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발찌 끊고 도주 '함바왕'…"공용물손괴 적용될 듯"

김효정 2021.07.30 15:46
(인천=뉴스1) 정진욱 기자 = 지난 4.15 총선 당시 선거에 불법 개입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함바(건설현장 간이식당) 브로커' 유상봉(74)씨아들 A씨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2020.9.9/뉴스1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했다가 보름 만에 검거된 '함바왕' 유상봉씨가 공용물건손상죄로 처벌을 받을 전망이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검은 지난 27일 검거된 유씨에게 형법상 공용물 손괴 혐의 적용 여부를 논의 중이다. 이달 12일 전자발찌를 끊고 잠적한 유씨는 이날 오전 경남 사천시에서 검찰에 체포됐다.

유씨는 구속상태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을 받고 있었으나 지난 4월 법원이 전자발찌 부착 조건으로 보석을 허가해 풀려났다. 이후 대법원에서 함바(건설현장 간이식당) 운영권 관련 사기 혐의로 실형이 확정돼 다시 구속될 위기에 처하자 전자발찌를 훼손하고 도주했다. 검찰은 검거팀을 꾸려 도주 15일만에 유씨를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전자장치부착법) 위반 혐의 등으로 체포했다.

그러나 현행 전자장치부착법상 유씨를 처벌할 근거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장치부착법에 따라 전자발찌를 훼손한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지만 이는 성폭력, 미성년자 유괴, 살인, 강도 등 4개의 특정범죄를 저질러 형 집행 종료 후 전자발찌를 부착한 사람에게만 적용된다. 유씨처럼 전자발찌 보석 제도를 통해 석방된 경우는 해당되지 않는다.

전자발찌를 훼손하고 잠적하더라도 법원에서 보석이 취소되는 게 전부다. 인천지법도 유씨의 잠적 사실을 통지받은 직후 보석을 취소했다.

검찰은 전자발찌훼손죄 대신 공용물손괴죄를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 형법에 따라 공무소에서 사용하는 물건 등을 손상시킬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판례는 '공무소에서 사용하는 물건'을 제도로서의 관공서 기타 조직체가 공무상 목적이나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관리하는 일체의 물건이라고 판시하고 있다"며 "교정시설에서 관리하는 전자발찌를 훼손한 것은 공용물손상에 해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전자발찌 보석제도로 풀려난 피고인의 전자발찌 훼손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는 데 대해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전자발찌 보석 제도는 지난해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 당시 시행된 제도로, 불구속 재판 원칙을 현실화해 피고인 방어권을 보장하고 교정시설 과밀화 문제를 해결한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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