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양모 무기징역 지나쳐" 감형해준 재판부

정인양 양모 1심 무기징역→2심 징역 35년 감형

김종훈 2021.11.26 12:19
/사진=뉴스1
정인 양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양모가 2심에서 징역 35년으로 감형받았다. 2심은 살인과 아동학대 등 범죄사실에 대해 대체로 유죄로 판결하면서도 무기징역은 지나치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성수제 강경표 배정현)는 26일 살인 등 혐의를 받는 정인 양의 양모 장모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징역 35년을 선고했다. 양부 안모씨에 대해서는 1심과 같이 징역 5년이 선고됐다.

2심 재판부는 양모가 정인양을 살해한 혐의, 학대·유기한 혐의 등 공소사실 전반을 유죄로 인정했다. 다만 양모가 정인 양의 양팔을 꽉 잡고 손뼉을 치게 해 울게 하는 식으로 학대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이 바뀌었다. 재판부는 양모가 손뼉치기를 반복하지는 않았고, 정인 양이 울자 손뼉치기를 약하게 하기도 했던 점 등을 볼 때 학대 목적이 있던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자기방어 능력이 없는 정인 양을 학대해 생명을 빼앗고, 자신의 책임을 온전히 인정하지 않는 태도로 볼 때 양모를 엄벌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이번 사건 전반을 볼 때 무기징역을 선고하는 것은 지나친 측면이 있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무기징역은 피고인을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해 자유를 박탈하는 종신자유형"이라며 "무기징역을 선고하려면 피고인의 성장 과정, 교육, 가족관계, 범죄전력, 범죄의 잔인함과 포악함의 정도, 반성 유무 등 양형조건을 모두 봐서 피고인을 사회에서 영구히 격리할 수 있는 객관적인 사정이 있다고 인정되어야 한다"고 전제했다.

재판부는 "변론 기록에 따르면 양모는 정인 양을 지속적으로 학대하다 죽였다"라며 "우발적 범행은 아니나 살해 의도를 갖고 치밀하게 계획, 살해 범행했다고 할 증거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양모는 정인 양이 위험함을 알고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CPR도 했다"며 "살인의 결과를 미필적으로 인식한 것을 넘어 적극적으로 의욕, 희망했다고 추단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양모가 보호관찰소에서 스트레스 조절 능력 부족 판정을 받은 점을 언급하면서 "치료를 받지 않은 채 이 사건 범행에 이른 것은 피고인의 책임이나 그렇다고 이 범행이 피고인의 포악한 본성이 발현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아동학대 범행은 모두 인정했고, 살인 범행에 대해서도 그 방법에 대해서는 수사기관에서부터 계속 인정했다"며 "피고인은 분노를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는 심리적 특성이 극단적, 폭발적으로 발현돼 이 사건 범행에 이르렀다"고 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만 35세로 장기간의 수형생활로 자신의 성격 문제를 개선할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며 "출소 후 재범위험성이 있다고 단정하기도 힘들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번 정인 양 사건 이후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있다는 점도 언급하면서 "사회적 공분에 공감하고 중요하게 생각하나 이를 양형에 그대로 투영할지는 책임 원칙에 비춰봐야 한다"며 "이 사건에 대한 큰 분노를 보더라도 피고인을 영구히 사회로부터 격리하는 무기징역을 선고하는 것이 죄형균형주의에 비춰 올바르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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