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는 증거 없어도 '유죄'라는 '범생' 판사들[우보세]

[우리가 보는 세상]

유동주 2021.05.21 05:30
= ‘성폭행 혐의’로 피소된 배우 이진욱이 17일 오후 서울 수서경찰서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두해 “얼굴이 알려졌다는 이유만으로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은데 무고는 큰 죄이다”며 “성실히 조사 받고 나오겠다”고 억울함을 말하고 있다.
장창국 의정부지법 부장판사가 지난 18일 법원 내부 게시판에 "성폭력사건에서 대법원이 하급심의 무죄판단을 존중하지 않고 유죄 판결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장 판사는 대법원을 비판했지만 하급심부터 '성인지 감수성' 영향을 받아 제대로 된 증거도 없이 '유죄'를 선고하는 판사들이 적지 않다.

이런 문제는 대략 10여년전부터 가속화했다. 무죄추정의 원칙이 유독 성폭력사건에선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점을 우려하는 이들의 의견은 무시돼왔다. 반대로 '여성단체 감수성'이 예민한 판사들이 여성단체의 눈치를 살피며 판결을 하는 일은 늘었다. 심지어 여성감독의 여성지인에 대한 동성 성폭력은 여성끼리의 '준유사강간'사건 첫 '유죄' 판결이라 의미가 있음에도 대법원 공보단계에서 의도적으로 묻혔다가 피해자 측 폭로로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성범죄 사건은 특성상 증거나 증인을 찾기 어렵지만, 그렇다고 사법 원칙을 완전히 무시해도 되는 건 아니다. 최근 법원의 판결 경향을 보면 여성이 성범죄 피해를 호소하면 가해자로 지목된 남성이 확실한 알리바이나 증거로 반박 입증에 성공하지 못하는 한 '유죄'가 선고되기 일쑤다. "피해자 눈물이 증거"라고 했던 한 유명 앵커의 말은 억지주장을 하는 여성을 비꼬는 인터넷 '밈(meme)'처럼 됐다.

언론도 책임이 있다. 유명인 성폭행 사건 보도에서 피해자·가해자라고 단정적으로 표현하는 것도 자제해야 한다. 탤런트 이진욱 사건을 돌이켜보자. 언론에선 이진욱을 '가해자'로 고소여성을 '피해자'로 불렀다. 훗날 밝혀진대로 실제론 이진욱이 '피해자'였고, 고소여성은 무고죄 '가해자'였다.

현 대법관 구성은 '진보' 성향이 과반이다. 대법관이 되기 전부터 어떤 사안에 대해선 여성단체와 활동을 같이 하기도 했던 여성단체 친화적 인물들도 있다. 최근 몇년 동안 대법원이 하급심에서 '무죄'로 올린 성폭력 사건을 '유죄'취지로 파기하는 경향이 늘어난 게 과연 대법관들의 그런 배경이나 성향과 무관할까.

장 판사는 게시판 글에서 대개 판사들이 인정하지 않으려하는 중요한 지적을 했다. '경험의 한계'를 고백한 것이다. 장 판사는 "경험칙과 상식이라는 것이 자기가 경험한 세상을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라며 "저는 소년보호 사건을 담당하기 전까지는 요즘 청소년들의 혼숙 문화와 동성애 문화, 남친과 남사친, 여친과 여사친, 결혼이 다른지 알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대법관은 물론이고 판사들 99%는 소위 '범생'이다. 성폭력 사건은 범생들의 인식수준으론 이해하기 어려운 면이 적지 않다. 몇년 전 어느 지방법원에서 중학교 여학생이 '구체적이고 일관된' 거짓말로 검찰·법원을 속였다. 1심 판사는 15세 여학생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됨'을 이유로 다른 증거가 없는 데도 과외교사였던 대학생을 유죄로 인정했다. 어린 학생의 서툰 거짓말이 통할 리 없다고 생각하고 별 다른 대응을 하지 않던 대학생은 유죄 선고에 충격을 받고 2심에선 변호사를 선임해 적극 대응해 '무죄'를 겨우 받아냈다. 진실은 이렇다. 딸의 과외교사인 대학생에게 보험을 가입시켰던 여중생의 어머니가 보험이 해약되자 앙심을 품었다. 결국 15세 딸에게 거짓진술을 시키고 허위 고소를 했다. 무죄임이 입증됐지만 대학생은 성추행범으로 소문나 학교 생활이 불가능해졌다.

이런 억울한 사건은 실제 비일비재하다. 합의 하에 성관계를 하다가 여성의 애인이나 남편에게 들키면서 '성폭행범'으로 몰렸다는 류의 사건은 변호사업계에서 하나의 카테고리로 꼽힐만큼 수두룩하다. 여성은 '화간'을 했으면서 엉겁결에 '강간'임을 주장하고 남성은 구속당하고 유죄선고를 받는다.

'in dubio pro reo'(의심스러울 때는 피의자의 이익으로)라는 법언대로 10명의 도둑을 놓치더라도 1명의 억울한 이를 만들어선 안 된다.
가해자로 지목된 피의자·피고인의 주장이 '성인지 감수성'이라는 핑계와 미명하에 배척돼선 안된다. 판사들의 각성이 필요하다.
유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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