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법상 양도

화우의 조세전문 변호사들이 말해주는 '흥미진진 세금이야기'

김용택 2021.10.30 00:08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3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311호에서 2021 세법개정안 관련 브리핑을 갖고 있다.(엠바고 2021년 7월 26일 15시 30분) /사진=머니S 임한별


매매 등 일정한 법률행위가 있을 때 그로 인해 발생하는 세금 문제는 기본적으로 민사법에 따라 규율되는 법률관계를 기초로 부과된다. 그런데 경우에 따라서는 민사법에 따른 법률효과와는 달리 판단되어 과세 여부가 결정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최근의 사례로 종중이 3년 이상 고유목적사업에 사용하던 임야를 매도하고 대금의 약 80%를 받았으나, 나머지 20% 가량은 매수인이 신탁계정에 넣고 일정기간 종중이 인출할 수 없도록 하였다. 그런데 그 사이에 종중이 비영리법인으로 승인받아 결국 위 임야가 비과세대상이 된 사안이 있었다.

과세관청은 신탁계정에 입금된 금액까지 합하면 사실상 대금이 모두 지급된 것이라면서 비과세대상이 되기 전에 이미 양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아 종중에게 양도소득세를 부과하였다. 그러나 최근 법원은 매도인인 종중의 입장에서는 신탁계정에 입금된 부분을 인출하여 지급받기 전까지는 대금청산, 즉 양도가 없는 것이므로, 그 사이에 비과세대상이 된 이상 더 이상 양도소득세를 부과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대금이 청산되기 전까지는 세법상 양도가 없는 것으로 취급된다는 것이다.

이와 유사한 사례로 A가 B에게 부동산을 매도하였으나 대금을 다 받지 못한 상태에서 사망한 후 A의 아들인 C가 매수인 B로부터 대금을 받고 소유권이전등기를 해 준 경우, 양도소득세와 상속세 중 어느 것이 과세될까? 지극히 단순한 사안으로 볼 수 있으나, 여기에도 민사법과는 다른 세법상 양도에 관한 기본원리가 적용된다.

상속인 C는 민사법에 따라 부친 A의 매매계약상 권리의무를 포괄승계하였고, 그에 따라 매매계약을 이행하고 최종적으로 양도소득을 얻었으므로 매매계약상 매도인의 지위에서 당연히 양도소득세를 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상속세는 어떨까? 부친 A가 매도했더라도 최종적으로 소유권을 이전하기 전에 사망했으므로 상속인 C가 부동산을 먼저 상속받은 것으로 보고 상속세를 부담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C가 상속세를 부담한다면 양도소득세와의 관계는 또 어떻게 되는가?

세법은 양도소득세의 과세시기에 관하여, 대금을 청산하기 전에 소유권이전등기를 하는 경우 등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금을 청산한 날을 양도시기로 규정하고 있다.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더라도 대금을 모두 지급받지 않은 이상 양도소득세는 과세되지 않는 것이다.

판례는 매매계약이 체결되고 일부 대금까지 지급받았어도 세법이 규정한 과세요건(잔대금 청산 또는 소유권이전등기)이 완성되기 전에 매도인이 사망하고 상속이 개시되었다면 매도인(피상속인)을 기준으로 한 양도에 관한 과세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양도소득세를 과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는 민사법에서 상속의 포괄승계 법리에 따라 상속인이 피상속인의 매도인으로서의 지위를 그대로 승계하여 당초의 매매계약을 이행하게 되는 것과 구별된다.

한편, 우리 세법은 상속이나 증여 등 자산의 무상이전이 있는 경우, 새로운 취득이 일어나는 것으로 보고 그 전에 피상속인이 보유하던 기간 동안 발생한 자본이득에 대하여는 상속세나 증여세만을 과세하고, 유상양도를 전제로 한 양도소득세는 과세하지 않는다. 그 후 상속인이 상속받은 자산을 양도하면 양도대금에서 상속 당시의 시가 상당을 취득가액으로 공제한 양도차익에 대해서만 양도소득세를 과세한다.

결국, 위 사례에서 A가 B에게 부동산을 매도한 후 대금을 다 받기 전에 사망하여 상속이 발생하였으므로, A의 양도는 없는 것이 되어 A에 대한 양도소득세는 과세할 수 없고, 상속인 C에게는 부동산을 상속재산으로 하여 상속세를 과세하는 것이다. 그 후 상속이 개시된 때로부터 얼마되지 않는 시점에 C가 승계한 매매계약에 따라 B로부터 대금을 받은 것에 대해서는 C에 의한 양도가 있는 것이 되어 별도로 양도소득세 과세여부를 판정하나, 그 경우 양도차익 산정의 기초가 되는 취득가액은 상속개시 당시 시가 상당액이므로 양도대금이 그 시가 상당액과 차이가 없다면 결국 C에 대한 양도소득세는 과세되지 않는다.

반대로, A가 사망 전에 양도대금을 모두 지급받았다면, 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해주지 않았더라도 이미 양도소득세 과세요건이 충족되었으므로, A에 대해 양도소득세가 과세되고, 이는 다시 상속에 따라 상속인 C에게 승계된다. 이와 함께 상속인 C는 이미 처분된 부동산 대신 A가 받은 양도대금(현금)을 상속재산으로 하여 상속세도 부담한다. 즉, 상속인 C는 A의 양도소득세와 자신의 상속세를 모두 부담하는 것이다. 다만, C가 부담하는 상속세액을 계산할 때 승계하는 A의 양도소득세를 상속세 과세가액에서 공제받을 수 있으나, 세액공제가 아니어서 양도소득세액에 상속세율을 곱한 금액만 할인될 뿐이다.

결과적으로 보통의 경우에는 자산을 양도한 후 상속이 발생하는 것이 상속받은 후 양도하는 경우와 비교하여 과세상 불리하다. 이는 납세자가 가급적 피상속인의 사망 시까지 자산의 처분(대금청산)을 미루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세금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민사법과는 다른 세법 독자적인 개념과 법리가 적용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김용택 변호사


[김용택 변호사는 2003년 사법시험에 합격했고, 조세관련 쟁송과 자문이 주요 업무분야다. 각종 소득세, 법인세 관련 사건 외에도, 자본거래 관련 증여세, 금괴 도매업체 등에 대한 부가가치세, 지방세 환급 및 추징, 조세포탈 관련 사건 등을 수행했다. 서대문세무서 납세자보호위원으로도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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