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수사' 기소 미룬 대검, 수사팀 바꾸겠다는 장관

이태성 2021.06.16 05:12

(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2021.6.15/뉴스1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 불법 출금 사건 및 월성 1호기 평가 조작 사건에 연루된 현정부 인사들의 기소가 미뤄지고 있는 가운데, 법무부장관이 수사팀 교체를 시사했다. 대검이 기소를 막고, 법무부가 인사로 수사팀을 교체하는 방법으로 정권을 비호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박범계, 김학의 수사팀 '이해상충' 지적...수사팀 교체되나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박범계 법무부장관은 김 전 차관의 뇌물 혐의를 파기환송한 대법원 판결을 거론하면서 "수사팀은 김 전 차관의 성 접대·뇌물 사건에서 김 전 차관을 피의자로 수사했고, 이번 출금 사건에서는 피해자로 놓고 수사를 했다"며 "그것을 법조인들은 대체로 이해 상충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이날 발언은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의혹을 수사 중인 이정섭 수원지검 부장검사를 교체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됐다. 이 부장검사는 2019년 김 전 차관의 성접대·뇌물 수사를 위해 꾸려진 검찰 수사단에서 활동했고, 이 사건 재판 공소 유지를 담당하고 있다. 올해 초엔 김 전 차관 불법출금 사건을 재배당 받아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김 전 차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했던 이 부장검사가 김 전 차관이 피해자인 불법 출금 사건을 맡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취지다.

김 전 차관 불법출금 수사팀은 현재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기소하겠다고 대검찰청에 보고를 올려놓은 상황이다. 대검이 이에 대해 한달 가까이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법무부장관이 수사팀장 교체를 암시한 것이다. 이 경우 이 비서관을 기소하는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뿐만 아니라 기소 의견 자체가 뒤집힐 가능성이 있다.

대전지검의 월성원전 비리 수사도 같은 수순을 밟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대전지검은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을 기소하겠다고 대검에 의견을 올렸는데, 이에 대해서도 대검은 명확한 답변을 하고 있지 않다. 이 상황에서 박 장관이 인사로 수사팀을 교체할 경우 기소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법조계 "친인척도 아닌데…"


법조계에서는 박 장관의 이해상충 지적이 납득하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많다. 서초동의 한 판사는 "맞고소 사건의 경우 피해자가 피의자가 된다"며 "굉장히 통상적인 일인데 이걸 이해상충이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김학의가 친인척이 아닌데 이해상충이라는 장관의 지적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수사 마무리단계에서 이해상충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있다. 한 변호사는 "김 전 차관 사건 수사는 거의 마무리 단계에 온 것 아니냐"라며 "수사 막바지에 나온 장관의 발언은 외압일 수 있다"고 밝혔다.

각종 논란에도 박 장관은 두 수사팀을 포함한 대규모 인사를 강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 장관은 검찰 직제개편안 마무리 시점 등과 관련, "막바지에 온 것 같다. 정리 중"이라며 "검사장들이 일선에 다 부임하셨기 때문에 고검검사급 인사를 서둘러야 전체적인 조직 안정이 될 것이라 서두르고 있다"고 밝혔다.

'김오수 검찰총장과 추가 협의를 했느냐'는 질문에는 "실무선에서 쭉 얘기해오고 있고, 조직개편안에 대해서는 충분한 말씀을 들었다"며 "향후 (검찰 중간간부) 인사를 위해서도 만나기는 만나봐야 한다"고 전했다.

다만 인사 시점은 약간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직제개편안을 놓고 김 총장과 조율 작업이 추가로 필요할 것이라는게 검찰 안팎의 시선이다. 박 장관은 인사 시점에 대해 "아직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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