, 즉 토지는 개별공시지가, 주택은 공동?개별주택가격, 건물은 기준시가 등을 기준으로 과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공시가격은 매년 시세에 근접하게 현실화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일반적으로 시세보다 낮게 평가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처럼 세법은 시가로 볼 수 있는 가액을 여러 종류로 규정하면서 이를 중첩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시가로 볼 수 있는 자료가 없을 경우 시세 보다 상당히 낮은 공시가격을 적용하도록 하고 있어, 실질적으로 가치가 비슷한 부동산임에도 매매나 감정사례 등 우연한 사정이 있는지 여부에 따라 불공평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는 것이 현재 부동산 가격평가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공시가격이 10억원 정도로 비슷하고 시세도 비슷한 A, B 두 개의 연립주택 단지가 있는데, A 단지에서는 최근 단지 내 다른 세대가 13억원에 매매된 사례가 있고, B 단지에는 매매사례가 없다고 가정해 보자. 이러한 상황에서 두 단지에 주택을 소유한 부모가 각각 주택을 자녀에게 증여할 때, 각 주택의 평가액이 달라져 수증자들이 납부할 증여세 역시 달리 산정될 수 있다.

즉, A 단지 주택은 최근 매매사례가액인 13억원을 기준으로 증여세가 과세되고, B단지 주택은 시가로 인정될 수 있는 다른 가액이 없으면 공시된 주택가격인 10억원을 기준으로 증여세가 과세된다. 이 경우 직계비속(자녀)에게 증여할 때 5천만원이 공제되는 것 외에 다른 증여재산공제가 적용되지 않는 상황이라면, A 단지 주택은 증여세가 3억 4,000만원인 반면, B단지 주택은 증여세가 2억 2,500만원 정도다. 이처럼 실질적으로는 비슷한 가치의 주택들을 증여하는 경우에도 다른 매매사례가 있었는지 여부에 따라 세액에 상당한 차이가 난다.

또한, 부동산의 형태에 따라 아파트의 경우 단지 규모가 클수록 매매사례가 많고 비교도 용이하여 유사사례가액을 시가로 보아 과세할 가능성이 높은 반면, 단독주택이나 비주거용 건물(이른바 '꼬마빌딩'), 토지의 경우 개별성이 강하여 유사사례가액을 찾기 어려워 결국 공시가격으로 과세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시세가 동일하게 10억원 정도인 단독주택과 아파트를 증여하더라도, 매매사례가액을 적용받기 쉬운 아파트가 시세보다 낮은 공시가격을 적용할 가능성이 높은 단독주택 보다 훨씬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할 수도 있다.

특히, 꼬마빌딩의 경우 매매사례가 거의 없어 시세 보다 낮은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과세가 된다는 점을 활용하여 꼬마빌딩을 이용한 증여가 늘어나자, 국세청은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2020년에 '꼬마빌딩' 감정평가사업에 관한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비주거용 부동산 등에 대해 공시가격으로 신고한 경우로서 시세와의 차이가 큰 일정한 경우, 예산의 범위 내에서 감정을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 건물에 대해 선별적으로 감정평가를 하여 과세할 경우 감정대상이 되지 않은 납세자와의 형평성 문제를 야기하며, 매매가액 등이 있는 경우와의 형평성 문제도 여전히 해소되지 않는다. 현재로서는 과연 어떤 경우에 감정대상이 될 것인지 분명치 않아 납세자의 예측가능성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다.

더욱이, 동일한 부동산의 경우에도 임차권이나 담보권의 설정여부에 따라 평가방법이 달라지는 문제까지 있다. 임대된 부동산에 관해서는 시가로 볼 수 있는 가액이 없을 경우 임대료 등을 기준으로 한 환산가액과 공시가격 중 큰 금액으로 평가하고, 저당권 등 담보권이 설정된 경우에는 매매사례가액 등 시가로 볼 수 있는 가액이 있더라도 담보된 채권액이 클 경우 그 채권액으로 평가한다.

이와 같이 상증세법은 부동산 가격의 평가방법에 관하여 가히 '백화점식' 평가방법이라 부를 정도로 다양한 방법을 마련해 놓고 있다. 이러한 방법의 다양성은 필연적으로 유사한 사례에서 서로 다른 취급을 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데, 과연 이러한 차별취급이 정당한 것인지 의문이다. 세액을 산정하는 데는 세율 못지 않게 과세표준의 크기를 결정하는 재산평가도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세율에 관해서는 사소한 차이도 위헌으로 판정될 가능성이 큰 것처럼, 재산평가에 관해서도 형평성 문제를 해소하고 납세자의 예측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와 같은 '백화점식' 평가방법 보다는 평가방법을 일원화하고 이를 통일적으로 적용하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김용택 변호사는 2003년 사법시험에 합격했고, 조세관련 쟁송과 자문이 주요 업무분야다. 각종 소득세, 법인세 관련 사건 외에도, 자본거래 관련 증여세, 금괴 도매업체 등에 대한 부가가치세, 지방세 환급 및 추징, 조세포탈 관련 사건 등을 수행했다. 서대문세무서 납세자보호위원으로도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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